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한글 영문표기 또 바뀐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6. 24. 16:25

한글 영문표기 또 바뀐다

이데일리 | 김세형 | 입력 2009.06.24 15:01 | 수정 2009.06.24 15:54

 

- 내년초까지 개편안 마련
- 해방후 4번째..2000년이후 9년만
- MR방식 환원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지난 2000년 DJ정부 시절 국어학자가 중심이 돼 바뀐 한글의 로마자표기방식이 다시 바뀐다. 정부는 국제적인 표준에 방식 변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2000년 이전 표기방식인 매큔-라이샤워(MR)방식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높다.

영문표기가 들어간 전국의 교통안내간판에서부터 각종 공문서는 물론 일반 출판물까지 전부 바꿔야 할 사안인 만큼 일시적인 큰 혼란이 예상된다. 한글 경시 주장이 비등하면서 추진시에 난항도 있을 전망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14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한글 보편성 확립 및 경쟁력 제고방안` 일명 `세종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세종사업은 로마자표기법은 물론 외래어표기법, 한글 맞춤범 등 어문규범 전반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특히 로마자 표기법을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읽고 쓰기 쉽도록 재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8년 해방 이후 공용어를 일본어에서 한글로 제정하면서 로마자표기법도 만들었다. 정부 수립 이전 미 군정 치하에 있었으므로 미 군정이 로마자표기법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DJ정부 시절인 2000년까지 두 차례 로마자표기법이 바뀌었고 2000년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로마자표기법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로마자표기법 개정을 놓고 외국인이 표기법 개정에 반대하는 등 외국인과 내국인간 대립이 극심했지만 결국 내국인이 중심이었던 국어학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전국의 교통안내표지판과 공문서 표기 등을 죄다 바꿨지만 혼란은 여전하다는 게 국경위측 설명이다.

국경위는 "2000년 개정된 로마자표기법이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기법인 MR방식과 달라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례로 해외의 한 포털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국의 10대 도시를 보면 같은 `부산`인데도 `Busan`은 2대 도시에, `Pusan`은 5대 도시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 이문열씨의 영문 이름 표기에도 `Yi munyol`, `Lee mun-yeol`, `Lee moon-yeol` 등 무려 10개 이상이 혼용되고 있어 이 `Yi munyol`이 그 `Lee mun-yeol`이 맞냐는 문의가 올 정도라는 것.

강만수 국경위장은 "논문 쓰다가 표기법 때문에 중지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할 정도로 로마자 표기법이 엉망"이라며 "지명, 인명, 고유명사 등에 대한 통일된 표기법도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글이 너무 과학적으로 제정돼 있기 때문에 로마자로 완벽하게 한글을 표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어느 방식을 채택해도 불합리한 모순과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제 표준에 맞고 외국인을 생각해서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적인 표준을 고려한다는 것은 MR방식으로의 환원을 뜻한다. 강 위원장은 다만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기준들을 참고하고,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자 수요자, 기업인 등 의견을 반영해서 다시 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선 올해 용역을 수행하고 내년초까지 로마자 표기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2011년까지는 로마자 표기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행 외래어표기법은 인명과 지명은 현지발음을 따른다는 원칙과 기존 한자음 발음 관행이 혼용되면서 혼란이 있다. 중국 수도와 관련해 `북경`과 `베이징`이 함께 쓰이고 있고, 일본 수도인 `도꾜`와 `동경`이 함께 쓰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전문용어의 경우에도 `콜라겐`과 `콜라젠` 등의 혼선이 있기는 마찬가지.

정부는 언어의 실생활을 반영해 이같은 혼선을 바로 잡고 아직 표기법이 확립되지 않은 아랍어와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외래어 표기법도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또 한글의 풍부성 차원에서 표준어규정도 손보기로 하고 오는 2011년까지 외래어 표기법과 표준어규정 개정작업도 마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