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도 콘텐츠가 왕…불변의 가치 주목해야”
섬너 레드스톤 비아컴 그룹 회장 디지털포럼서 기조연설
NHN-다음-넥슨 등과 제휴…“한국은 아시아 콘텐츠공장”
“저작권 더 강화돼야…소비자는 콘텐츠 공동 프로그래머”
-
CBS, MTV, 파라마운트(Paramount), 비아컴(Viacom) 그룹을 이끌고 있는 섬너 엠 레드스톤 (Sumner M. Redstone, 84) 회장은 6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 2008’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멀티플렉스의 창안자인 그는 ‘미디어업계의 황제’라고 불리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CNN의 테드 터너(Ted Turner),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과 함께 세계 3대 미디어 재벌로 손꼽힌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레드스톤 회장은 이날 ‘변화는 계속된다. 하지만 변화 속에도 불변의 가치는 있다(원제 - The only Constant Is Change…But Even in Change, There Are Constants)’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고정적으로 지켜야 할 불변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가 조언하고 싶은 포인트는 과거를 다시 짚어 보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변화 수용을 위해 서두르는 중에도 변화하지 않는 것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이는 바로 미디어 사업에 있어서, 그리고 사회에 있어서의 불변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화의 속도를 이끄는 주체는 소비자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기술을 채택하는 주체는 소비자이며, 소비자들이 이끄는 변화의 속도는 혁명적이라기보다 진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 6일 '디지털 포럼 2008' 행사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섬너 레드스톤 회장. / SBS 디지털포럼 제공
-
◆불변의 가치, ‘콘텐츠는 왕’…한국은 아시아 콘텐츠 공장
레드스톤 회장은 미디어 업계 불변의 가치로 ‘콘텐츠(Contents)’, ‘세계화(Globalization)’ 그리고 ‘규제(Regulation)’를 꼽았다. 그는 “콘텐츠는 과거나 미래나 항상 왕(Content is the once and future king)”이라며 “미디어 시장은 이제 국경이 없으며, 세계로 퍼져있는 미디어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The Global village will continue to grow)”고 강조했다.
레드스톤 회장은 “미디어 업계에서의 저의 지난 행동과 경험은 단 한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진행돼 왔다”며 “언제나 이야기, 노래, 프로그램, 게임, 필름, 및 파일 등과 같은 최고의 '콘텐츠' 만을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모여 미디어를 완성시키며, 이는 우리 업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디지털 기술로 인해 유통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과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드스톤 회장은 이어 “미디어 산업에서 한국 시장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며, 기술 발달과 습득 속도는 세계에서 최고로 빠른 수준”이라고 높게 평가한 뒤 “비아컴은 한국 게임업체 넥슨, 포털업체 다음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고, 한국 최대 포털업체 NHN과 협력을 맺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의 콘텐츠 공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며 “한국 가요, 한국 영화, TV 드라마, 비디오 게임 등은 모두 일본, 중국, 및 동남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점점 서구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비아컴이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에 1억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더 투자액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레드스톤 회장은 “세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있고, 전자통신 비용도 줄어들면서 우리(전세계)는 전례 없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며 “아시아는 이러한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국가 간 혹은 문화 간 경계를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뜨리고 업계와 소비자들을 이전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더 낮은 비용으로, 그리고 더 깊게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때 엔터테인먼트 소비 행위는 엘리트층의 특권이었으나, 현재 여러 해외 시장에서는 중산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손꼽힌다”며 “이는 특히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수년 후 아시아 전체 인구의 3분의 2는 35세 이하일 것이고,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더 큰 비율의 실질 소득과 국제적 상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인들이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평균 광대역 속도보다 몇 배 이상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을 하며 2배수 정도의 가정에서 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
-
▲ 6일 '디지털 포럼 2008' 행사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섬너 레드스톤 회장. / SBS 디지털포럼 제공
-
◆국내 미디어 규제완화 기대…“저작권은 더 강화돼야”
이 밖에도 레드스톤 회장은 “공평한 규제(equitable regulation)가 향후 미디어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정부의 규제정책은 급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미디어 산업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한미 무역협상을 통해 케이블 채널의 외국자본 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한국 소비자들이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적정한 규제정책’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저작권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시대 저작권은 더 강해져야 한다(Copyright is even more right in the digital age)”고 말한 뒤 “최근 미디어업체들이 만든 동영상이 유튜브 등 공유 사이트에 무상으로 게재-유포됨으로써 미디어 비즈니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비아컴은 지난해 유투브에 대해 비디오 16만 여개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1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부터 광화문까지, 저작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며 “음악 및 영화의 전체 파일의 불법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웹사이트, 불법 DVD 복제, 및 유튜브(YouTube)와 같은 경로를 통해 저작권 컨텐츠가 불법 유포되면서 미디어 비즈니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비지니스 측면 뿐 아니라 창작자들에게도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영화 불법복제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만 연간 200억 달러”라며 “저작권 보호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하도록 하고 혁신적-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티스트나 아티스트의 창작물에 투자를 한 업체에게 무료 서비스는 비합리적이며 용인할 수 없다”며 “따라서 ISP, 디바이스 제조자, 호스팅 업체, 사이트 운영자 등과 같은 통합관리자(aggregator)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드스톤 회장은 연설을 마무하며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소비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 그룹의 불변가치로 ‘소비자’를 꼽은 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소비하는 사람이 아닌 공동 프로그래머이자 공동 개발자”라고 말했다.
-
-
▲ 6일 '디지털 포럼 2008' 행사에서 열린 미디어 정상회의. / SBS 디지털포럼 제공
-
◆섬너 엠 레드스톤 (Sumner M. Redstone) 회장 = CBS 그룹, 파라마운트 영화사, MTV 네트웍스, 바이어컴, 사이몬 앤 슈스터 출판사 등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 재벌이다. CNN의 테드 터너,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한 루퍼트 머독과 함께 세계 미디어 3대 거두로 손꼽힌다.
그는 31세 때 ‘변호사’ 업을 접고 196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 즉 복합상영관의 사업모델을 고안해 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당시 영세했던 극장사업의 판도를 변화시켰고, 미국 시장에서 극장 사업자들은 영화사와 대등한 지위에 오르게 되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 VCR과 케이블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극장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 그는 1987년 전국적인 케이블 네트워크 기업인 비아컴(Viacom)을 인수했다. 이어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세계 최대의 비디오샵 체인인 블록버스터를 사들였다. 1999년에는 미국 대형 방송사인 CBS를 인수하며 세기의 합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아컴은 2001년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1위의 미디어 그룹으로 선정되나 바 있다.
비아컴은 미국 케이블네트워크(MTV, NICKELODEON, COMEDY CENTRAL 등) 청취자 수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한국내 최다관객을 동원한 외국영화로 기록된 ‘트랜스포머’를 제작했고, CBS 방송은 CSI, 서바이버(Survivor) 등 인기 외화로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07년 2월에 바이어컴은 지난해 구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상대로 10억 달러짜리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 재판결과에 따라 미디어 업계의 판도는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