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돈·파워 열세 극복할 '한국만의 매력' 개발하라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5. 10:29
돈·파워 열세 극복할 '한국만의 매력' 개발하라
 
새 정부의 新외교 전략
동아시아연구원(EAI) 기획
손열 연세대 교수
민병원 서울산업대 교수
김현진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배영자 건국대 교수
 

 

●왜 매력외교인가  

주변국들 非호감 이미지 벗기 경쟁 돌입

성장신화·민주화·정보강국 등 자원 풍부  

세계는 지금 매력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무기와 돈 쌓기보다 상대국의 마음 끌기 즉, 자국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주역은 역시 기존 강대국들이다.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추어 놓고서도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여러 국가들로부터 끊이지 않는 반미시위와 비판, 인기하락에 고민해 왔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고자 초당적 노력을 통해 내놓은 것이 바로 스마트(smart) 파워론과 같은 매력외교전략이다. 미국은 매력외교로 하드파워를 보완하고 그 효과를 배가함으로써 유아독존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 손열 연세대 교수
이웃 일본중국 역시 바닥에 떨어진 비호감, 미국의 인기 공백을 채우려고 매력외교에 열심이다. 엄청난 경제력과 점증하는 군사력의 하드파워를 바탕으로 중국은 책임있는 대국론, 화평발전론, 조화세계론 등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매력공세'란 말을 들을 만큼 지역다자외교를 통해 주변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왔다. 중국의 전통적 가치에 바탕을 둔 '베이징 컨센서스'란 경제모델과 중화문명모델로 조심스럽게 지구적 매력의 발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주변국의 마음을 사기 위한 동아시아공동체론, 자유와 번영의 호(弧), 네트워크동아시아 등 다양한 매력구상을 내놓고 있다. 막대한 경제원조가 매력외교를 뒷받침하는 하드파워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과 일본의 매력외교는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중국과 일본의 제국통치에 호되게 당한 바 있는 주변국가들은 중국과 일본의 매력공간에 온전히 들어가기를 주저한다.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한 주변의 불안감, 일본의 군사역할 확대에 대한 경계심, 자기 중심적 역사인식에 대한 분노 등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모방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기엔 중국은 아직도 문화의 세련도가 낮고, 일본은 결정적인 순간에 편협한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경쟁과 기회의 이중적 매력경쟁 마당이 한국에 열리고 있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명백한 하드파워의 열세 속에서 매력을 신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매력경쟁에서 한국은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편 적지 않은 매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통시대에는 문명과 예의국가로, 산업화시대에는 이른바 네 마리 용의 선두로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발전국가로, 민주화의 시대에는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창출한 민주국가로, 세계화의 시대에는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는 한류국가로, 정보화시대에는 최고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갖춘 IT국가로 발돋움해 왔다. 끝으로 한국은 제국적 위상을 도모해 본 적도 없고, 또 명시적으로 제국주의, 패권을 주창하지도 않은 비(非)제국주의국가이다. 많은 약소국들은 한국의 진출에 대해 위협감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은 다면적 매력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국가들에 다양하게 호소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매력경쟁에 돌입한 주변강대국과 다른 우리만의 자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중견국 매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대한 하드파워 부족분을 매력으로 채워 총력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경제, 문화, 기술, 안보, 환경 영역에서 우리가 쌓아온 다면적 매력자원을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배양되어야 한다. 곧 고도의 지식과 네트워크 조정력에 기반한 외교이다.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과 정부의 세련된 지원이 합쳐질 때, 21세기 매력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외교의 요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 민병원 서울산업대 교수
●매력적인 문화 외교  

 '내 문화·나라 중심주의' 버리고  보편적·독창적 문화상품 내놔야   

한동안 잘나가던 한류의 열풍이 주춤해지고 있다. 한국문화를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일본인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한국드라마를 넘어서려는 중국의 추격도 만만찮다. 야심찬 꿈을 가지고 미국시장에 진출했던 한류스타들이 잔뜩 풀이 죽은 채 되돌아오기도 한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돌아보며 숨 고르기를 할 시점에 와있다. 21세기의 진정한 매력국가,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문화'와 '국가'를 버려야 한다. 문화를 버린다 함은 좁은 의미의 편협한 문화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한류의 붐을 타고 일어난 문화의 열기는 우리 것을 밖으로 알리는 데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남들이 내 문화에 홀려서 매력을 느끼고, 내 문화를 문명의 표준으로 만들려면, 남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품은 후에야 가능하다. 미국시장에 우리의 연예문화를 펼치려는 가수 박진영과, 동아시아에서 현지화된 문화상품 생산체제를 만들려는 기획자 이수만의 노력은 이런 점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

국가를 버린다는 것은 국가중심의 사고방식, 국가주도의 정책패러다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와 국가는 쉽사리 어울리기 어려운 한 쌍이다. 국가가 뒷짐을 지고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시콜콜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개인의 창의성을 훼손할 수도 있고, 자국 중심주의, 편협한 민족주의의 망령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력국가의 문화는 독창적이면서 보편적이어야 한다. 선진국 문화를 내 것으로 소화해 되파는 것도 좋지만, 독창성이 빠져 있으면 결국 원조(元祖)에 당할 수 없다. 한국이 아무리 힙합문화의 앞선 수용자로 행세해도, 우리 음악이 빠져있으면 결국 미국가수의 음반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국적이어서 매력적이지만, 내 것으로 만들 만한 것이 아니면, 한번 즐기는 것으로 끝나게 마련이다.

 


우리만의 경험에 매몰된 영화는 타국민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오감을 사로잡지만, 알고 보면 그 나라의 이익을 탐하는 속사정이 숨어있으면 매력은 혐오로 바뀔 수 있다. 역사문제, 과거사 문제에서 내 입장만 강조하는 드라마는 혐한(嫌韓)만 가중시킬 뿐이다.

한류 상품이 타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상품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상품을 만들어내는 한국민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마음, 문화를 뒷받침하는 제도, 민주화된 정치체제가 함께 평가되기 때문이다. 전통 예의국가에서, 동아시아 발전국가를 넘어 21세기 매력국가로 나아가는 잠재력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문화매력국가의 주체는 창조하는 국민들 하나 하나이며, 서로를 묶어주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그물망이다.

역대 정부는 문화지원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문화국가, 문화주의라는 추상적 구호하에 감독, 통제 중심의 정책에 머물렀다. 향후 문화매력국가의 창조기반을 지원하는 한편, 스스로 매력적이고 문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부만이 우리의 매력자원, 문화자본을 살찌게 할 것이다.


 

▲ 김현진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매력적인 환경 외교  

온실가스 감축등 국제 압력 거세 기술개발 통해 환경·실리 챙겨야 

세계를 향해 오염물질을 내뿜는 국가가 과연 매력적일 수 있을까? 반대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국가는 매력적일 수 있을까? 환경과 경제의 풀기 어려운 딜레마이다.

지난 12월 발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 총회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세계 187개국 정부를 비롯한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140여 명의 대규모 협상단이 발리를 찾았다. 하지만 발리회의의 협상 과정에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왜일까.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 9위, 누적 배출량 23위, 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1위.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거부하기에는 민망한 지표들이다. 특히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면제받은 OECD 국가는 한국과
멕시코, 단 두 나라뿐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더 이상 한국의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지구환경을 위해 경제규모에 맞는 응분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의 높은 비중,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협상 과정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한국 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 여력 및 비용 등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협상에 임하다가 곤경에 빠진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일본 교토에 유치했다.

개최국으로서 성공적인 의정서 채택에 대한 부담과 당시 미국 대표단장으로 참가한 앨 고어 부통령에게 설득당한 결과 일본은 당초 정부안보다 훨씬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후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 국가인 일본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미국, EU 등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일본 정부는 산업계로부터 협상 실패의 질타를 받게 되었다.

올해는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우리나라의 감축 의무에 대한 압력은 고조될 것이다. 새 정부가 매력 있는 환경외교와 경제내교(內交)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무엇보다 '기술과 시장에 의한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 포집 및 저장, 에너지 효율 제고,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기술의 개발과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 등 끄기를 장려하기보다 고효율 전구의 개발과 구입 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여 시장을 키우는 방향의 정책이 환경과 경제를 상생시키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 배영자 건국대 교수
●매력적인 지식 외교  

세계현안 해법 제시할 능력 키워야 IT선진국 이미지 업그레이드 필요 

21세기 한국을 본격적으로 건설해야 할 새 정부가 올해 출범한다. 백년대계의 기초공사는 우리의 지력(知力)을 키우고 활용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계무대에서 중국 굴기(?起)만큼이나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각 변동 가운데 하나가 IT혁명에 기반한 지식의 부상이기 때문이다.

IT혁명으로 지식은 마법의 지팡이가 되었다. 지식이 닿으면 변변치 않았던 것도 놀랍도록 멋지게 변한다.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산업에 지식을 입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지식이 군사력에 닿아 정보력과 첨단무기로 무장한 민첩한 소수 정예부대를 갖추면 백만대군을 능히 상대할 수 있다. 무력으로 정복하지 못하는 상대를 지식으로 설득하여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첨단 기술, 설득력 갖춘 논리, 보편적 세계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지식의 다른 이름은 바로 권력이다.

21세기 국력의 핵심은 지식력이다. 현재 세계 지식력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미국과 서유럽 국가가 압도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연구개발비의 70%를 지출하고 특허의 60% 이상을 생산한다. 첨단기술 부문은 그나마 한·중·일 동북아 국가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타임지 선정 100대 대학 중 85개 이상을 차지하는 구미권 대학은 세계표준지식과 세계 인재의 대표적 산실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들은 세계문제를 규정하고 해법을 제공한다.

예컨대 이들은 북핵문제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우리보다 열심히 연구한다.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소망해야 하는지에 대해 훈수하는 셈이다.

현재 세계지식무대의 무대장치와 소품은 서구풍으로 꾸며져 있고 주인공은 미국이다. 여기에 중국을 필두로 한 동북아 국가들이 주목받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호텔에 우리의 지식이 담긴 IT제품을 명품들과 함께 당당하게 진열하고, 우리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에 아시아인들이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세계지식무대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인정받는 조연으로 크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우리의 당면과제에 대해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물론 인류 공동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세계표준지식을 생산하는 매력국가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지식력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과 연구개발투자 등 지식 인프라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인재는 지식력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아울러 우리가 가진 매력을 설득력 있게 단장하여 널리 알리는 지식외교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IT강국으로 다져진 우리의 지식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됨과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지식외교가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 지식강국을 향한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