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하나면 된다” 사교육 기승 불안감 고조
대입자율화 시대―(중) 영어교육 혁명]
“영어 하나면 된다” 사교육 기승 불안감 고조
새 정부의 파격적인 영어교육 개혁안이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교원 확충 방안이 모호한 데다 섣부른 영어교육으로 교육 수준이 떨어지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까 우려하고 있다.
◇"영어 개혁안은 사교육 폭탄"=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교육을 국가 과제로 삼고 학교에서 영어만큼은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2010년 고교 신입생부터 일반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을 전국적으로 시범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신설될 기숙형 공립고와 자율형 사립고에서 영어개혁안을 우선 시행한 뒤 일반고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언어 정체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한글문화연대는 24일 "영어 광풍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불안 심리 탓"라며 "인수위 개혁안은 영어 하나면 다 된다는 잘못된 교육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를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영어로 하는 수업을 따라가려면 회화학원을 다녀야 하고 영어시험이 상설화되면 시험과목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일반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면 학생들이 영어학원에 가거나 조기유학을 갈 수밖에 없다"며 "영어가 조만간 '사교육 폭탄'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남 학원가 발빠른 움직임=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올해 초등 4학년이 되는 딸을 둔 최효연(44·서울 방이동) 주부는 "영어개혁안을 뒤집어보면 영어를 못하면 입시경쟁에서 도태된다는 뜻 아니냐"며 "딸아이의 조기유학이나 국제중 진학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운 한영고 영어교사는 "새 정부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영어시험을 상설화했다간 조만간 큰 사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 학원들은 벌써부터 영어 조기교육 관련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A학원은 '초등 5∼6학년에 시작하면 늦습니다. 3∼4학년에 시작하면 중 1∼2까지 iBT 110점, TEPS 850점 ,TOEIC 950점 이상 자신합니다'라는 전단지를 뿌렸고 B학원은 생후 24∼48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미국 교과서로 수업한다는 광고지를 배포했다.
국민일보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