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한국판 토플' 성공할까…교육계는 ‘시큰둥’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2. 19. 00:14

'한국판 토플' 성공할까…교육계는 ‘시큰둥’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12.18 20:31 | 최종수정 2008.12.18 22:34

 

정부가 2012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도입키로 한 것은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이고, 영어시험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평소 소극적이던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8일 직접 브리핑할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토익·토플 공화국'이라 불리지만 정작 토익 900점 이상을 받고도 외국인과 말 한 마디 못 나누는 '무늬만 고득점자'가 부지기수다. 반복출제 및 단순 외우기식 영어교육이 빚은 폐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정부안의 골자는 읽기·듣기 위주의 학교영어에서 벗어나 듣기·읽기·말하기·쓰기 등 종합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점수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1∼3등급으로 평가를 세분화한 대목도 눈에 띈다.

2∼3등급은 고교생용으로 개발해 대학입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1등급은 대학 2∼3학년 수준으로 출제해 졸업·취업·유학 시 기존 토플이나 토익으로 대체하는 '한국형 토익·토플'인 셈이다.

하지만 교육계 반응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영어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보다는 제3의 사교육시장을 조장하고 시험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부정론'이 대세다.

정부는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결정했던 2013학년도부터 수능 외국어(영어)영역 시험을 폐지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는 이로 인해 빚어질 논란을 우려해 2012년에 수능 대체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수능 대체 계획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기존 수능 외국어(영어)영역 시험이 있는 상태에서 시험과목만 하나 더 늘려 영어학원의 배만 불리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험생, 학부모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능 영어도 준비하면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대비도 해야 하니 '이중부담'이나 다름없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능 과목 축소와 수능영어 대체라는 인수위의 어설픈 발표가 뒤집혀 혼란만 가중시켰다"면서 "'한국형 토플'이 수능 영어를 대체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입 참고자료로 활용되면 또 다른 영어 사교육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과부 장관의 브리핑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소문난 잔치'치고는 먹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발표를 빼고라도 영어회화 전문강사 도입과 초등학교 영어시간 확대 등은 이미 발표된 내용의 재탕, 삼탕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장관의 취임 후 첫 브리핑이 '고위층 물갈이' 파문을 희석하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브리핑이 청와대로 향하는 '코드' 인사의 비난을 돌리는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