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팝아트 2세대' 작가 9명 전시
명랑한 듯 음울하게… 가벼운 듯 우수 넘치게
일본현대미술 스팟! 전
'일본 팝아트 2세대' 작가 9명 전시
애니메이션·게임 세대에게 큰 호응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시간 : 2008.07.01 03:03
중학생 덩치의 플라스틱 토끼 네 마리가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관객을 맞는다. 키 150㎝에 몸통 직경 52㎝. 두 귀는 쫑긋하고 양 볼은 발그레하며 표정은 뾰로통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튀어나온 듯한 분홍색, 하늘색, 흰색, 검은색 토끼의 이름은 〈윈디버니〉. 일본 팝아트 작가 마츠우라 히로유키(44)의 작품이다.
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2~23일 《일본현대미술 스팟! 전》이 열린다. 20~40대 일본 작가 9명의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일본 팝아트 2세대'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요시토모 나라(49)와 무라카미 다카시(46) 등 앞 세대의 뒤를 이어 일본 팝아트의 새 흐름을 대변한다.
평론가들은 일본 팝아트의 특징으로 ▲순수미술에 만화와 게임 캐릭터를 끌어들인 점 ▲우키요에(일본 전통 목판화)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색감 ▲명랑한 동시에 음울하고, 앙증맞은 동시에 비관적인 분위기 등을 꼽는다.
일본 팝아트에는 현실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특정 만화와 게임에 광적으로 몰입해 가상의 위안을 구하는 이른바 '오타쿠' 정서도 묻어난다. 한국과 중국 미술품에 비해 작품 사이즈가 작은 편이고, 붓질과 색채가 섬세하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 ▲ 일본 작가 마츠우라 히로유키의 플라스틱 설치작품〈윈디버니〉. 순수미술에 만화와 게임 캐릭터를 끌어들인 점이 일본 팝아트의 특징이다. /갤러리인 제공
이번 전시에 참가한 사쿠라이 리에코(31)는 구름 옷을 입은 소녀가 양 손에 무지개를 들고 있는 유화 〈날씨 소녀〉를 냈다. 하토리 치카(27)는 흰 토끼가 푸른 풀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유화 〈유혹〉을 냈다. 두 작가의 화폭에는 가볍고 달콤한 우수가 넘친다.
야마모토 마유카(44)의 유화 〈생쥐〉는 몽환적이다. 야마모토는 캔버스 가득 푸른색을 칠한 뒤 흰색 생쥐 의상을 입은 꼬마를 그려 넣었다. 푸른 색은 서늘하고, 흰색은 부드러우며, 꼬마는 담담하게 외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일본 팝아트는 최근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부쩍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윈디버니〉의 작가 마츠우라는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 때 큰 인기를 끌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만화 캐릭터를 그린 그림 석 점이 추정가(3500만~6100만원)를 열 배 가까이 웃도는 값(3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즐기며 자란 관객들이 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다. 알게 모르게 일본 '망가'의 영향을 듬뿍 받고 성장한 한국 20~30대 작가들의 작품과 견줘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02)732-46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