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광

성균관스캔들이 나에게 남긴 것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11. 9. 09:14

간만에 드라마 폐인생활을 했었습니다. '다모폐인' 시절이 다시금 떠오르는 군요.

 

'성균관스캔들'..

 

청춘멜러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가볍게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첫 회를 보니 마음이 확 바뀌었습니다. 대학시절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더군요. 한 회를 더 보고 계속 볼 지 정하리라 생각하였는데 2회를 보고 나니 3회가 궁금해지더군요. 곧바로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 책 4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전 소설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추리소설은 예외.

 

최근에 읽은 책이 일본 추리작가의 전설 '요코미조 세이시'의 시리즈물 서너 권이었으니까요. 아가사크리스티 수준급은 되지 않더라도 일본풍의 추리물에 관심은 가지게 할만한 책이었습니다.

 

소설을 여러번 읽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회가 거듭될수록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본 방송을  보고 다음 주에 방영되기 전까지는 책을 여러번 읽으며 기다리게 되었으니 가히 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드라마홀릭에 빠지면 홈페이지에 방문해 '시청소감'이나 '다시보기', '미리보기', 유튜브에 나온 뮤직비디오물들을 섭렵하기 시작합니다. 매일 2~3시까지 자지않고 인터넷 써핑을 하며 보내면 식구들 아침밥 챙기기도 버거웠습니다. 아침 강연이 있는 날이나 상담약속이 있는 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좋은 걸 어떻하나요?

 

그렇게 20회까지 열심히 보았습니다. 종영된 지금 신나게 빠졌던 시간이 다시 새로운 추억거리가 되었네요.

 

'성균관스캔들' 이라는 드라마는 저에게 다시금 인생을 돌아보게 한 작품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면 다음엔 그것을 덮기 위해 두번 물러서고 다시 물러서다보면 어느 새 갈지자로 나 있는 발자국. 어떤 길을 가려했는지도 잊어버리는 인생.

 

항상 옳은 길을 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가려고 가끔은 물러서고 싶은 유혹이 절 흔들어놓습니다. 다른 이가 기회를 얻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을 보며 확 나도 한번 해버릴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습니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믿음 떄문에 또 정의가 실현되도록 내가 성공해 보여주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흔들리는 나침반이야말로 자신을 경계하고  바른 길을 인도한다는 것. 

 

흔들리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는데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안도감.

 

부패한 세상에서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비참함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여자로 산다는 것. 조선시대보다 낫다고는 하나 현대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부잣집 도련님이나 세도가의 자제들이 다니는 '성균관'에서 보잘 것 없는 배경의 남장 선비가  버텨내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식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보여질지... 전 어떤 엄마일까요? 

 

어제 큰 아이가 다른 아이들은 아빠와 사이가 나쁘다고 하면서 자신은 아버지와 친해서 좋다고 하더군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르게 엄마 닮았다고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섭섭해 하지만 딸의 마음은 확 잡은 것 같습니다. 아들도 예전에 비해 아빠와 얘기도 잘하고 잘 웃기도 하니 아들 마음 잡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생을 요약해보면 1/3은 '자식' 부분이 될까요?

 

자식에게 존경받고 사랑받고 이해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진지했던 젊은 시절 한 때의 생각이 아직 제 머리와 마음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드라마였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동방신기', 'JYJ'의 음악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