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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박사 배출' 中에 밀리는 까닭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7. 21. 12:16

한국 `美박사 배출' 中에 밀리는 까닭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7.21 05:01

 

"국내 공부 많아지고 이공계 기피 현상도 작용"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적신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출신 대학(학부)별 집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근래 들어 `중국세'에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은 국가 차원의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뜻한다.


이는 중국의 소득 증대에 따른 유학생 증가, 나라별 연구 여건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연구인력에 대한 병역혜택 감소, 대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 등 국내 요인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1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과학기술전문인력위원회(CPST)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학부 졸업생 집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가 최근 수년간 계속 떨어지는 반면 그 자리를 중국 대학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학·공학 분야에 한정된 통계이긴 하지만 1994년 집계에서 서울대는 541명의 미국 박사를 배출해 해외 대학 가운데 단연 1위였고 이어 연세대(7위, 150명), 고려대(10위, 107명), 한양대(12위, 100명) 등이 10위권 내외에 들었다.

당시에도 국립대만대(2위, 478명), 베이징(北京)대(3위, 284명), 푸단(復旦)대(4위, 173명), 대만 국립성공(成功)대(5위, 165명) 등 중화권 대학이 상위권에 많기는 했지만 10위권 내에 인도 뭄바이대(6위, 152명)가 끼어 있는 등 `중국 일색'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때 단연 1위를 달리던 서울대는 2004년 전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 집계에서 칭화(淸華)대에 1위 자리를 내 준 데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는 베이징대에도 추월당해 해외 대학 중 3위로 밀려났다.

또한 1994년에는 서울대 학부 졸업생 중 이학·공학 분야에서만 541명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2004∼2006년에는 서울대 학부 출신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전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300여명에 그쳤다.

서울대 학부 졸업생 중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사례가 10여년만에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1997∼2006년까지 10년 누계에서는 서울대가 여전히 해외 대학 중 1위이고 미국 대학까지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 이어 2위이긴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중국 대학들의 약진에 밀리고 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는 "하계(베이징) 올림픽은 다음달에나 개막하지만 중국 대학들은 이미 고등교육기관 간의 중요한 글로벌 경쟁에서 금·은메달을 땄다"며 "앞으로는 10년 누계로 따져도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한국 라이벌(서울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1980년대 중반에 서울의 경우 연간 입학정원이 6천∼7천명에 달한데다 당시는 대부분이 해외에 나가 공부를 계속해 학위를 따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1994년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학장은 "하지만 최근 입학 정원이 줄어들었고 국내 대학원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이는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관계가 있는데 요새는 (박사)학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다 중간에 전공을 바꾸거나 고시를 보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연구인력에 대한 병역혜택 등이 줄어들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1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인력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모 사립대에 재직중인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는 "1994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는 대부분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각종 병역 혜택이 있었을 때 유학을 갔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를 계속하면서 박사학위를 따려면 기회비용까지 합쳐서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처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 학생들이 그런 길을 가지 않으려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학부 졸업부터 박사학위 취득에 걸리는 시간을 평균 9년 정도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군복무 등이 있어 그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욱 개인적 희생이 크다는 것이다.

오 학장은 "그래도 요새는 군 복무기간이 2년으로 줄어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해외로 나가 공부를 하는 인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