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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다큐멘터리, 안방 시청률 효자로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2. 14. 18:44

'명품' 다큐멘터리, 안방 시청률 효자로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

 

명품 다큐멘터리가 위기를 맞은 안방극장의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새 드라마와 예능 등 안방극장 간판 콘텐츠들의 시청률은 소폭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수준급 다큐멘터리들은 오히려 시청률 상승세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 왜?

방송사들이 앞다퉈 명품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속하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광고 판매가 잘 안되다보니 아직까지 방송사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 협찬을 통해 제작비의 상당 부문을 충당하고 방송사 쪽에서 또 일부를 대는 형식으로 명품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지만 정산을 거치고 나서 수익이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명품 다큐 춘추전국시대

SBS는 민방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를 다큐멘터리 제작에 할애하는 편이다. 외주 제작사들이 가장 먼저 프로그램 제작을 타진하는 곳이 SBS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 '코난의 시대' '집념, 저 산 너머 죽음을 넘어' '신의 길 인간의 길' 등이 올 한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신의 길 인간의 길'은 지난 8월 방영 당시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최근 '인재 전쟁'을 방송한 SBS 교양국 측은 내년에도 '유머: 인간이 유머가 있어야 산다' '두루미' 등 다양한 테마의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KBS와 MBC는 지난 7일 1부가 방송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와 'MBC 스페셜-북극의 눈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누들로드'는 국수를 통해 인류 음식의 문명사를 되짚어본다는 독특한 기획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알의 밀이 국수가 돼 세계인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감춰진 동서 문명의 수수께끼들을 파헤쳐나가는 장면이 세련된 영상과 음향으로 구현돼 고품격 다큐멘터리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북극의 눈물'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차 얼음과 빙하가 사라져가는 북극의 모습을 밀착취재한 다큐멘터리로 극지방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생물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공개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의 폭발적 호응에 내년 1월 1일 앙코르 방영까지 결정했으며 출간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MBC는 내년초 아시아 공룡에 대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사자에 대한 자연 다큐멘터리 등도 계획중이다.

★한류 다큐시대 가능할까

달라진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폭발적이다. '누들로드'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 아이들을 불러모아 함께 봤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이 정도라면 세계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다"는 등의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업계는 막대한 자본의 힘을 손꼽는다. '대장금'이나 '태왕사신기' 등과 같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류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인적 인프라 이외에도 자본의 힘이 컸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품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능했던 점은 역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것.

'북극의 눈물'의 경우 총 제작비가 20억원에 달한다. 3부작이라 편당 6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는 계산. 제작비와 콘텐츠의 질은 정비례 관계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MBC 교양 1CP 윤미현 부장은 "일각고래 하나 제대로 찍기 위해 1주일을 투자했다. 시간과 돈, 노력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 최고 수준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가 있는 것"이라며 "과거 한국의 다큐멘터리가 주제는 좋은데 스타일이 마음에 안든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최고의 영상과 편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불황으로 인해 내년도 다큐멘터리 제작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불황기와 호황기의 광고 판매율 진폭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예산 삭감 분위기 속에서 다큐멘터리 쪽에 최소한의 타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새나오고 있다.





입력 : 2008.12.14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