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혼자 놀까?
우리 아이는 왜 혼자 놀까?
베스트베이비 | 입력 2011.04.15 10:03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혼자 인형놀이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만일 자녀가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왜 아이답게 뛰어놀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 그 속마음을 살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증명하듯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생 시기에 따라 관계를 맺는 사회적 대상은 조금씩 다르다. 생후 3개월부터 엄마 혹은 주 양육자에게만 절대적으로 매달리지만 만 1세가 지나면 서서히 엄마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이 시기 아이들은 '혼자 놀기(Solitary Play)'가 오히려 일반적. 가까이에 또래 친구들이 있어도 함께 놀기보다는 혼자서 독립적으로 노는데, 사회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시기의 발달 특성이다.
엄마와 어느 정도 떨어져 혼자 지낼 수 있게 되는 3세 이후로는 사회적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언어·인지 능력의 발달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주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시기로 함께 놀면 혼자 놀 때보다 더욱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듯 만 3~6세는 본격적인 사회성이 형성되는 첫 번째 시기. 혼자 노는 것보다는 또래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선호하며 친구 관계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을 얻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또래 집단에 들어가면 더욱 '사회적 놀이(Social Play)'에 몰두하며 1 : 2, 1 : 3을 넘어서 1 : 다수의 관계까지 사회성을 확장시킨다.
이 사회성은 '엄마가 눈에 안 보이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계속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부모-자녀간의 단단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이후 아이의 사회성을 좌우하는 키워드인 셈이다. '리더십'이나 '원만한 인간관계'가 성공의 필수 조건이 된 요즘, 친구들을 쉽게 사귀고 나아가 대장 노릇을 하는 아이들이 더 주목받는다. 그런데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거나 또래들 틈에서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애가 탄다. 혹시 자폐증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지, 저러다 단체생활에 아예 적응을 못하는 건 아닌지 눈덩이처럼 걱정이 불어난다. 하지만 아이가 왜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 이유를 파악한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 아이들이 혼자 노는 이유
1 기질이 내향적이다 아이가 혼자 노는 가장 흔한 원인은 타고난 기질 자체가 내향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보다 자기 내면에서 행동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으로 혼자 노는 것을 외로워하기보다 오히려 즐긴다. 정작 아이는 느긋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이 '아이답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엄마 눈에는 답답하게 비춰지는게 사실. 성격이 외향적인 아이들을 '사회성이 좋다', '활달하다' 등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내향적인 아이들은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위축됐다'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내향적인 성격의 한 가지 단면일 뿐이다. 서울우리아이마음클리닉의 유한익 원장은 "모든 성격에는 양면이 있으며 내향적인 아이를 걱정하기보다 성격 속의 장점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춰지느냐보다 '자신의 관점'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외향적인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자기주도적'인 면이 강하다. 성격이 내향적이라 어울리는 친구가 한두 명밖에 없더라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다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자신을 것을 다 내주면서 친구 사귀기에만 몰두하거나 관계에 위기가 닥쳤을 때 무조건 이를 피하려 드는 외향적인 성격의 아이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2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고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부모와 애착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멀어질까 봐 겁이 나서 아예 친구 사귀기를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를 '회피성 인격'이라고 하는데 성격적으로 지나치게 경직돼 있거나 정서 조절을 잘 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으로부터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혼자 지냄으로써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것.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3 친구와 어울릴 기회가 없다 요즘은 형제자매 없이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가 많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원 등에 따로 다니지 않으면 또래를 만날 기회조차 흔치 않다. 또한 컴퓨터나 장난감 등이 발달하면서 굳이 친구와 어울리지 않아도 혼자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기술은 물론 필요성조차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엄마가 아이를 지나치게 싸고돌 때에도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와 어울릴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간혹 친구와 교류가 거의 없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엄마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엄마가 스스로의 인관관계를 먼저 점검하고 아이 눈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4 일방적이고 뭐든 제멋대로 하려 든다 잘 어울려 놀다가도 조금만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무섭게 화를 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는 아이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혼자 지낼 수밖에 없는 것. 만약 자녀에게 이런 기질이 있다면 아이 스스로 '화를 냈을 때 생기는 불이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자. 행동 예측이 어려운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아이도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혼자 놀곤 한다.
5 마음의 병이 있다 친구가 많지 않지만 1~2명의 친구와 교류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른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수와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 있듯 아이도 마찬가지니까. 결코 사회성이 뒤처지거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예 다른 사람, 특히 또래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 등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천성적으로 다른 이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거나 사회적 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지능 저하, 자폐 등의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제대로 원인만 짚으면 절반은 해결!
만 3세가 넘은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 때는 아이를 다그치거나 무작정 걱정하기보다는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 그에 따라 해결 방법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혼자 놀 때의 상황이나 행동 특징 등을 잘 관찰하고 평소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면 원인을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중요한 점은 아이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친구 사귀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본래 기질이 내성적이라면 또래 친구를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고, 친구 사귀는 기술이 부족하거나 난폭한 행동 때문이라면 부모의 격려와 조언이 필요하다. 단, 애착이 불안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혼자 놀 때는 일단 조용히 지켜보다가 30분에서 1시간 이상 혼자 놀이가 길어지면 엄마 아빠가 적절히 개입해 '놀이 파트너'가 되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 혼자 노는 아이, 이런 건 위험신호!
1 말을 할 때 몸짓이나 표정이 거의 없다
친구나 엄마와 이야기를 하거나 즐거운 활동을 할 때에도 몸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얼굴 표정이 없다.
2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다른 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관심이 전혀 없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원치 않는다.
3 사물의 기능이 드러나는 놀이를 하지 않는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 때 보통 아이들은 사람을 태우거나 굴리며 논다. 하지만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는 사물의 기능이 드러나는 놀이보다는 바퀴 등의 특정 부분에만 집착하며 논다.
4 특정 감촉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촉각이 극도로 예민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감촉만을 찾는다. 반대로 싫어하는 감촉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보인다. 이런 감각적인 문제 때문에 편식이 생기기도 한다.
◆ 아이에게 친구 만들어주는 법
아이가 왜 혼자 노는지를 이해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계속 이 상태로 둔다면 학교생활, 나아가 사회에 나가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어린 시절 또래들과 어울리는 태도와 행동이 자라서 어른이 된 뒤에도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의 기질이나 환경은 인정하되 부모가 적절히 개입해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독촉하지 말고 기다릴 것 "너는 왜 친구를 사귀지 못하니?", "왜 혼자만 노는 거야?" 식의 아이를 독촉하거나 비난하는 말은 금물. 엄마의 이런 말은 아이를 위축시키고 친구 사귀기를 더욱 부담스럽고 두렵게 만든다. "처음부터 친해지기는 어려울지도 몰라", "꼭 그 친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어"라는 말로 안심시키면서 아이가 서서히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2 친구 만드는 기술을 알려준다 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없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조언이 절대적이다. 친구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세심히 관찰하면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알려줄 것. 만일 아이가 주저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엄마가 아이와 함께 간단한 '역할놀이'를 하면서 친구에게 말을 거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기보다 친구의 말에 열심히 귀기울여야 인기가 있다는 당연한 정보도 아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3 기질이 비슷한 아이가 더 사귀기 쉽다 많은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해서 10명 이상의 또래 집단 속에 아이를 '던져놓으면' 오히려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줄곧 혼자 놀다가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의 친구를 동시에 사귀기란 그만큼 어렵기 때문. 이럴 땐 아이가 가장 편안해할 만한 친구가 누구인지 파악해 그 아이와 먼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와 비슷한 성향인 친구일수록 사귀기 쉽다는 것을 알아둘 것. 나이가 적거나 반대로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형, 언니들과 먼저 어울려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 동생과 어울리면서 자신감을 얻고, 형이나 언니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경쟁의식보다 편하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또래 친구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4 성별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한다 남아와 여아는 친구 사귀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혼자 노는 아이들 중에는 유독 남자아이가 많은데 여아들은 혼자 지내기보다 친구들 안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유독 한 친구에게 '집착'하거나 그 친구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 질투를 하는 경우도 여아의 사례가 훨씬 많다. 따라서 여자아이에게는 한 명이 아닌 다른 친구와도 두루 잘 어울리는 법이나 나와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다고 해서 큰일나는 것이 아님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남자아이는 운동 등의 단체 활동을 하면서 더 수월하게 친구를 사귀는 경향이 있으므로, 취미나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한 단체 활동에 참여시키면 유리하다.
5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 친구 한두 명을 집으로 초대해 아이와 함께 놀게 하면 자연스럽다.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어울리다 보면 아이의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하게끔 하면 어울려 노는 즐거움에 금방 눈뜰 수 있다.
5 적절한 칭찬과 공감이 약이다 아이가 어렵게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혹시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더라도 책망은 금물이며 "조금 쑥스럽지? 엄마는 괜찮아"라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친구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엄마가 자신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음을 안 아이는 더욱 용기를 내어 다시 도전해볼 마음을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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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가 생긴 날 도대체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꼬마 악어 카이와 미미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책. 대상연령 4세 이상,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히로카와 사에코 그림, 1만원, 한울림어린이
2 우리 친구 하자 앤서니 브라운의 최신작으로 '함께 친구 하며 서로 어울려 노는 게 왜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대상연령 5세 이상,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1만500원, 현북스
3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자기 안에 갇힌 아이들에게 세상을 항해 한 발짝만 걸어 나오라고 격려하며 친구가 많아질수록 즐거움도 커진다는 메지시를 전한다. 대상연령 5세 이상, 신자와 도시히코 글, 오시마 다에코 그림, 9500원, 책읽는곰
4 친구를 찾습니다 꼬마 늑대는 친구가 없다. 숲 속 친구들이 꼬마 늑대만 보면 도망가기 바쁘기 때문. 편견 때문에 진심을 내보일 기회가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대상연령 4세 이상 사쿠라 토모코 글, 요코 그림, 9500원 문학동네 어린이
5 또르의 첫 인사 숲속 친구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도 부끄러움이 많아 말을 건네지 못하는 꼬마 고슴도치 또르가 친구를 사귀는 첫 단계인 인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 친구를 사귈 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상연령 4세 이상, 토리고에 마리 글·그림, 7000원, 베틀북
6 친구는 좋아!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새로이 만나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이를 푸는 열쇠는 '소통'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책. 아이들이 친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전달한다. 대상연령 6세 이상, 크리스 라쉬카 글·그림, 8800원, 다산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