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전문가 7인이 추천한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 34권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18. 00:06
전문가 7인이 추천한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 34권
책을 고를 때 가장 망설이게 되는 분야가 과학이다. 일단 비전공자가 선뜻 집어 들기엔 주제가 딱딱하고 무겁다. 몇 장을 슬쩍 들춰봐도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들로 가득하다. 제목이나 저자만 봐서는 책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번역서의 경우 함량 미달의 번역이 원작을 훼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시행착오를 몇 차례 겪은 독자들은 과학책에 도전하는 일을 쉽사리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재미와 교양을 두루 갖춘 과학책이 쏟아지고 있다. 과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저자가 늘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 호평 받은 과학책도 속속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력도 급증세다. 과학책 전문 번역가와 과학 칼럼니스트 등이 그 예.

한번 진입하기가 어려울 뿐 과학책의 세계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숨가쁜 일상과는 전혀 다른 보폭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진리를 깨닫는 즐거움, 나날이 깊어지고 풍부해지는 스스로의 지식을 되돌아보는 뿌듯함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Weekly Chosun은 새해를 맞아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만한 과학책을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대학 교수, 교사 독서 모임 대표, 과학 칼럼니스트, 인터넷서점 과학 북마스터 등 각계 전문가 7명에게 “최근 5년 이내 출간된 책 중 비전공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서적을 다섯 권씩 골라 달라”고 의뢰했다.

총 37권의 책 가운데 중복되는 책은 단 세 권(‘스트링 코스모스’ ‘E=MC²’ ‘인간 없는 세상’)뿐이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발행 연도별로 가장 무난하게 읽을 만한 책을, 허병두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는 중ㆍ고교생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정창훈ㆍ이은희 두 과학칼럼니스트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톡톡 튀는 개성이 돋보이는 책을 소개해왔다. 인터넷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세 곳의 북마스터들은 탄탄한 신간을 위주로 한 리스트를 보내왔다. 각각의 추천 이유에 대한 짧은 서평도 곁들였다.

2008년이 시작됐다.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을 괜찮은 과학책 몇 권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이덕환 서강대 자연과학부 교수ㆍ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과학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는?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2007)

현대 과학이 인간성을 말살했고 환경을 파괴했다고 야단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자유, 평등, 인권은 지극히 최근에 생겨난 개념일 뿐이다. 우리 선조는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굶주림과 질병,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면서 힘든 삶을 어렵게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과학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런 암울한 세상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했을 것이다.

과학기술자문회의 지음,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크리에디트, 1만6500원

‘끈’과 ‘막’으로 이루어진 11차원 세상 스트링 코스모스(2007)

세상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적어도 그 답이 음양오행설(동양)이나 사원소설(서양)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게 밝혀졌다. 그런데 원자와 분자도 아니고, 쿼크(quark)와 보존(boson)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세상은 정말 무엇으로 구성돼 있다는 말인가? 이 책에서는 그 답을 ‘끈’과 ‘막’이라고 밝히고 있다. 4차원의 시공간(視空間)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11차원의 ‘스트링 코스모스’는 무리가 아닐까?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쩌겠는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는 척할 수밖에. 

남순건 지음, 지호, 1만5000원

과학을 중심으로 세상을 통합하라 통섭:지식의 대통합(2005)

물리학에서는 ‘최종 이론’을 밝혀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현대 과학은 종말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과학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의 생활과 사상(思想)에 녹아 들어갈 때만 빛난다. 과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의 대통합, 즉 통섭(統攝)은 그런 목표를 향한 진지한 노력이다. 비단 과학뿐 아니라 사회현상 전체를 움직이는 논리로도 주목 받고 있는 통섭현상을 본격 조명한 책이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ㆍ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만5000원

유전자 창고, DNA의 모든 것  DNA:생명의 비밀(2003)

21세기는 생명과학의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생명과학 지식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고 새로운 농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생명의 정체는 인간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궁극적 자연의 신비임에 틀림없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윤리의 굴레 때문에 그런 의문을 처음부터 포기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유전자를 담고 있는 DNA의 정체를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이 꿈꾸는 생명의 신비는 어떤 것일까? DNA 이중나선 발견 50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제임스 D. 왓슨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2만3000원

우리는 지금 용광로 위에 앉아 있다 노벨상과 함께 하는 지구여행(2007)

과연 인간은 삶의 보금자리인 지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지구가 둥근 공 모양이고, 표면의 70%가 바다라는 정도를 아는 데 만족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육지가 실은 뜨겁게 녹아 있는 맨틀 위에 뜬 얇은 나뭇잎일 뿐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구 깊숙한 곳에 6000도가 넘는 용광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구는 결코 축구공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온갖 신비가 꿈틀거리고 있다. 

김경렬 지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펴냄, 1만5000원

 
허병두 책따세 대표ㆍ서울 숭문고 교사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2007) 똥구멍과 블랙홀 속에 과학의 비밀이!

똥구멍과 블랙홀, 맨홀과 바늘 구멍, 빨대 끝 구멍, 도넛 구멍, 오존 구멍 등 일상의 구멍을 통해 사물에 숨어 있는 구멍에 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신기함과 흥미를 일깨워준다. 구멍에서 역사를 찾고, 구멍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물을 관찰하고 질문하며 사고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똥으로 해결한 과학’(김형자 지음, 갤리온, 9800원)과 ‘라면으로 요리한 과학’(이령미 지음, 갤리온, 9800원)을 함께 읽으면 좋다. 중1 이상이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김형자 지음, 갤리온, 9800원

걸리버 지식 탐험기(2005) 과학자의 눈에 비친 걸리버 여행기

국내 과학저술가 1세대인 저자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과학적으로 풀어서 쓴 책. 중간 중간에 61개의 키워드를 곁들여 과학적 사고와 지식을 키워준다. 풍부한 문학적 소양을 발휘해 원작의 분위기를 살린 점도 돋보인다. 권력이 몸의 크기에 비례하는 ‘거인국’ 대목에서 ‘과학과 종교는 화해할 수 없는가’와 같은 화두를 끌어내고 관련 지식을 제시하는 식이다. 다 읽은 후엔 속편 격인 ‘이인식의 종횡무진 걸리버 과학 탐험기’에도 도전해보자. 중3 이상이 읽기에 적당하다.

이인식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2000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2003) 문답으로 풀어본 일상 속 과학

복잡한 도로에서는 왜 차선을 바꾸지 말아야 할까? 산타클로스가 세계의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일상에서 던질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과학의 세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책.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의문에서부터 깊이 있는 과학적 사고를 이끌어내고 관련 지식을 소개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각각의 질문에 곁들여지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은 상당히 고급이지만 독자가 별로 어렵지 않다고 착각하며 읽게 만드는 미덕을 지녔다. 고교생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만하다. 

정재승 지음, 동아시아, 8000원

E=MC²(2005) 전기문으로 다시 태어난 ‘E=MC²’

세상을 바꾼 엄청난 물리학 공식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의 ‘E=MC²’을 전기문 형식으로 쓴 독특한 책. ‘흥미롭고 유익한 과학책 쓰기’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세계적 과학 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대표작. ‘상대성 원리’라는 공식을 낳게 한 300년 서양 근대 과학사를 흥미로우면서도 지적으로 접근하도록 돕고 있다. 초판은 2001년 나왔지만 세계 물리의 해(2005년)를 기념하기 위해 개정증보판 형태로 재출간됐다. 고2 이상 독자에게 적합하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생각의 나무, 1만3000원

생명윤리 이야기(2007) 정치학과 신학, 그 위에 생명윤리학

청소년에게 본격적으로 생명윤리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과학과 의학은 물론 사이버네틱스(인간두뇌학), 정치학, 법학, 신학, 윤리학,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울러야 하는 분야가 바로 생명윤리학이다. 과거 그리스 시대에 과학과 다른 학문은 미분화(未分化)돼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학문이 미분화(微分化) 상태에서 다시금 통합과 통섭을 지향한다. 주제에 보다 넓고 깊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친절한 설명을 담고 있어 읽다 보면 저절로 관심과 흥미가 생긴다. 고2 이상의 독자에게 권한다.

 권복규 지음, 신동민 그림, 책세상, 1만3000원

정창훈 과학칼럼니스트

과학의 마지막 이론에 도전한다 스트링 코스모스(2007)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과학책을 쓰려는 사람은 스스로가 주제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또 이를 독자에게 친숙한 언어로 매끈하게 풀어 쓸 수 있어야 한다. 외국 과학책의 경우 번역이 아무리 완벽해도 언어 차이에서 오는 의미 전달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과학의 마지막 이론, 우주 궁극의 이론’이라고 불리는 이 책의 주제는 다소 버겁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을 잘 갖춘 저자의 차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남순건 지음, 지호, 1만5000원

보는 과학’의 즐거움 한번은 꼭 읽어야 할 과학의 역사 1·2(2005)

과학의 모든 분야를 가장 간략하게 펼친 책이다. 1권에서는 수학·물리학·천문학, 2권에서는 화학·지구과학·생물학의 키워드가 과학 발전의 순서에 따라 펼쳐진다. 각 장마다 인물 사진과 위성 사진, 모형 등 500여컷의 비주얼 자료를 곁들여 읽는 즐거움 외에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현상을 설명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와 시대의 고민을 이야기 읽듯 접하면 저도 모르게 과학 전반의 흐름에 합류하게 된다. 

닉 플라워스ㆍ데이비드 브래들리 외 지음, 최주연 옮김
에코리브르, 각권 1만5000원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2005)

인간은 종종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정신에 대해 무지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같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일들은 과연 사실일까, 허상일까? 이 책은 세상을 뒤바꾼 심리 실험 10가지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을 들려준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인간성’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충격적 결론이 오히려 담담하게 느껴질 것이다. 과학에 근거를 둔 결론이기 때문이다.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에코의서재, 1만3500원

세상은 빛으로 통한다 빛 이야기(2004)

세상은 빛으로 시작해 빛과 함께 끝난다. 그러니 빛을 이해하면 세상 모두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만큼 빛에 대해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도 없을 것이다. 단순히 빛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이 문화에 끼친 영향을 비롯해 사진술, 라식수술, 광통신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다. 태초의 빛에서부터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에 이르는 빛의 물리학, 신화와 건강과 예술을 아우르는 빛의 문화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벤 보버 지음, 이한음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2000원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물리학의 세계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2003)

과학 지식의 양은 백과사전보다 방대하지만 과학의 맛을 알게 해주는 핵심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현대 물리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본 물질과 에너지와 중력, 그리고 물질의 양자적 행동을 간결하고도 쉽게 설명한다. 파인만 특유의 시각적 해설은 미시 세계를 눈앞에 생생하게 펼치듯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제3강(‘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은 과학의 여러 분야가 물리학이라는 기초 과학을 통해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 시원하게 이해시켜주므로 통독할 만하다. `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1만3000원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인체 시장:‘몸’을 파는 시대(2006) 인간을 물질로만 보는 세태 꼬집어


우리 몸은 ‘팔릴 수 있는 대상’이다. 인체를 단백질 덩어리의 합으로 보는 시각과 인체의 일부를 잘라내고 보관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체를 쇠고기처럼 거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대상을 해체해 조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현대사회의 풍조는 몸조차 조각 내어 대상화·물질화하는 것에 익숙하게 만든다. ‘인간’이란 존재를 파편화된 대상이 아니라 통합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로리 앤드루스ㆍ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ㆍ김병수 옮김
궁리, 1만3800원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2006) 석학 22명이 말하는 인류와 우주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우리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전혀 동떨어진 별개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인문주의(humanism)이란 말이 15세기 무렵에는 지식의 전체로 받아들여졌듯 이런 구분은 오히려 지식 발전과 교류에 방해가 된다.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학자 22명이 인간과 기계, 우주의 관계를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시각’으로 고찰했다. 작고 단편적인 사건들에 집중하느라 미처 깨닫지 못한 전 인류와 우주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존 브록만 외 엮음, 안인희 옮김, 소소, 2만원

골렘-과학의 뒷골목(2005) 과학의 악마성을 일깨운 건 인간이다

과학은 인류를 구원하는 현대 ‘천사’의 얼굴과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과학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다만 ‘골렘’일 뿐이다. 거대한 진흙인형인 골렘은 잘 다루면 유용한 노예지만 자칫 엄청난 힘으로 주인을 밟아 죽일 수도 있는 고약한 존재다. 저자들은 과학(골렘)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과학(골렘)의 폭주를 방치한 ‘사람의 손’의 잘못에 주목한다. 

리 콜린스ㆍ트레버 핀치 지음, 이충형 옮김
새물결, 1만4500원


모성 혁명(2004) 부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필독서

임신·출산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생물학적 지식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육아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임산부를 위한 대부분의 매뉴얼이 ‘모르면 피하라’ 정도의 원론을 다루고 있는 데 놀랐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직접 관련 자료를 뒤지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더해 구성했다. 부모가 되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산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김정은 옮김
바다출판, 1만2000원

인간에 대한 오해(2003) 진화론을 의심하라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은 오히려 인간사회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물사회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그대로 인간사회에 적용시켜 차별의 정당화나 부조리의 고착화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유전자에만 입각한 존재가 아니며 유전적 특질 못지않은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결정론과 환원주의적 시각에 입각해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은 인류의 진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사회평론, 2만5000원

박미옥 인터넷 교보문고 자연과학 분야 MD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어떻게 될까? 인간 없는 세상(2007)

어느날 갑자기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상 수상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아프리카, 북극 등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상을 매력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상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만3000원

알면 사랑하게 된다,  동물의 세계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2007)

‘동물의 왕국’과 같은 TV 프로그램은 언제나 시선을 끈다. 그러나 동물의 삶을 정말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물학자인 저자는 ‘동물을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동물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아프리카에서 50년 가까이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박사, 습한 열대에서 거미줄을 관찰하기 위해 8시간씩 물속에 앉아 있다 온몸에 곰팡이가 핀 존 카딩턴 박사 등 동물학자 이야기와 동물행동연구의 역사도 실려 있다.  

최재천 지음, 궁리, 1만6800원

뉴스 속 엉터리 과학을 바로잡아라 이덕환의 과학세상:우리가 외면했던 과학상식(2007)

TV 단골 메뉴 중 하나가 환경 관련 뉴스다. TV 전자파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나 화장품 중금속 첨가 여부, 지구온난화에 대한 갖가지 우려 등에 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과 근거 없는 조바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 책에서는 실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하나씩 분석하며 과학적 지식과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오류를 파헤치고 진실을 규명한다. 2006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된 저자가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일상 속 과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덕환 지음, 프로네시스, 1만3000원

복잡한 세상, 숫자로 푼다 통계의 미학:통계는 세상을 움직이는 과학이다(2007)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숫자 속에서 살아간다. 주가지수로 경제 변동을 읽고,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로 대선의 판도를 짐작하며, 물가지수로 경기를 판단한다. 이 책은 일반인이 쉽게 통계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여론조사, 로또, 프로야구, DNA 검사 등 일상생활에 숨겨진 통계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과 다양성, 비교와 예측, 판단 등 통계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복잡한 세상의 이면을 꿰뚫는 통계적 사고의 매력을 알려주는 책이다. 

최제호 지음, 동아시아, 1만3000원

식물을 통해 본 인간의 특성 욕망하는 식물: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2007)

식물의 최대 관심사는 자기 종을 세상에 보다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식물은 매 시기 생존 전략을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며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진화해왔다. 동물의 욕망을 자극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식물이 등장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네 가지 특성, 즉 달콤함과 아름다움, 도취와 지배 욕망을 각각 사과와 튤립, 대마초, 감자의 시선에 대입해 인간과 식물의 관계 및 진화의 역사를 그려냈다.  `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황소, 1만4900원


 
최성혜 ‘예스24’ 대리ㆍ자연과 과학 분야 담당

보더니스 베스트 콜렉션:E=mc²+시크릿 하우스+시크릿 패밀리`(2007) 미생물과 공존하는 법

세계적 과학저술가인 저자의 대표작 세 권을 묶어낸 한정판. 속사포처럼 빠른 말솜씨로 일상에 숨어 있는 미생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과학 전문가와 대중 저술가로서의 미덕을 두루 갖춘 저자는 약간은 호들갑스럽게, 혹은 당연하다는 듯 미생물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없을 바에야 그들과 공존하는 게 현명하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E=mc²)ㆍ김명남(시크릿 하우스)
정은영(시크릿 패밀리) 옮김, 생각의나무, 2만7000원


세계만물 그림사전(2007) 6000개의 일러스트로 보는 만물백과

5개 국어로 된 용어와 6000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포함된 비주얼 사전.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사물의 특징과 구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각 용어에 부합하는 시각적 정의를 요약해 보여준다. 이미지를 통해 사물을 정확히 알려줄 뿐 아니라 사물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의 명칭까지 망라했다는 점에서 다른 사전과 차별된다. 전 세계에 25개 언어로 출판돼 800만부라는 경이적 판매 기록을 세웠다. 1086쪽에 달하는 분량과 만만찮은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장만할 만하다. 

궁리 편집부 지음, 궁리, 11만원

인간 없는 세상(2007)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

자연계의 최대 천적인 인간이 사라지면 100년 후에는 코끼리 개체수가 20배로 뛰고 족제비와 여우는 고양이에 밀려 거꾸로 개체수가 줄어든다. 무려 50억년 후까지 예측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부재’라는 상상을 통해 역으로 인간이 얼마나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해왔는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타임’ ‘뉴스위크’ 등 세계 언론의 극찬에 힘입어 현재 아마존닷컴 자연과학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만3000원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2007) 사이비 과학을 고발한다

‘과학계의 전사’란 별칭으로 알려진 저자는 과학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 현재까지 발행인과 편집장을 겸하고 있다. 심령술사나 창조론자, 사이비 역사학자를 비판해온 그는 이 책에서도 과학적 지성의 재무장을 주장한다. 뇌가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고, 한번 믿기 시작하면 ‘믿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빨리 비판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사이비 과학이 어떻게 활개를 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밝힌다.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바다출판사, 1만8000원

미술관에 간 화학자(2007) 미술과 화학의 흥미로운 만남

화학자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로 학문 간 소통이 독자에게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캔버스의 물감이 마르고 발색하는 과정에서 미술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들려준다. 가령 렘브란트가 그린 ‘야경(밤의 파수꾼)’은 본래 대낮을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안료의 화학작용으로 작품 제목까지 뒤바뀐 경우. 물감의 성능이 좋지 않던 시절, 안료를 섞거나 기름을 발라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던 아티스트들은 이과(理科)적 상식에도 훤해야 했다.  

전창림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6000원

금정연 알라딘 과학서적 북마스터

풀하우스(2002) 진화를 새롭게 정의하라


진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진화가 ‘저등한’ 단세포동물에서부터 다세포동물을 거쳐 파충류, 포유류, 궁극적으로는 가장 ‘고등한’ 인류로 ‘진보해나가는’ 단선적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한 안내서. 세계적 고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진화생물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펼쳐 보인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인간 중심주의의 편견을 깨트리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1만5000원


엘러건트 유니버스(2002) 물리학은 인간의 의미를 찾는 작업

어린 시절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해 공상하기를 즐겼으나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과학에 질려버린 이들을 위한 책. 아무런 수식 없이 최신 이론을 설명해나가는 저자의 필력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궁극의 이론’이라 불리는 초끈이론을 향해 집요하게 나아가는 현대물리학의 성과를 꼼꼼히 짚어주는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것이 결국 이 커다랗고 황량한 우주에 먼지 같은 존재로 던져진 인간으로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2만원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 과학책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

비전문가가 쓴 과학서라고 하면 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 비전문가가 빌 브라이슨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지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일하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들었던 이력답게, 책은 모든 과학의 역사와 현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처럼 느껴질 정도. 그만큼 가볍고 경쾌하며 유머를 잃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또한 잊지 않는다. 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 2만3000원

오리진:140억년의 우주 진화(2005)  ‘나’란 존재는 어디에서 왔을까?

근원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지질학·생물학·화학·천체물리학을 아우르며 140억년의 우주 역사를 강렬하게 전해준다. 다만 책 초반부터 난무하는 전문 용어들로 인해 일반 독자들이 쉬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첫 장의 헌사를 참고하시길. ‘하늘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그리고 자신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아직 모르는/모든 이들에게’. 바로 우리를 위한 책이 아니던가. 

닐 디그래스 타이슨ㆍ도널드 골드스미스 지음
곽영직 옮김, 지호, 1만7000원

평행우주(2006) SF영화 속 ‘다중 우주’로의 여행

우주에 대한 여러 상상 중에서도 ‘다중 우주’만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가 또 있을까. 이미 많은 영화와 SF 소설 속에 등장했던 ‘다중 우주’의 개념을 최신의 과학 이론으로 풀어낸 책.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상상의 기본이 되는 과학 이론은 역시 끈 이론이다.(개인적으로는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과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지적이고 흥미로운 동시에 철학적이며 낭만적이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김영사, 2만4000원


/ 최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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