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시 논술 특징과 2010학년도 출제 전망
2010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서울대과 서울교대, 춘천교대, 그리고 일부 신학대학만이 논술고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논술의 영향력은 매우 축소된 편이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2단계 전형에서 논술을 30%(사범대학은 22%) 반영하기 때문에 비중이 크다. 또 논술고사는 이미 확정된 학생부, 수능 성적과 달리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다른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먼저 서울대 정시 논술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2010학년도에는 어떠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지 살펴보자.
서울대 정시 논술의 특징
1)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서울대에서 밝히고 있는 통합교과의 의미는 '교과와 교과의 기계적 통합이 아닌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내면에서 길러지는 통합적 사고력'이다. 즉, 학습 과정에서 배운 내용들을 각각 분리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교과들의 지식들을 연계하고 전이할 수 있는 비판적·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유형의 논제들을 쉽게 정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야 한다. 통합적 사고력은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습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확한 교과 지식이 기초가 돼야만 정확하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통합교과형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분석적·통합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2) 다문항 다논제형 논술고사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 시간은 300분(5시간)으로 타 대학에 비해 긴 편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하는 논제 수까지 고려하면 한 논제당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고 볼 수 있다. 2008학년도 정시 논술고사 자연계 세부 논제는 27개나 됐고 학생들 역시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반영해 2009학년도 자연계 논술은 17개의 논제를 출제했다. 인문계열은 지난해 3문항에 세부 논제가 4개였고 올해도 2009학년도 수준으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다문항 다논제형으로 출제하는 이유는 하나의 논제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논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평가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심층적인 응용력을 요하는 논제에서부터 이해와 분석만을 바탕으로 접근하기 쉬운 논제까지 고르게 출제한다. 이렇게 구성된 논제들을 모두 해결하려면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어려운 논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모두 사용해 쉬운 논제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3) 과정 중심의 해결형 논술고사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의 논제들을 보면 해결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유형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단순히 결과의 옳고 그름만을 판단하는 논제들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분석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논제가 요구하는 정확한 결과와 풀이 과정을 세부적으로 알고 있지 않더라도 논제 해결에 필요한 조건을 선별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들을 모두 시도하고 서술해야 한다. 출제자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보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전개한 사고 과정과 논리력을 평가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학년도에 출제되었던 자연계열 화학 교과 영역의 문항 1의 [논제 1]을 보면 다음과 같다.
[논제 1] “제시문에 설명된 물의 성질로부터 물에는 표면장력이 존재함을 논술하고, 표면장력 ο의 크기를 추정하시오. (표면장력은 단위 면적당 에너지로 주어진다.)”
이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표면장력의 정의를 바탕으로 물에 표면장력이 존재함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서술했지만 이 사실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채점 총평에서 밝히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결론은 바르게 제시했지만 이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논리 과정에 대해서는 표현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해결 과정에 있어서 명확한 사고와 추론 과정은 서울대의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4) 교과 중심의 주제 및 지문을 활용한 논술고사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의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필요한 제시문을 보면 대부분이 교과서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의 내용과 관련된 교과 영역도 문항에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 선별된 내용이 어떤 교과와 연관되는지도 쉽게 파악하게 했다. 출제된 주제와 관련된 심층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결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표] 참조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 출제 전망
인문계열
2010학년도에도 기존의 논술고사 출제 방향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주제를 미리 선정하고 그 틀 안에서 글을 써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암기된 지식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준비보다는 경제, 사회·문화 교과서 등에서 빈출 주제에 관한 개념 정리와 연구 문제 풀이를 통한 사고의 확장 과정을 훈련해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서울대는 첨예한 쟁점을 다루는 시사성이 강한 주제보다는 고전적이고 원론적인 교과서적 주제나 쟁점을 주로 다루어 왔다. 2010학년도 정시 논술고사 역시 학생들이 배워왔던 교과서적 수준의 주제 및 소재를 다룰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시문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논제의 난이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즉, 문항을 해결하기 위해서 단순한 제시문 독해보다는 보다 심층적인 사고와 논증력, 그리고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관건인 문항이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주제에 대해 미리 준비한 답안은 적절하지 않으며, 주어진 문제에 따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출제해 왔던 논제의 유형에 대한 훈련과 대비가 필요하다. 서울대의 문제는 단순한 주장과 근거를 서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위적인 주장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또는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한계를 판단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계열
●과학 교과 영역: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는 총 4문항 중에서 3문항을 과학 교과 영역에서 출제하고 있다. 과학 교과 문항도 단독 형태가 아닌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영역이 적절하게 조합되고 연계된 통합교과 문항으로 출제된다. 2009학년도 논술의 과학 문항 구성을 보면 화학, 물리 교과와 관련된 문항의 경우 수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수식을 직접 설정하거나 관련된 관계식을 활용해 해결하는 논제들을 출제했다. 생물 교과 영역의 문항은 생물 단독형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생물학적 지식을 묻거나 이를 응용하여 추론하는 논제들을 출제했다. 이처럼 교과과정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논제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적 현상들에 대해서도 출제해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여 타당한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수학 교과 영역: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는 수리 교과 영역에서 1문항이 출제되는데 과학 교과 문항과 다르게 통합 형태가 아닌 수리 단독형으로 출제된다. 2009학년도 수리 문항의 경우에도 물리 교과 내용을 일부 다루고 있지만 논제에서는 수리 영역의 지식만을 요구했다. 작년 수리 문항은 교과 밖의 영역인 미분 방정식, 거미줄 그림에 대해 출제했고 해결 과정도 복잡해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채점 총평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정확하게 해결했고, 주어진 조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 수리 문항의 경우 교과 외의 영역이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되 이런 주제가 나오면 제시문과 논제에 조건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2008학년도 수리 문항은 정확한 계산과 결과를 구해야 하는 논제들이 중심을 이뤘지만 2009학년도부터는 계획 수립과 해결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논리력과 사고력의 평가에 주안점을 둔 유형의 논제들로 변했다. 2010년에도 이런 특징과 평가 내용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특히 수리 문항은 미분과 적분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출제되고 있다. 제시된 내용도 선택 과목인 미분과 적분 교과 내용이거나 이 영역과 관련해 교과서 밖의 심층적인 해결 과정과 응용력을 요하는 논제들이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문항도 모두 교과서의 공식과 원리들을 근거로 하고 있어 주어진 조건들을 활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함수의 연속 성질, 미분계수, 평균값의 정리와 같은 미분과 적분과 극한 단원에서 학습하는 정의 및 공식을 잘 정립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