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제2외국어선택 1년만에 12만명 줄어
고교 제2외국어선택 1년만에 12만명 줄어
연합뉴스 | 황철환기자 | 입력 2011.04.10 05:36
의무조항 작년부터 폐지..枯死 위기
제2외국어 이수 의무조항이 지난해 폐지되면서 일선고교의 제2외국어 선택학생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제2외국어 교육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와 일선 학교의 수요가 맞지 않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진통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연합뉴스가 한국교육개발원의 '2004∼2010 교육통계연보'에서 전국 일반계 고교의 제2외국어 교육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4월1일 기준으로 제2외국어를 배우는 일반계 고교생은 모두 59만6천4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71만6천983명)보다 12만939명(16.8%)나 줄어든 것이다.
제2외국어 수업 학급수도 같은 기간 2만908개에서 1만8천554개로 11.2% 가량 감소했다.
과목별로는 독일어Ⅰ,Ⅱ를 배우는 학생 수가 2만9천881명에서 2만1천841명으로 26.9%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스페인어Ⅰ,Ⅱ(25.4%), 프랑스어Ⅰ,Ⅱ(18.6%), 일본어Ⅰ,Ⅱ(17.5%), 중국어Ⅰ,Ⅱ(13.3%), 러시아어Ⅰ,Ⅱ(5.6%)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아랍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르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제2외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2010년 전까지만 해도 2004년 60만1천169명, 2005년 61만2천772명, 2006년 62만5천481명, 2007년 62만6천274명, 2008년 68만1천56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제2외국어 선택 학생수가 줄어든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발표한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을 지목했다.
현재 고교 2∼3학년들에게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은 애초 제2외국어 과목만으로 구성된 외국어군 일반선택과목 중 하나 이상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은 일반선택과목과 '영어Ⅰ', '영어Ⅱ', '실용영어회화', '영어 독해와 작문' 등 심화선택과목을 통폐합하고, 이중 한 과목만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했다.
결국 상당수 학교가 제2외국어 과목을 폐지하고 국영수 등 입시 주요과목이나 영어 관련 심화선택과목 편성을 늘린 까닭에 제2 외국어 선택학생수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권오현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올해 고교 1학년부터는 아예 제2외국어가 외국어군에서 교양과목군으로 빠지게 된다. 이대로라면 국내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 교육이 사실상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이런 현상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제2외국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사회적 필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 교육 유지를 위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