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불편한 것 고치면 그게 바로 아이디어
스마트폰의 인기와 더불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이하 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앱의 등장이 인간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쯤되자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은 물론, 제조업체, 포털까지 인기 앱 개발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국내 최대 인기 앱 개발자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박헌철군과 국내 최고 관심가인 유주완군, 이 두 학생을 통해 한국 IT의 희망을 엿봤다.
◆전세계 50개국에서 무료 SMS 앱 사용
한국미디어디지털고 2학년 박헌철(18)군은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컴퓨터 키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쓰기도 하고 친구들과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하는 등 앱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왔다. 그가 앱 개발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앱은 무료 SMS(문자 메시지 전송 서비스)다. 현재 그의 SMS 앱은 전세계 50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박군은 "SMS 앱 개발은 MP3를 활용해 문자를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MP3와 같은 제조사에서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스마트폰용 무료문자 앱까지 만든 것"이라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앱 개발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내가 생활하면서 불편한 것, 쓰고 싶은 것을 위주로 고민해보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샘솟죠. 얼마 전에 학교급식보기 앱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급식표를 일일이 학교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기 귀찮아서 만든 거에요. 앱 개발은 내 주변의 일, 내가 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학교급식보기는 학교내에서만 쓸 수 있는 개인적인 앱이지만 교내에서는 그야말로 인기 최고의 콘텐츠다. 이제 3월이면 고3이 되기 때문에 잠시 앱 개발은 뒤로하고 수능에 전념할 생각이라는 박군. 그는 "젯데어(JETDARE)라는 앱을 개발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만 사용하고 있는데 수능을 본 후에는 앱스토어에 선보일 예정이다. 고3이 되면 공부 때문에 업데이트나 버그에 따른 요청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공개를 조금 늦춘 것"이라고 했다.
미공개 콘텐츠이기 때문에 젯데어의 기능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학교 교내 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2등을 한 야심작이란다. 학교 동아리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기획도 하게 되면서 관심사도 꿈도 조금씩 달라졌다.
"원래는 단순히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기획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죠. 컴퓨터에 대한 지식과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부전공으로 심리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해 볼까 합니다. 앱은 앞으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읽는 가장 정확한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세계인들이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좋은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출시 직후 20만건 다운로드 국내 1위, 미국 3위
이제 유주완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군의 인지도는 매우 높다. 경기고 2학년 유주완(18)군은 서울버스, 초성검색 앱으로 국내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 'IT 영재'로 불리고 있다. 서울버스는 버스 도착 시간대를 알려주는 앱으로 실시간 버스 노선과 시간대 등을 찾을 수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노선검색도 용이하게 돕는다. 앱스토어 다운로드 횟수만 한국판 1위, 미국판 3위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초성검색의 경우 홍길동의 초성인 ㅎㄱㄷ만으로 검색이 가능한 기능으로 사람 찾기와 번호 찾기를 손쉽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유군은 "서울버스는 공공 서비스라고 생각해 무료로 지원했다. 하지만 개발자 등록비, 노트북·휴대폰 구입비 등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으려는 생각에 초성검색만 유료로 올렸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 오히려 죄송스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초성검색은 0.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출시 직후 두달 만에 18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유군은 초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다른 방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분들에게 더 좋은 프로그램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공부는 소홀하지 않냐고 묻자 유군은 "이틀 전까지 대한민국 청소년모의법정대회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다 왔다. 다양한 경험이 그 어떤 공부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공부, 노력, 경험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기고에서 3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유군은 수험생활 중에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면 앱 특허관련 상담으로 변리사를 만나야 한다는 그는 스마트폰의 최대 약점을 보완한 대단한 프로그램을 최종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앱 개발 후 달라진 것은 그의 통장만이 아니다.
"유명 사립대 입학사정관에게서 연락도 왔고 세계적인 전자회사와 프로그램 개발 회사에서 각각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도 받았어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은 없지만 그만큼 앱 개발 시장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겠죠."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지만 기술을 모르는 경영자도, 경영을 모르는 기술자도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해서도 컴퓨터 공학과 인문사회학 두 가지 모두를 공부할 생각이다.
"솔직히 프로그램 개발만 하고 살고 싶을 정도로 프로그램 개발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험생 신분이어야 할 시기죠. 근성과 노력으로 두 가지 모두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1년 후 달라진 제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