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미래의 '갈비 대권' 꿈꾸는 용감한 형제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2. 11. 4. 21:14

미래의 '갈비 대권' 꿈꾸는 용감한 형제들

2012.11.02 09:10

푸드 조선

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1970년대 어른들이 보던 대중 주간지는 어린 나에게도 꽤 흥미로웠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 갈비집 광고 만화가 눈길을 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신사가 콧대 높은 아가씨를 장안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갈비집으로 초대해 그녀의 환심을 산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쨌든 갈비는 당시에 도도한 여성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런 음식이었다. 그 후 경제발전에 따라 육류 소비량이 늘면서 갈비의 소비량도 따라 늘었고 점차 대중화되었다. 갈비는 저 높은 곳, 돈 많은 소수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중산층 가정의 입 높이까지 내려왔다.

강남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한우 갈비를?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모두들 지갑이 얇아졌다. 갈비 집을 드나들기에 다소 부담스러워졌다. 고객은 이제 목적 지향적인 소비를 하려고 한다. 작은 돈으로 만족스런 외식이나 만족스런 접대를 하려고 한다. 그만큼 고객의 입맛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스럽고 맛있으면서 분위기도 괜찮은 갈비 집을 찾는다.

이러니 고깃집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한우 갈비 전문점 등 고급 육류를 취급하는 업소는 줄어든 손님 때문에 울상이다. 더러는 폐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점포도 있다. 이런 와중에 새로 갈비 집을 차린 곳이 있다. 서울 논현동의 <논현갈비>다. 남들이 ‘아니오’ 할 때 혼자서 ‘예’ 하는 경우다. 시장이 어려울 때, 그걸 알면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거나 비장의 무기가 있을 터.

지난 8월, 갈비 전문점으로 출발한 <논현갈비>의 김성현 사장은 국내 최상위권 갈비 업소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갈비 업소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우리나라 유명 갈비 집은 물론이고 일본으로까지 벤치마킹을 다녔다. 갈비에 관련한 연구 개발과 학습은 원 없이 실컷 해본 셈이다. 10년 넘게 갈비와 생활하면서 갈비만 파다 보니 어느 정도 갈비에 대해 문리가 트였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의 아우는 고기 유통업체에서 10년간 일한 뒤, 형의 권유로 이 집에 합류했다. 높은 갈비 조리 기량과 경영기법을 터득한 형과, 양질의 갈비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아우의 만남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다. 각자 갈비 전문가의 길을 10년 이상 걸어온 형제의 의기투합으로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한다.

충북 음성 산 한우 생갈비와 양념갈비, 한국인 입맛에 ‘딱’

<논현갈비>의 주 메뉴는 한우생갈비(180g 3만5000원)와 한우즉석양념갈비(180g 2만9000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우 갈비로 1++ 등급만 쓴다. 그런데 가격은 강남 인근의 갈비 집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주인장 형제가 일부 지분을 투자한 마장동의 고기 유통업체로부터 충북 음성 산 원육을 직접 구입해 유통 비용을 절감했다.

소갈비는 소가 움직여도 함께 움직이는 근육 부위가 아니라 갈비뼈에 붙어 고정된 부위여서 질기지 않고 적당히 지방이 섞여서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난히 좋아하는 부위다. 이 집에서는 길이가 긴 3번부터 8번 갈비만 쓰는 다른 갈비 집들과 달리 갈비의 규격을 줄여 그 너머 부위 갈비들도 활용하여 갈비 원육의 효율성을 높였다.

칼집 모양은 빗살무늬로 일반적인 갈비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간격이 비교적 촘촘하고 깊이가 깊어 굽는 시간을 짧게 함으로써 육즙을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생갈비에 뿌리는 소금은 일곱 가지 천연재료를 보강했다. 덜 짜면서 갈비의 깊은 맛은 더해주고 느끼한 맛은 줄여주었다.

양념갈비는 보통 생갈비보다 질이 떨어지는 갈비에 다른 부위를 더 넣고 양념에 재서 양념 맛으로 먹었다. 이 집 한우즉석양념갈비는 양념으로 가려버리기엔 1++ 등급의 육질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양념 맛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했다. 장시간 양념에 재지 않고 즉석에서 바로 양념을 하는 점, 양념의 간이 일반적인 양념갈비용 양념보다 세지 않은 점, 조미료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절제한 점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양념갈비에는 갈비살만으로는 부족해 덧살로 저렴한 우둔살을 섞어 쓴다. 갈비 살 자체가 워낙 양이 적기 때문이다. 이 집은 비교적 고급 부위인 채끝등심을 덧살로 쓰고 있다.

갈비가 아무리 좋아도 불이 시원치 않으면 제 맛을 못 낸다. 화력이 센 고급 참숯에 이 집 직원이 직접 구워준다. 대체로 갈비는 미디엄 상태로 구워야 육즙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불 맛도 느낄 수 있다. 노련한 직원이 최적의 상태로 구워낸다.

쾌적한 분위기에 깔끔한 찬류와 된장찌개 일품

갈비를 구워먹고 있는 동안 갈비뼈 부위에 남아 있는 나머지 살로 갈비찜을 만들어 서비스로 내온다. 감자와 양파, 대파를 푸짐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양념으로 맛을 냈다. 숯불에 올려 좀 더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비록 작은 양이긴 하지만 서비스로 갈비찜 맛까지 볼 수 있다.

한우 앞다리살에 간장 베이스 소스로 즉석양념을 한 한우직화불고기(150g 2만8000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고기가 얇고 미리 잘라서 굽기 때문에 자를 필요도 없다. 석쇠에 올리자 마자 익어 성미가 급한 사람에겐 안성맞춤이다. 소 잡는 날인 매주 월, 수, 금요일에는 한우육사시미(120g 3만원)도 나오는데 일부 마니아 고객들이 차지한다고.

매콤하고 시원한 동치미도 고기 먹은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만들었다는 무채는 갈비와 함께 먹어도 좋지만 그냥 생으로 먹어도 아삭하고 맛있다. 아삭이고추, 양파, 오이로 담근 장아찌는 피클처럼 만들었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고기의 느끼한 지방을 잘 잡아준다.

찬류가 모두 고기 맛을 제대로 나게 해주지만 무엇보다도 김씨의 모친이 담근 된장 맛은 퍽 인상적이다. 올리브유를 바른 구운 마늘을 된장에 찍어 쌈에 고기 한 점 얹어 싸서 먹는다. 고기의 고소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좋다. 물론, 갈비 맛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분은 갈비를 먹고 난 다음에 마늘을 된장에 찍어 먹을 것을 권한다. 고기를 먹고 나면 바로 이 된장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를 내온다. 몇 번 된장 국물을 떠먹으면 고기 먹은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고기 먹을 때 구우면서 생기는 냄새와 연기가 고욕이다. 그런데 이 집은 고성능 구이기를 사용, 실내에 연기와 고기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옷에 고기 냄새가 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4인용, 6인용, 8인용 개별방이 여러 개다. 20명이 식사할 수 있는 방도 있다. 주변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깔끔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고객은 여전히 낮은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고기와 서비스를 찾을 것이다. 이런 고객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김씨 ‘갈비형제’의 등장은 고기 음식점 추세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듯 하다.
<논현갈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문의 02-3448-4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