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유학하고 외국박사' 첫 공동학위자 배출
'6개월 유학하고 외국박사' 첫 공동학위자 배출
연합뉴스
입력 : 2011.02.24 09:19
서울대-獨마인츠대 공동학위 따는 박인선씨
공동학위(Joint Degree)로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박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졸업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다.
24일 서울대에 따르면 자연대 화학부 박인선(29.여) 씨가 25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서울대와 독일 마인츠대학의 공동학위 졸업장을 받는다.
공동학위는 서울대와 외국대학의 학위 취득 요건을 모두 충족한 학생에게 두 대학 공동 명의로 학위를 주는 것으로, 학위증서(졸업장) 한 장에 두 대학 총장의 직인이 찍힌다.
그동안 국내와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별개로 이수해 학위증서를 따로 받는 복수학위(Dual Degree) 취득자는 있었지만 공동학위를 받는 경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양쪽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따로 이수하고 두 대학의 학위증서를 별개로 받는 복수학위와는 달리 공동학위는 공동운영 교육과정을 어느 한 쪽 대학에서 이수하면 돼 학생들에게 훨씬 매력적이다.
특히 박사과정에서 복수학위를 받으려면 2년 이상을 상대 대학에서 수학해야 하지만 공동학위는 6개월만 상대편 대학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지도를 받으면 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대 자연대는 2009년 2월 마인츠대 자연대와 공동학위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양 대학에서 30여명의 학생이 공동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독일 측에서는 이미 지난 학기 공동학위 취득자를 3명 배출했다.
자신이 국내 첫 공동학위 취득자인 사실도 몰랐다는 박씨는 “독일에서 많이 경험하고 배운 데다 학위까지 딴 것만으로도 기쁜데 내가 국내 첫 사례라니 더욱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의 전공 분야는 반도체성을 띠는 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유기태양전지에 관한 연구. 올 초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는 “학문과 문화 두 부분에서 ’일거양득’ 할 수 있다”는 점을 공동학위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독일에서 실력 있는 연구실에 들어가 반도체성 고분자 물질 합성에 성공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토론 문화가 없었다면 연구 진행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학위는 시간낭비 없이 효율적이고 압축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앞으로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등 다른 학문에서도 교류가 늘어나면 국가발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인 윤도영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외국 박사학위를 따려면 4~5년씩 이국에서 고생해야 하는데 공동학위제는 6개월간 현지에서 논문지도를 받고 다시 한국에서 공동지도를 받으면 돼 학생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아시아권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마인츠대 공동학위제는 독일 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라 낯설지만 앞으로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로 정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