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채점요원 수만명 필요" 난제 많은 '영어능력시험'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4. 29. 18:40
"채점요원 수만명 필요" 난제 많은 '영어능력시험'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4.29 03:11 | 최종수정 2008.04.29 06:28
수십만이 동시 인터넷시험 장애 위험 말하기·쓰기 채점요원 수만명 있어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013학년도(2012년·현재 중2 대상) 대학입시에서 수능 영어시험 대신 치러지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점수가 아닌 통과 여부만 표시해 자격고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지 4월 28일자 A1면〉 학부모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영어능력시험은 어떤 시험이며,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중2 학년 이하 학부모들의 질문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문제은행 구축, 채점요원 확보 등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영어능력평가시험의 세부 내용과 평가 방법 등을 확정·발표한다.
인수위가 지난 1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중2 학년들이 치르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는 읽기·듣기만을 평가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한다. 그리고 현 초등학교 6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는 읽기·듣기 이외에 말하기·쓰기가 포함된다.
시험은 인터넷상으로 문제를 읽고 답을 입력하는 '인터넷 기반시험'(IBT)으로 치르고, 점수가 아닌 '통과여부'(Pass or Fail)를 표시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수험생들에게 이 시험을 여러번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입시에 활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영어만큼은 수능처럼 정해진 날짜에 수험생들이 일제히 시험을 치르는 풍경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은 공동으로 문항개발 중에 있으며, 5월 13~17일 서울·경기 지역 초3~고3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진행한다. 시험은 초등1(3~4학년), 초등2(5~6학년), 중등1(중1~2학년), 중등2(중3~고1), 중등3(고2~3학년) 등으로 난이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며 읽기·듣기·쓰기·말하기 4개 영역이 모두 출제된다.
이 시험평가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영어능력평가시험의 문항 수, 난이도, 성적발표 방법, 시험성적 유효기간 등이 최종 결정된다.
이 시험이 본격 실시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IBT 시험은 대용량의 서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접속할 경우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국 일반계 고교와 교육청 서버에 동시 접속해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인원은 5만명(평가원 추정). 하지만 수능을 치르는 학년 학생은 55만명이며, 고1·2 학생까지 몰릴 경우 100만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서버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험장에는 해킹 방지용 방화벽을 설치한 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말하기 시험용 헤드셋, 옆 수험생의 답안을 엿듣는 것에 대비할 방음장치까지 필요하다.
교과부가 5월 시험평가를 서울·경기 지역 1000명으로 한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미국의 ETS사도 토플 주관 45년의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IBT시험 개발과 시설 구축 등에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쳤는데, 우리가 앞으로 4년 동안 이런 시설을 다 구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당국은 일단 서버를 늘리지 않더라도 응시 횟수를 늘리면 현재 상태로도 시험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진경애 박사(영어교육정책센터장)는 "5만명씩 시험 날짜와 시간을 나눠 보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문제은행에 정규 문항수의 50배에 달하는 문제를 축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에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시험을 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각기 다른 날짜나 시간에 나눠 시험을 볼 경우, 문제 내용이 다르더라도 과연 같은 난이도가 유지될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오전에 A학생이 치른 5단계(수준) 문제와 오후에 B학생이 치른 5단계(수준) 문제의 난이도가 같은지를 두고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현재 수능 영어의 경우 10여명의 교수·교사진이 34일간 합숙해 50문항을 출제한다. 한 영어교사는 "말하기·쓰기의 경우 국가주도로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어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기·쓰기의 경우 공정한 채점이 관건이다. IBT토플은 현재 최소 3~6명의 채점자가 수험생 한 명의 답안을 채점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채점)인증시험을 통과한 채점단을 최소 2만5000~3만명 구성할 것"이라며 "이들은 훈련을 거친 후 객관적인 '채점 매뉴얼'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시험을 점수가 아닌 자격고사화할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013학년도(2012년·현재 중2 대상) 대학입시에서 수능 영어시험 대신 치러지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점수가 아닌 통과 여부만 표시해 자격고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지 4월 28일자 A1면〉 학부모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영어능력시험은 어떤 시험이며,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중2 학년 이하 학부모들의 질문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영어능력평가시험의 세부 내용과 평가 방법 등을 확정·발표한다.
인수위가 지난 1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중2 학년들이 치르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는 읽기·듣기만을 평가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한다. 그리고 현 초등학교 6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는 읽기·듣기 이외에 말하기·쓰기가 포함된다.
시험은 인터넷상으로 문제를 읽고 답을 입력하는 '인터넷 기반시험'(IBT)으로 치르고, 점수가 아닌 '통과여부'(Pass or Fail)를 표시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수험생들에게 이 시험을 여러번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입시에 활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영어만큼은 수능처럼 정해진 날짜에 수험생들이 일제히 시험을 치르는 풍경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은 공동으로 문항개발 중에 있으며, 5월 13~17일 서울·경기 지역 초3~고3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진행한다. 시험은 초등1(3~4학년), 초등2(5~6학년), 중등1(중1~2학년), 중등2(중3~고1), 중등3(고2~3학년) 등으로 난이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며 읽기·듣기·쓰기·말하기 4개 영역이 모두 출제된다.
이 시험평가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영어능력평가시험의 문항 수, 난이도, 성적발표 방법, 시험성적 유효기간 등이 최종 결정된다.
이 시험이 본격 실시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IBT 시험은 대용량의 서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접속할 경우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국 일반계 고교와 교육청 서버에 동시 접속해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인원은 5만명(평가원 추정). 하지만 수능을 치르는 학년 학생은 55만명이며, 고1·2 학생까지 몰릴 경우 100만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서버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험장에는 해킹 방지용 방화벽을 설치한 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말하기 시험용 헤드셋, 옆 수험생의 답안을 엿듣는 것에 대비할 방음장치까지 필요하다.
교과부가 5월 시험평가를 서울·경기 지역 1000명으로 한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미국의 ETS사도 토플 주관 45년의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IBT시험 개발과 시설 구축 등에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쳤는데, 우리가 앞으로 4년 동안 이런 시설을 다 구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당국은 일단 서버를 늘리지 않더라도 응시 횟수를 늘리면 현재 상태로도 시험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진경애 박사(영어교육정책센터장)는 "5만명씩 시험 날짜와 시간을 나눠 보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문제은행에 정규 문항수의 50배에 달하는 문제를 축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에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시험을 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각기 다른 날짜나 시간에 나눠 시험을 볼 경우, 문제 내용이 다르더라도 과연 같은 난이도가 유지될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오전에 A학생이 치른 5단계(수준) 문제와 오후에 B학생이 치른 5단계(수준) 문제의 난이도가 같은지를 두고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현재 수능 영어의 경우 10여명의 교수·교사진이 34일간 합숙해 50문항을 출제한다. 한 영어교사는 "말하기·쓰기의 경우 국가주도로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어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기·쓰기의 경우 공정한 채점이 관건이다. IBT토플은 현재 최소 3~6명의 채점자가 수험생 한 명의 답안을 채점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채점)인증시험을 통과한 채점단을 최소 2만5000~3만명 구성할 것"이라며 "이들은 훈련을 거친 후 객관적인 '채점 매뉴얼'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시험을 점수가 아닌 자격고사화할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