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한국경제 패러독스 5題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2. 15. 17:14

한국경제 패러독스 5題

요즘 한국 경제가 헷갈린다. 경기가 좋아져 나라경제가 커졌다는데 일자리 부족과 생활고는 여전하다. 수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인데 단기 외채가 급증했다는 '뚱딴지' 같은 얘기가 들려온다. 금리를 올려도 자꾸 늘어나는 유동성과 환율 영향을 받지 않는 물가도 '알쏭달쏭'하기는 마찬가지다. 왜일까.

◆ 경기는 풀리는데 일자리 늘지않고

경기가 좋아지면 일자리도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지난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8%였다. 이번 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증가폭이다. 이런 경기흐름이라면 고용사정을 나타내는 실업률과 고용률에도 두드러진 변화가 있을 법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실업률은 3.0%로 작년 같은 달(3.3%)에 비해 0.3%포인트 줄었을 뿐이다. 그나마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0월 모두 60.4%로 똑같다. 과거 노동집약적이었던 경제구조가 기술ㆍ자본집약적으로 변모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 나라경제 커져도 개인소득 제자리

참여정부 임기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4%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간 해도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 경제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살기 어려워졌다'는 아우성에 시달려야 했다. 그 이유를 GDP과 GNI(국민총소득)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은 생산(GDP)이 늘어난 것보다는 총소득(GNI)이 늘어야 경제성장을 체감한다. 그런데 교역조건 악화로 GNI 증가율은 바닥을 기었다. 2005년 3분기에는 GNI 증가율이 0.5%였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지난 3분기 GDP와 GNI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2%와 5.4%였다.

◆ 경상흑자 느는데 단기외채도 증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경상수지는 53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과 교역을 통해 이만큼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특히 수출은 3093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 진 빚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단기 외채가 325억달러나 늘었다. 이에 따라 외국에 누적 단기 외채로만 총 1461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됐다. 돈을 벌었는데도 오히려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왜 그럴까. 주된 원인은 자금난에 직면한 은행들이 국내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외국에서라도 빌려온 데 있다. 또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도 원인이었다.

◆ 금리가 올랐는데 유동성은 더 늘고

통상 금리를 올리면 대출받으려는 사람이 줄어 시중에 돈이 덜 풀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표금리인 콜금리(은행간 단기금리) 정책목표를 올해 들어 0.5%포인트 올렸음에도 시중 유동성은 오히려 더 늘었다.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원인은 은행들에 있었다. 은행들이 외형경쟁에 나서면서 너도나도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우대금리를 제시해서라도 대출 경쟁에 나섰다. 심지어 시중자금이 주식형펀드 등으로 옮겨가면서 대출할 자금이 없어진 은행들은 빚을 져서 대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이 자금을 끌어다 앞다퉈 빌려주는 과정에서 시중유동성이 급팽창했다.

◆ 원화값 강세에도 물가는 되레 상승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하락하면 1달러짜리 수입물품 가격도 1000원에서 900원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게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최근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3% 이상 상승했다.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큰 도움이 못 됐다는 얘기다. 주된 이유는 고유가에서 찾을 수 있다.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할 정도로 오른 유가가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요인을 넘어서 버렸다. 또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내수경기 회복도 영향을 준다. 경기가 좋아지면 수입업자가 환율 하락분을 자기 이윤으로 흡수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진우 기자 / 박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