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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 2년만에 흐지부지… 학부모들 혼란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5. 31. 19:21

 

'고교선택제' 2년만에 흐지부지… 학부모들 혼란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탁상훈 기자

2011.05.31 01:02

"현 상태론 존치 어려워"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2013학년도 대폭 수정 시사
고교선택제의 명암 - 교육경쟁 불러 새 명문 등장, 강남권 집값 안정에 영향… 원치않는 학교 배정 문제도
학부모·교육계 반응 - "일부 교사들 의견만 수용, 교육질 향상노력 둔화 우려… 제도 장점 살리도록 힘써야"

서울시교육청이 학군(學群)에 상관없이 희망하는 고교를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를 시행 2년 만에 대폭 수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30일 "최근 연구용역 결과 서울의 고교 교사 대다수가 고교선택제의 폐지를 요구했다"며 "2013학년도부터는 고교선택제를 현 상태로 존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의 발언대로 서울의 고교선택제에 변화가 생기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적용된다.

고교선택제가 도입된 후 강북지역 학생들도 이른바 '강남 8학군'에 속하는 학교에 진학할 기회가 생겼고,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과열되는 현상이 완화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희망했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중학생이 매년 15%가량 나오는 시행 과정의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진보·좌파 단체들은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해 왔다.

◆우여곡절 많았던 고교 선택제

서울에서 2010학년도부터 도입된 고교선택제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자신의 거주지에 관계없이 서울 시내 어느 일반계 고교든 지원 가능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령 서울 종로구 거주 중학생의 경우 2009년까지는 서울 중부교육청 관할 지역 내 고교만 입학 가능했으나 2010년부터는 강남구 고교에도 지원해 입학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다만 고교별로 외부 거주지 학생 입학자(1단계 추첨을 통해 뽑는 학생) 수를 원칙적으로 그해 입학 정원의 20%로 제한해 왔다.

제한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일선 고교에는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 명단들이 엇갈리면서 각 학교 간에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경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올해 1단계 추첨에서 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신도림고처럼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고교가 속속 등장했다. 기존의 인기 고교 진학을 위해 일부러 그 지역으로 이사할 필요가 줄면서 강남 등 특정 지역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도 대두됐다. 학교별로 외부 거주자 수를 할당하다 보니 결국엔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중학생이 매년 15%가량 나왔다. 1단계 희망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고 2단계 희망 고교에 진학하게 된 학생들에게도 불만이 제기됐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원거리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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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하반기 확정"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로 인해 학교 간의 격차가 심해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고교선택제 등으로 인해 학생 선호 학교와 비(非)선호 학교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비선호 학교에서는 하위권 학생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정상적 교육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교사 300여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고교선택제에 대한 수정 보완, 폐지 쪽 응답자가 73%나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선택제 변경을 위해 발주한 연구 용역을 이달 말까지 마칠 계획"이라며 "하반기 중 새로운 고교 배정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만 고교 선택제를 수정 보완할지, 완전 폐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 "초점 제대로 잡아야"

곽 교육감의 방침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계는 비판적 목소리가 많다. 고교선택제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갑자기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할 경우 학부모들이 자녀의 고교 진학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단체인 '학사모' 최미숙 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이 왜 일부 교사 의견만 묻고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갑작스럽게 제도를 변경하는 대신 제도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교선택제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과 관계없이 희망하는 고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학교 선택권을 강화한 제도. 서울에서 2010학년도부터 처음 도입됐으며, 학생이 1·2지망을 적은 뒤 추첨하는 방식이다. 원칙적으로 1단계(20%)에서는 서울 전 지역에 지원할 수 있고, 2단계(40%)에서는 권역별로 지원할 수 있다. 3단계(40%)는 집 근처 강제배정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