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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외고·국제고 입시 개편… 어떻게 바뀌나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1. 28. 00:19
올해부터 외고·국제고 입시 개편… 어떻게 바뀌나
유석재 기자 |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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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발표한 고교 입시 개편안은 외고·국제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교에 진학할 때 '사교육'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과도한 사교육 유발 요인을 최소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충실한 독서를 한 학생이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유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편안이 도리어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론과 함께, 해외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절대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어 내신과 면접으로만 선발

―전형에서 내신성적이나 영어 듣기 시험은 어떻게 되나?

"영어 내신을 제외한 모든 과목의 내신이 다 빠지고 영어 듣기시험도 안본다.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경시대회 성적과 토익·토플 등 인증시험, 해외 봉사활동 등 선행 학습이나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요소들도 배제된다. 학습계획서에 경시대회나 인증시험 성적을 적어 내면 오히려 감점이 될 수도 있다. 교실 밖의 '스펙(입증·수치화된 조건) 쌓기'가 필요 없게 되는 셈이다."

―2단계 시험 중에서 1단계는 뭘 보게 되나?

"영어 내신성적(160점)과 출결(出缺)로 뽑는다. 1단계 선정 비율은 학교별로 달라지게 된다. 영어 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개 학기만 반영하고(40점×4) 기존 고교 내신의 산출방식과 같게 9등급제 환산점수를 적용한다. 학기별로 석차 백분율 상위 4%까지는 같은 1등급이기 때문에 성적 차이가 없게 된다."

―2단계 선발은?

"영어 내신성적에 면접 40점을 합해 200점 만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은 ▲자기주도 학습능력과 계획 ▲봉사·체험활동 ▲독서활동의 세 가지 요소로 점수를 산출한다. 외국어에 관심을 가진 계기와 준비, 자기주도 학습 과정, 진로계획, 교과·진로·교양 관련 독서를 통해 느낀 점 등을 묻는다. 정원의 20%는 이와 별도로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선발한다."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나?

"면접의 주요 자료로 쓰이게 될 학습계획서·교사추천서·학교생활기록부다. 이 세 가지 서류 모두에 '독서'가 들어간다. 특히 중학교 학생부에는 경시대회·인증시험 기재 항목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독서 항목이 대신한다."


입학사정관은 '독서'를 본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디서 승부가 나게 될까?

"지원자 대부분이 영어 내신 1등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의 승부처는 '독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제 면접에서 학습 계획이나 진로를 이야기하는 데도 사실상 '독서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형 과정에서 사교육 요소를 배제할 만한 장치가 있나?

"면접을 담당하게 될 학교별 입학전형위원회에 학교 입학사정관, 시·도 교육청 위촉 입학사정관, 전공 관련 입학사정관을 두게 된다. 이들은 특별연수 60시간을 받은 뒤 자격증을 얻는다."

―그래도 입학사정관이 전 과목 성적 등 다른 걸 볼 수 있을 텐데?

"입시 이후 지속적인 점검을 하기 위한 '고입 사교육 영향평가'가 도입된다. 학교 자체적으로 자율평가를 해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시·도 교육청은 여기에 대한 심사와 컨설팅을 하게 된다."

"사교육 감소" vs "고액 사교육 생길 것"

―이번 개편안이 실제로 사교육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외고·국제고를 위한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어·독서 쪽으로 사교육이 집중될 수도 있지만, 별도 영어시험이 없어지는 등의 정책은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조효완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은광여고 교사). 영어 쪽은 새로 사교육이 늘어날 요인이 적고, 책은 스스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독서 사교육 역시 제한적일 것(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성명을 발표해 ▲입학사정관제는 입시 컨설팅 사업을 부추겨 오히려 고액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며 ▲외고가 학생선발권이라는 특혜를 가지고 있는 한 과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당사자인 외고측 반응은?

"입시에서 영어 과목에만 이렇게 비중을 많이 두면 제대로 학생 선발을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역학교도 아니고 영어만 잘하는 아이들 뽑아서 어떻게 가르치느냐'(강성화 고양외고장·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 '교사 추천서에는 다른 과목을 볼 수 있어야 차별화 교육이 가능하다'(박하식 경기외고 교장)는 목소리도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에서 고교 체제개편, 고교 입시 제도 등에 관해 브리핑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