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외고 입시… 조기유학 유리할까?
달라진 외고 입시… 조기유학 유리할까?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 2010-02-22
올해부터 적용되는 '외고 입시 개편안'을 두고 외고 준비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때 아닌 '조기유학 득실' 논란이 한창이다. 외고 입시안의 골자는 영어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
과거 전 과목 내신성적과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면접시험으로 사교육을 유발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개편안은 사교육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교과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영어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조기유학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한국식 영어 내신성적을 잘 받으려면 오히려 조기유학이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조기유학이 득"
유학업계에서는 외고 개편안 발표 이후 학부모들에게 은근히 조기유학이 유리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맛있는유학 이은희 본부장은 "조기유학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영어 이외의 다른 과목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는데, 앞으로 외고 입시에서 다른 과목 내신성적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조기유학을 통해 영어만 집중적으로 익히려는 학생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리터니(Returnee·귀국자)들이 수학이나 과학, 사회 과목 공부를 어려워했는데, 외고 입시 개편안이 이 부담을 없애줬다는 것이다.
YBM 조기유학센터 석철민 팀장은 "과거 해외유학이 회화나 듣기 위주로 커리큘럼을 짰으나 요즘은 듣기·말하기·쓰기·읽기 4가지의 영역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짠다"고 말했다. "앞으로 외고 입시에서 영어 내신성적 경쟁이 치열해져 학교 시험에서 변별력을 높이는 어려운 영어 문제가 출제되면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영어 내신성적이 필기고사, 듣기평가, 말하기 또는 쓰기 과제로 진행되는 수행평가 등이 합산돼 전체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에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수행평가나 듣기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조기유학을 떠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상JLS 입시전략연구소 박수환 팀장은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의 경우 과거에는 적어도 중2 전까지 유학을 마쳐야 한다고 장려했는데, 앞으로는 유학 연령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좀 더 일찍 유학을 다녀와 초등 고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시를 위해 내신에 매진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초등 3학년 자녀와 함께 유학원을 찾은 주부 김경미(성북구 돈암동)씨는 "외교관이 꿈인 아이가 외고 입시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초등 고학년 이전에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기유학, 오히려 불리"
종전까지는 조기유학을 통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쌓은 학생이 이후 특목고에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처럼 인식됐으나 외고 입시가 개편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외고 입시만을 목표로 한다면 조기유학을 통한 공백기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영어경시대회나 듣기평가 성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나가 영어를 배우고 오는 것이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외고 지원자들이 토플이나 텝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어렸을 때 외국에 나가 영어를 집중적으로 익혔으나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임 이사는 "조기 유학을 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음 학년의 영어 교과서를 선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외고 진학을 염두에 둔 초등학생들이라면 자신이 진학할 중학교의 교과서를 빨리 확보해 훑어보고,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조기유학을 통해 영어 실력을 높인 학생이 반드시 영어 내신성적을 잘 받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학교 관계자들은 "아직 중등 지필고사는 듣기나 회화가 아닌 문법이나 독해가 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수업을 열심히 듣고 꼼꼼히 복습한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강남의 A중학교 영어교사는 "내신은 교과서, 수업내용, 기출문제를 모두 섭렵한 학생이 잘 받기 때문에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복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영어 실력이 뛰어날 경우 실력을 과신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경우도 많고, 유학을 다녀왔다 하더라도 문법 부분이 약해 학교 시험에서 만점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