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아이에게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2. 22. 00:54
"아이에게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 2009-12-21

 

"당신이 틀렸어요."

누군가 당신의 자녀교육법에 반기를 든다면? 미국의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포 브론슨(46·사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양육방식이 틀렸다고 단언한다. 세계 최초로 전 세계 60개국 7000명의 과학자들이 10년 동안 학생들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 '양육쇼크'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자녀교육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능'이 아닌 '노력'을 칭찬하라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 캐럴 드웩 박사와 연구진이 10년간 뉴욕에 있는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칭찬의 효과를 연구했죠. 결과는 충격적이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연구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오랫동안 똑똑하다고 칭찬을 들어온 아이들의 성취도가 갈수록 낮아졌기 때문이다. 포 브론슨은 "칭찬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었다. 지능을 칭찬하는 것은 아이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생 400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지능'을 칭찬하는 그룹과 '노력'을 칭찬하는 두 그룹으로 나눠 시험점수에 대해 칭찬을 한마디씩 덧붙였다. 이후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두 종류의 시험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교사들은 한 시험에 대해서는 처음보다 좀 어렵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시험은 지난번과 같은 정도의 쉬운 시험이라고 말하게 했다. 노력그룹의 90%가 더 어려운 시험을 선택한 반면, 지능그룹의 대부분은 쉬운 시험을 선택했다.

"시험에서 모두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반응은 확연히 달랐죠. 노력그룹은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다음 시험을 준비했어요. 반면 지능그룹은 더 이상 자신이 똑똑하지 못한 증거라고 생각하며 좌절했죠. 마지막 시험에서 노력그룹은 30%가량 성적이 향상됐고, 지능그룹은 처음보다 20%가량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자신감도 결여됐고요."

그렇다면 지능그룹은 왜 쉬운 시험문제를 선택했을까? 그는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는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모험을 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날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똑똑한 아이일수록 노력하는 과정과 노력하지 않음에 대한 칭찬과 훈계가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포 브론슨과의 일문일답.

―아이에게 어떤 특별한 양육방식을 추천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너는 정말로 똑똑하구나. 엄마는 너를 정말로 사랑한단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라. 아이에게 이 말은 '영리하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비쳐, 아이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부모의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조건적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 또, 아이들의 지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절대로 선천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 9세에서 12세 사이의 아동들이 방과 후 일주일에 두 번 75분간의 훈련을 통해 단 8주 만에 지능을 15점이나 올릴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아이들은 두뇌를 훈련시키기 위한 적절한 게임을 했을 뿐이다. 유전적 차이 역시 여전히 관계가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노력하지 않는 아이는 똑똑해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미 아이가 실패를 경험한 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시기를 겪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누구나 그런 일을 경험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모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어떻게 집중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일화를 들려준다. 단순히 힘내라고 격려하거나 억지로 자신감을 고취시키지도 말아야 한다. 더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다.

―다섯 살 된 딸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의 칭찬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나.

오직 세 가지만 칭찬한다. 첫째, 부모를 쳐다보지 않고 읽고 있는 책을 계속해서 볼 때. 둘째, 자음과 모음이 짝을 이루며 시작되는 단어를 발음하고 그 소리를 직접 들을 때. 셋째, 손가락으로 단어 아래에 밑줄을 치며 읽을 때. 이 세 가지 포인트에만 "잘했어"라고 칭찬을 한다. 아이가 이 세 가지를 할 때 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가 책읽기를 잘하게 되면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다. 칭찬할 포인트를 정하고 노력에 대해 칭찬하는 것과 무조건 애정만을 담아 '귀엽다. 예쁘다. 잘했다. 똑똑하다'라고 말하는 칭찬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부모들을 위해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조언이 있다면.

이번에는 칭찬이 아니라 부부싸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자녀 앞에서 부모가 다툰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일이다. 아이들은 집안 벽을 통해서도 부부간의 적대감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의 연세대학교와 미국의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실시한 새로운 연구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부부간의 갈등을 목격할 때에도 유익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부모가 진정으로 만족스럽게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경우에 한해서다. 부부싸움을 목격하고 상처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갈등의 해소와 협상·화해 등의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싸움 후 해결도 없이 주눅 든 아이에게 '똑똑하다. 넌 다르다'고 칭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의 양육방법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