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받았다면 긴 '실천'이 관건
컨설팅 받았다면 긴 '실천'이 관건
조선일보 |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학습컨설팅 인기… 과연 효과 있나?
최근 고1·중3 상담 증가
중위권 학생 가장 효과적
새 공부법 꾸준히 익혀야
'내 아이는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지?'
'목표 대학에 가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학부모라면 누구나 가진 고민거리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교육(학습) 컨설팅'이 인기를 끈다. 중1 자녀를 키우는 김혜정(36·서울 노원구)씨도 최근 아이와 함께 컨설팅을 받았다. 김씨는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교육 플랜을 짜고 싶어 업체를 찾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컨설팅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은데다, 우후죽순 생기다보니 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입시 다양해지며 교육컨설팅 인기
최근 국제중·특목고·대학 입시가 다양해지고, 교육환경이 급변하면서 컨설팅을 원하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 이투스청솔 교육컨설팅 이종서 이사는 "예전에는 주로 고3들이 컨설팅을 받았다면, 최근 2~3년 사이에는 고1 또는 중3 겨울방학부터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컨설팅업체를 찾아오는 사례도 많다. 민성원 민성원연구소 소장은 "초등 저학년은 사실 앞으로 무엇을 잘할지 알기 어렵다. 인적성 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능력을 진단하고, 큰 줄기의 교육 플랜을 짜는 컨설팅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빠르면 초등 6학년 때부터 대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학습전략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있다. 민 소장은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하고 성향에 맞는 공부법이나 지도법 등을 알면, 똑같이 공부해도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3 2학기까지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막상 대학에 지원하려고 보면 변변히 제출할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찍부터 준비한 아이들은 훨씬 의미 있는 결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이런 효과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전문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자녀를 최상위권 명문대에 보낸 김영현(48·경기 수원)씨도 컨설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씨는 고교 진학 후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늘 반에서 5등 정도의 성적을 받는 딸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조금만 더 노력해 보라"는 김씨와 "이 이상 뭘 더 어떻게 하느냐"는 딸아이 사이에 갈등만 깊어졌다. 김씨는 고심 끝에 아이와 함께 학습컨설팅 업체를 찾아 학습 전략을 세웠다. 전략에 따라 2년간 노력한 덕분에 지난 수능에서 언수외 1등급을 받아 목표대학에 합격했다. 김씨는 "두 번 상담에 100만 원가량 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컨설팅의 장점은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공부 때문에 싸우면서도 학부모와 아이 모두 적성이나 현재 수준, 바른 공부법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종서 이사는 "자신의 강약점을 찾아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것이 컨설팅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보다 공부 의지는 있으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중위권 학생에게 더 효과적이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는 "혼자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은 중위권 학생의 잘못된 공부법을 바로잡아줬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컨설팅보다 '실천'이 중요
하지만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이미영씨(40·경기 고양)는 "일 년 전 컨설팅을 받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컨설팅 내용대로 실천하지도 않아 돈만 버린 셈이 됐다"고 털어놨다.
컨설팅은 대개 일회성으로, 학습내용을 누가 관리해주지 않는다. 학생·학부모가 이를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조남호 대표는 "학습컨설팅을 받았다면 반드시 3~4개월 이상 이를 실천해 새 공부법을 자기 몸에 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컨설팅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모와의 충돌'이다. 많은 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고도 당장 중간고사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부모가 컨설팅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 반드시 부모도 교육을 받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또 부모가 교육환경이나 정책 변화를 알고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된다. 요즘 부모 중에는 교육 관련 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으면서도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 확대'라는 기사를 보고 무작정 컨설팅업체를 찾아와 '우리 아이가 입학사정관제에 맞느냐''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 식이다. 김영일교육컨설팅 조미정 소장은 "컨설팅을 받기 전에 듣고 싶은 말을 이미 정해서 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을 때는 우선 백지상태로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듣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컨설팅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업체를 잘 선택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100% 입시 성공을 보장한다는 '호언장담형' 업체는 피하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오랫동안 컨설팅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업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서 이사는 "자신들이 소개시켜 준 사람을 통하면 어떤 상을 수상할 수 있다거나, 한 학생의 사례만 들며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업체 등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효과 부정적 시각도
교육컨설팅을 받는 부모들은 대개 공부방법은 물론 비교과, 스펙 쌓기에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입시 관계자들은 컨설팅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원외고 김기용 입학관리부장은 "아직 입시요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컨설팅을 받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시 정책 또한 학생·학부모에게 사교육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임휘덕 입학관리부장 역시 "헛된 스펙을 쌓는 대신 다양한 독서, 체험활동,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학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류전형에서 교내외 비교과 활동 내용을 제출하는데 학교생활이나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 없는 스펙 등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컨설팅 업체가 만들어준 포트폴리오나 학업계획서 등도 불합격 대상이다. 숙명여대 이기범 입학처장은 "학생이 자기 목소리로 그동안의 체험을 이야기했는지, 아니면 남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가 서류상으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령 서류전형을 통과하더라도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20분 이상 진행되는 심층면접에서 합격하기 어렵다. 이 처장은 "대학은 완벽한 학생이 아니라 앞으로 '잘할' 학생을 원한다. 그동안 노력한 내용과 함께 부족한 점도 솔직히 밝히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