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는 쉬운 시험··· 사교육 많이 할수록 불리"
"니트는 쉬운 시험··· 사교육 많이 할수록 불리"
최민지 조선일보 맛있는공부 기자
입력 : 2012.03.04 17:38
[NEAT 현장 점검] 교육당국에 물어보니
구연희 교과부 영어교육정책과장 인터뷰
지난달 28일, 수도권 일대 학원가를 돌며 수집한 각종 (영)어학원 전단지를 안고 구연희 교과부 영어교육정책과장을 찾았다. 영어교육정책과는 니트 2·3급 시험과 관련한 일정을 관리, 총괄하는 부서다. 찬찬히 전단지를 훑어보던 구 과장은 "니트는 사교육을 많이 할수록 불리한 시험"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니트는 A·B·C·D 등 총 4개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수능 외국어 영역은 9등급이에요. 등급 수가 적어지면 등급별 인원은 늘어나겠죠? 더구나 니트는 절대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누구나 A등급을 받을 수 있어요. 한두 문제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으므로 오히려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교과부는 "니트 2급 시험의 난이도는 현재 수능과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에서 시행된 적이 없던 말하기·쓰기 시험은 비교 대상이 없어 학부모가 혼란을 겪어 왔다. 이와 관련, 구 과장은 니트의 말하기·쓰기 영역 난이도를 "중학교 영어 교과서 수준"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모의고사를 치른 결과, 니트 문제 유형을 미리 접하지 않은 학생도 말하기·듣기 영역 문제를 곧잘 풀어냈습니다. 물론 유형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가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단 얘긴 아니에요. 하지만 착실히 준비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니트 시험에 출제되는 단어 역시 중·고교 영어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수능엔 교과서에 없는 단어도 출제된다) 구 과장은 "단어와 관련, 기출 문제 풀(pool)이 존재한다면 니트 단어 풀은 수능보다 1000개 정도 적을 것(2급 기준)"이라고 귀띔했다.

◇EBSe 강좌만 열심히 들으면 정복 가능
구연희 과장은 니트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현실을 크게 우려했다. 그럼 학교 영어 교육만으로 니트를 준비할 수 있을까? 그가 내놓은 정답은 '예스(Yes)'. "지난해 EBS는 니트와 관련, 각급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30차시짜리 인터넷 원격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교사 3만명 중 2만 명가량이 이 과정을 이수했어요.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말하기·쓰기 연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과부 역시 200명 가까운 교사를 호주·캐나다·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 연수하도록 했고요."
그는 "영어 말하기·쓰기 수업에 익숙지 않거나 발음이 유창하지 않은 원로 교사라도 얼마든지 니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하기나 쓰기 수업은 학생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므로 교사의 역할은 지원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구 과장이 추천하는 니트 대비 학습법은 EBS 무료 영어교육 채널 'EBSe 강좌 수강'이다. 실제로 EBSe는 지난달 27일부터 주 3회씩 영역별 니트 강좌를 방영하고 있다. 방송에서 다뤄지는 문항은 100% 니트 공식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제공한 것이다. 다음 달엔 평가원이 관리하는 니트 전용 포털 사이트도 문을 연다. 교과부는 이와 별도로 이번 달 내로 EBSe를 통해 전국 각급 학교(중·고교)가 활용할 수 있는 말하기·쓰기 문제 자료도 공개할 계획이다.
"듣기 평가가 처음 수능 외국어 영역에 도입된 1990년대 초반에도 지금 못지않은 사교육 열풍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위를 둘러보세요. 영어 듣기 전문 학원은 한 군데도 없지 않나요? 니트도 마찬가지예요. 이제까지 공부해 온 구슬을 모아 차분히 꿰기만 하면 누구나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는 시험이니 사교육에 너무 기대지 마세요."
단어 난이도·발음에 따른 가산점 '無'··· 니트, 이것 유의하세요
①모의고사 등급= 니트는 평가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A부터 D까지 등급 컷 점수를 정하고, 이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을 네 가지로 나눈다. 단, 등급 평가 세부기준은 미리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설 니트 모의고사에서 A등급을 받았더라도 실제 니트 등급은 달라질 수 있다.
②창의적 어휘력= 학원들은 니트 말하기·쓰기 영역에서 “같은 말도 여러 단어를 사용해 중복되지 않도록 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니트는 어려운 단어로 답한다 해도 가산점이 없다. 문제를 제대로 요약하고 문법이 맞았다면 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③발음의 유창성= 니트 문항은 국내 중등 교사가 직접 출제하고 평가하므로 한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발음하면 된다. 따라서 ‘(발음만 유창한) 원어민식 영어’보다 ‘(발음은 다소 어색해도 의미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식 영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④시험 급수= 니트 관계자를 자처하는 강사의 프로필에 ‘1급 니트 시험’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면 일단 의심해볼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출제를 맡고 있는 니트 1급 시험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2·3급 시험과는 전혀 다르다.
도움말=박상화 교과부 영어교육정책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