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

국가대표 보셨나요?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8. 11. 17:56

오랜만에 영화평을 올립니다.  영화광 가족은 때론 성별로 때론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영화를 관람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이가 드니 가족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군요.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감상은 한 자리에 앉아 신나게 떠들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가대표' 영화가 개봉되기만 기다린 저로서는 보게 된 것만도 기뻤습니다. 이 영화는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로 나뉘어져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눈물이 날 게 뻔했거든요. '최루성 영화'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스포츠계에서도 관심 종목이 아니면 철저하게 무시당한다는 것은 지난 '우행순' 때 느낀 바지만 어려운 운동 환경에서도 왜 박차고 나오지 못하나하는 궁금증은 이번 영화를 보며 해결했습니다. 남이 뭐라해도 '국가대표' 운동 선수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있군요. 꼭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그들에게 힘이 되지 않고 자신만의 무엇인가가 작은 희망을 끄집어 내는 군요.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됩니다. 한국이 왜 자꾸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동계스포츠 종목을 즐기는 인구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쇼트 트랙'이나 '김연아'를 떠올리는 '피겨스케이팅' 정도의 세계적 선수들로는 동계올림픽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영화얘기를 합니다.   

 

천마산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됩니다.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 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박탈 당했던 나이트 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재복은 복도 없지 흥철의 약물 복용 때문에 같이 메달을 박탈 당했다는군요.  영화에서 골프채로 맞는 씬이 너무 많이 나와 고생 무지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가 얼떠결에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가 됩니다. 밥을 제외하고는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금메달 따면  밥에게는 아파트를 주고 흥철, 칠구, 그리고 재복은 군 면제를 받게 해둔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합니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이 점프대 공사장을 전전해야 했고 제대로 된 보호장구나 점프복도 없이 오토바이 헬멧, 공사장 안전모 등만을 쓰고 맨몸으로 훈련에 임해야 했습니다. 승합차 위에 스키 점프 자세로 고정되어 달리는 위험천만한 질주, 폐(閉)놀이공원 후룸 라이드를 점프대로 개조해 목숨 걸고 뛰어내리기는 트레이닝에도 이들은 점점 선수다운 모습을 갖춰 가고, 스키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가는 순간이 행복해집니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오버스트도르프 월드컵에 참여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외국선수들의 비웃음과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폭력사건으로 인해 대회참가 자격을 박탈 당합니다. 하지만 날씨 때문에 대회가 중간에 취소되고 모든 참가자가 나가노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 날 한국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끝내 탈락하게 되고,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은 해체 위기에 처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잠시 다시 심기일전하여 올림픽참가를 위해 열심히 훈련합니다.

이들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 다섯 명은 2003년 제21회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003년 제5회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07년 제23회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009년 제24회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따게 됩니다. 오늘도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큰 시련을 이겨내고 인생에서 새로운 전화점을 찾은 다섯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내 나라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위험한 씬이 많았음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무서운 프로 근성을 보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 실화의 감동이 더 커졌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