미술체험
“방학의 눈높이를 높인다”
아이들과 가볼만한 전시들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입력시간 : 2007.07.24 00:37 / 수정시간 : 2007.07.24 04:53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이 엄마와 어린이들을 위한 화려한 놀이터가 됐다. ‘스누피 라이프디자인’ 전시장을 애니메이션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와 친구들이 채웠다. 아이들은 커다란 스누피 집을 빙빙 돌며 보다가 그 옆에 앉아 쉰다. 엄마들 눈을 끄는 고가의 생활용품 디자인도 전시돼 있다. 스누피 그림을 살짝 넣은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란제리 브랜드 ‘트라이엄프’의 까만 속옷이다.
스누피가 늘 고민하는 ‘행복이란…’을 주제로 한 전시다. 구사마 야요이, 반 시게루 등 일본 출신의 세계적 작가들을 중심으로 건축가, 섬유 디자이너 등 27명이 만들었다. 일본에서 기획한 전시라 일본 작가들이 대다수다.
- ▲ 갤러리 잔다리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가 비치백을 만들고 있다. 이 갤러리에서는‘바캉스’를 주제로 다양한 미술교육을 한다. /갤러리 잔다리 제공
섬유 디자이너 아리타 마사후미의 조각 ‘행복이란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진분홍 하트 쿠션과 초콜릿, 사탕 등으로 꾸민 달콤한 스누피다. ‘사랑은 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스누피 입에서 분홍색 하트가 줄줄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미술, 디자인, 패션, 영상, 애니메이션이 한데 섞인 이런 전시는 어린이용, 어른용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으면서 어른도 어른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가족 전시’다. 딸을 데리고 전시장을 찾은 주부 김민선(29·서울 용산구 보광동)씨는 “스누피를 좋아했던 어렸을 때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 ▲ ‘미술과 놀이-펀스터즈’성동훈·서성희의 작품(왼쪽 위),‘ 그림으로 만나는 북한친구들’의 북한 어린이 작품(오른쪽 위),‘ 스누피 라이프디자인전’의 풍경(아래).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건너편 한가람미술관에서 하는 ‘미술과 놀이-펀스터즈(Funsters)’도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전시다. 작가 34명이 ‘놀이’를 주제로 만든 회화, 조각, 설치, 영상미술 등이 전시됐다. 전통회화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패러디한 이이남, 석고붕대를 감아 인간군상을 만든 주라영 등의 작품이 어른들도 어린이 같은 눈으로 현대미술을 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름방학을 맞아 나온 미술전시는 크게 두 가지다. 이런 ‘가족 전시’가 있는 반면, 어린이만을 위해 기획된 ‘교육용 전시’가 있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의 장화정 실장은 “우리 전시는 연구원들이 아동 발달특성에 맞춰서 기획한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에서 연중 하는 기획 시리즈 ‘꼬마세계시민’의 세 번째 전시인 ‘그림으로 만나는 북한 친구들’이 그렇다. 북한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 그림 옆에 걸 수 있게 했다. 갤러리 잔다리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덕성여자대학교 연구팀과 공동으로 만든 것으로, 올 여름엔 ‘바캉스’를 주제로 모자와 비치 백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에 대한 종합적 교육을 하는 ‘박물관 학교’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해 보는 ‘고대로의 여행을 떠나요’를 연다. 환기미술관은 교과서에 소개된 김환기 작품을 원화로 감상하는 ‘해와 달과 별들의 얘기2’를 한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2시에 안내자들이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들에게 눈높이 설명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