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左도 右도 배우자는데… 왜 핀란드 교육인가?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4. 3. 22:15
- [핀란드 교육]
- 左도 右도 배우자는데… 왜 핀란드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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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98호] 2010.03.29
- 핀란드 교육은 ‘세계 최고’다.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실제 핀란드 교육은 국제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매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왔고, 특히 낙오자 없이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잘 배우는 핀란드식 교육 시스템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로부터도 연구 대상이 돼 왔다. 최근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우리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앞다퉈 ‘핀란드 교육’을 자신의 정책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이하 PISA)’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였다. OECD는 2000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의 만 15세 학생(우리나라는 고교 1년에 해당)을 대상으로 읽기·수학·과학 등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고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실시연도에 따라 각 영역 중 한 개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도록 한 방침에 따라 2000년엔 읽기가, 2003년엔 수학이, 2006년엔 과학이 주된 조사대상이었다.
공부시간 한국의 절반… 수준은 세계 1위
2000년 이뤄진 첫 번째 조사에서 핀란드는 읽기 1위·수학 2위·과학 3위에 올랐다. 2003년 조사 땐 읽기 1위·수학 2위·과학 1위였고 2006년 조사에선 읽기 2위·수학1~4위·과학 1위를 각각 기록했다.(2006년 조사의 경우 표본 오차범위를 고려해 순위가 범위로 표시됐다.) 세 차례 조사에서 핀란드는 전 부문 성적이 고루 상위권을 유지하며 단연 돋보였다. 집중조사 영역만 놓고 봐도 핀란드는 ‘1위(2000년·읽기)→2위(2003년·수학)→1위(2006년·과학)’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전세계가 주목할 만하다.
- ▲ 핀란드 바사 시내 한 초등학교 수업 광경. / photo AFP
- 한국의 PISA 성적표도 나쁜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조사에서 읽기 2위·수학 3위·과학 4위에 올랐다. 2006년 조사에선 과학(7~13위) 순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읽기(1위)와 수학(1~4위)은 여전히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반쪽짜리 성공’이란 데 있다.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1일 공부시간(평일 기준)이 8시간55분이었다. 비슷한 성적대의 핀란드(4시간22분)보다 2배 이상 많다. 2006년 조사에서 발표된 학습효율화지수의 양국 격차는 더 벌어진다. 65.4점을 받은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30개국 중 24위를 기록한 반면, 핀란드는 96.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서는 핀란드 교육 ‘참배’
‘핀란드 교육 따라잡기’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0년과 2003년 PISA 결과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핀란드 참배’란 야유를 감수하며 개인 단위로, 조직 단위로 핀란드 학교 현장을 찾아 벤치마킹에 나섰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핀란드 교육 관련 책의 상당수가 일본 번역서인 점만 봐도 일본 내 핀란드 교육 학습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핀란드 국가교육청은 2003년 조사 직후 빗발치는 세계 각국의 문의에 일일이 답변하는 대신 평등한 교육기회·무상교육 전면실시·시험과 성적 없는 평가제도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보고서 ‘핀란드가 PISA에서 성공한 배경’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핀란드 교육은 지난 몇 년간 교육계의 최대 화두가 돼 왔다. ‘학교가 망했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이 맹위를 떨치는 암담한 현실은 공교육 천국인 핀란드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가게 만들었다. 특히 현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최근 일선 학교에서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핀란드 공교육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을 고루 섞어 한 그룹을 만들고 적절한 과제를 줘서 공동으로 해결하게 하는 핀란드식 배움공동체 학습모델을 도입하면 지적 교육과 인성 교육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박영관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 3월 16일 교육감선거 출마 기자회견)
“낙후된 농어촌지역이 많고 사교육비 지출을 많이 할 수 없는 지역적 특성을 극복, 전국 최하 수준인 전남교육을 발전시키려면 최소 공부시간으로 세계 최고 교육경쟁력을 가진 ‘핀란드식 공부법’ 도입이 시급하다.”(윤기선 전남도교육감 예비후보, 3월 4일 배포 보도자료)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의 주요 키워드 역시 ‘핀란드’다. 예비후보 등록 후 본격 선거전을 준비 중인 이들 중 상당수가 ‘핀란드식(式) 교육모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 열풍’은 서점가에서도 감지된다. ‘핀란드 교실혁명’(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비아북), ‘핀란드 교육혁명’(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지음, 살림터), ‘핀란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마스다 유리야 지음, 최광렬 옮김, 시대의창), ‘핀란드 공부혁명’(박재원·임병희 지음, 비아북), ‘핀란드 공부법’(지쓰카와 마유·지쓰카와 모토코 지음, 문학동네).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3월까지 출간된 책들이다. ‘수요에 따른 공급’이 출판시장의 생리인 만큼 이런 책의 출간 러시는 역으로 핀란드 교육을 궁금해하는 층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경쟁력은 경쟁 마다않는 선생님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은 학업성취도에만 있지 않다. 무학년제 도입·완전 개별 맞춤형 학습·교육과정의 자율 운영·100% 무상교육 등 교육전문가들이 꼽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들은 남다른 교육 철학과 국가적 복지 시스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초·중교 무상급식이 이번 6·2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된 현실에서 핀란드 교육 모델이 또 다른 논란의 배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줄세우기’식 무한경쟁을 비판하고 완전 평준화교육을 주창해온 이른바 진보 좌파들은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나서며 “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보수 우파들은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은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들로부터 나온다” “인구 등의 여건을 따지면 핀란드 교육은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상향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핀란드 교육의 실상은 어떤 것이고, 그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주간조선이 ‘핀란드 교육 제대로 알기’에 도전해 봤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