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성적따라 학교 줄세우고 ‘비정규’ 교사 양산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3. 22. 00:39

성적따라 학교 줄세우고 ‘비정규’ 교사 양산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3.20 21:56 | 최종수정 2008.03.20 22:46


[한겨레]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책들은, 하나같이 '자율'과 '경쟁'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기조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학교·학생들의 성적 경쟁을 부추기고 고교 평준화 체제가 해체되며, 교원 사회에서도 비정규 계약직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 교육정보 공개시스템 마련

학사일정·예산 외 성적·졸업생 진로등 수록
초중등 과열경쟁에 '고교등급제' 악용 소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올해 학교 단위에서 공시하기로 한 교육 정보에는 초·중·고교의 학사 일정, 예·결산 자료, 교육과정 편성표 등 정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결과(성적), 졸업생 진로 등 정보가 포함돼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최근 초·중학교에서 부활한 전국 단위 일제고사와 맞물릴 경우 초·중등 교육현장을 걷잡을 수 없는 과열경쟁 사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교육 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교육정보 공개법)은 오는 6월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이 마련되면 일단 학교 단위에서 학교 규칙, 교육과정 편성, 학교시설, 예·결산 자료 등을 1년에 한 차례 이상 공시해야 한다. 교육정보 공개법은 학습과 관련해 '학교의 학년별·교과별 학습에 관한 상황'이라고 두루뭉술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교과부는 20일 '학습 결과', 곧 성적을 학교에서 공시해야 하는 정보로 정했다. 이럴 경우 학교별 성적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학교 서열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숙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정보 공개법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학교간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과도한 성적 경쟁을 부르는 것은 물론, 학교간 서열이 곧바로 매겨져 부작용이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며 "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 미리 고교 성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고교 등급제'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진단평가' 명목으로 부활한 전국 단위 일제고사로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는 사례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치른 전국 중1 진단평가 성적표를 오는 21일 학생 개인별로 발송하기로 하면서, 성적표 안에 학생 개인의 서울 지역내 석차백분율뿐 아니라 과목별 학교 평균까지 담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학생 개인의 상대적 성적 위치뿐 아니라 학교별 평균 성적도 금세 알 수 있게 돼, '학교 줄세우기'가 가능해진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2.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 폐지

영어전용교사 강행 '자격증제' 뿌리째 흔들
학교장 인사권 위임·교원평가도 논란 예고


초·중·고교의 계약직 교사가 늘어나고,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영어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시·도교육감에게 있던 교원 인사권 일부가 학교장에게 넘어가고, 교원평가가 도입되는 등 교직 사회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며 '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을 오는 5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교사의 남용을 막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침은 기간제 교사와 관련해 "정규 교사의 결원 등에 한시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으며 임용·신분·복무·처우 등의 기준이 적혀 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육 재정이 부족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유혹을 느끼는 것이 인건비"라며 "지침이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데, 기간제 교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교사가 될 수 있는 '영어전용 교사제'도 추진된다. 교과부는 "올 12월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는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전용 교사' 선발 자격에 테솔(TESOL) 이수자, 영어권 나라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전직 외교관·상사 주재원 등을 넣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별도의 영어전용 교사 자격증을 만드는 것은 현행 교사 자격증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인사관리의 이원화, 역할 갈등 같은 숱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또 특정 분야 전문가를 교원으로 채용할 때, 시·도교육감의 인사권을 학교장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교원단체들의 반대로 몇 년째 쟁점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 오는 6월 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상당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와 교총은 "교원평가, 근무평정 다면평가, 차등 성과급 평가 등 '삼중 겹치기 평가'라는 문제점은 놔둔 채 교원평가만 강조하는 것은 그릇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3. 영어 공교육-고교 다양화 박차

'영어 몰입교육' 빼곤 인수위 내용 '고스란히'
특목고 확대따라 입시경쟁 부채질·사교육 급팽창 우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영어전용 계약직 교사제' 말고도, △초등 3~6학년 영어 수업시간 확대 △재량활동 시간 등에 영어 수업 △수준별 이동수업 강사료 지원 등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영어교육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논란과 위험이 많은 정책을 여론 수렴이나 전문가 검토 등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등학교 영어 수업은 현재 3·4학년은 주 1시간, 5·6학년은 주 2시간이다. 이를 주 3시간으로 늘리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올 7월까지 만들겠다는 게 교과부의 구상이다. 조진희 서울 영일초등학교 교사는 "초등 3~6학년 영어시간 확대와 관련해 16개 시범학교가 운영되고 올해 하반기에 결과가 나오는데, 이를 점검하지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수업시간 1~2시간 확대하는 데 따를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히려 조기 영어교육을 위한 사교육만 더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재량활동 시간 등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진영효 전국교과모임연합 의장은 "철학·안전·통일·성교육 등 꼭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재량수업을 하자는 것이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인데, 정부가 영어수업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월권"이라고 말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자율형 사립고다.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등 '특수한' 고교와 '기타' 학교로 전국의 고교들이 나뉘고, '특수한' 학교들도 입시 실적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등 고교 평준화 체제가 와해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나아가 고교 입시 실적에 따라 중학교까지 서열화할 가능성도 크다. 아직까지 자율형 사립고의 선발 방식을 두고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기존 자립형 사립고처럼 중학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수준의 시험을 치를 경우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입시 사교육이 급팽창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교과부 간부는 이날 "선발 방식은 올 하반기에 자율형 사립고를 예비 선정하는 과정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4. 지방 교육재정 10% 줄여 '고교다양화' 지원

'특수학교용' 예산전용 '아랫돌 빼 윗돌 괴기'
교육부 "경직성 경비 뺀 10%"…학생복지등 악화 불보듯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방교육 재정을 10% 줄여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같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에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 고교'에 다닐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위해 기존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어서, 다른 많은 일반 초·중·고교의 교육 여건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육 재정은 고등교육 재정과 특별교부금 등을 뺀 초·중등교육 재정으로, 연간 약 30조원에 이른다. 중앙정부의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 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 학생들의 수업료 등으로 구성되지만 인건비·학교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가 70%에 이른다.

문제는 지방교육 재정이 넉넉지 않은 터에 이를 10% 줄인다면, 결식아동 지원비 등 학생 복지나 교육 여건 개선 관련 예산이 희생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천·경기 등 일부 지역은 예산 부족으로 학교를 못 짓는 형편이다.

한만중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정책실장은 "1990년대 구제금융 사태 때 지방교육 재정을 줄인 적이 있다"며 "당시 학생 복지 예산과 운동회 같은 수업외 활동의 경비가 크게 축소된 바 있다"고 말했다.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등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위해 전체 예산을 희생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대변인은 "특수한 몇몇 학교에만 예산을 쏟아부을 때, 나머지 학교들이 겪을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병걸 교과부 교육복지기획과장은 "전체 예산의 10%가 아니라, 경직성 경비를 뺀 나머지 금액의 10%로 수천억원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5.등록금 후불제

치솟는 등록금 견제장치없어 효과 떨어져

기초생활수급권자 무상 장학금도 '재탕'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려 '등록금 후불제'가 추진되지만,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막을 방안은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무상 장학금을 주는 정책은 이미 지난해 발표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미래 소득에 연계한 학자금 대출 제도'는 등록금 후불제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납부하고 졸업해 취업한 뒤, 소득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시점부터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것이다. 소득이 기준에 모자라면, 원리금 상환 기간이 미뤄지고 이자는 정부가 대신 내 준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출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어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과부도 "소득 파악이 핵심"이라며 "구체적 계획은 4월까지 기구를 구성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무상 장학금 제도는 이미 올해 1만8000여명에게 모두 700억원이 지원되는 등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기회균형선발제' 기본계획과 차이가 없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등록금 상한제'처럼 대학이 무한정 올리고 있는 등록금을 견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무상 장학금도 새로운 내용이 아닌 재탕"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6.국가위 기능 강화

연구개발 예산정책 총괄
5개 전문위원회 신설…청와대 수석이 운영위원장 맡아


국가 연구개발 예산배분 정책에서 대통령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의 기능이 대폭 강화되며, 여기에 참여하는 민간 전문가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보면, 정부는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맡던 연구개발 예산정책의 총괄 기능을 국과위로 넘기면서 5개 전문위원회를 신설해 민간 전문위원들이 예산정책을 평가하도록 했다. 전문위원들은 상근직으로 참여한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전문위원회를 총괄하는 운영위원장 겸 국과위 간사를 맡도록 해, 청와대의 기능 확대도 눈에 띈다. 교과부는 "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재원 배분을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대학의 연구개발 강화 방안을 마련해 대학의 재정 지원 방식을 '계획 중심'에서 '연구성과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우수 연구성과엔 인센티브를 줘 국책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며,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돕는 '산학협력기술 주식회사' 설립도 지원한다.

기초원천 연구 투자비중을 대폭 확대해 올해 25%에서 2012년엔 50%로 끌어올리며, 개인과 소규모의 창의적 연구에 대한 지원을 올해 3704억원에서 2012년 1조5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국제과학기술 비즈니스 벨트' 조성 사업과 관련해, 이상목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 사업과 관련해 3조5천억원을 들여 가속기연구소 2곳을 세우는 등 방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다른 견해도 많아 의견을 더 모은 뒤에야 구체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을 통합해 연구지원 체제를 일원화하기로 했으며, 출연연구소의 인건비를 70%(현 38%)까지 지원해 연구자들의 과제 수주 경쟁 부담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대전/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