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대입 자연계 논술 문제 ‘대학 수준’ 강요 여전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3. 3. 22. 01:13

 

대입 자연계 논술 문제 ‘대학 수준’ 강요 여전

주요대 182개 문제 중 37%가 고교 교과과정 벗어나
금지된 본고사 유형 출제도… 예시답안도 게재 안 해

 

경향신문 | 이혜리 기자 | 입력 2013.03.21 22:22 | 수정 2013.03.21 23:34

 

올해 서울지역 주요 대학 입시에서 자연계 논술 문제 3개 중 1개는 고교 교과과정을 벗어난 대학 수준에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상당수 대학이 논·구술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금지하는 본고사형 문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기출문제, 예시답안도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고 있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1일 서울 서강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학년도 논·구술면접 전형 문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홍익대 등 수도권 15개 대학이다. 분석 결과 자연계 논술 전형 182문제(수학·과학) 중 68문제(37.4%), 구술면접 전형 108문제 중 30문제(27.8%)가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됐다.

고려대는 고교 과정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배위화합물에 대한 문제를, 이화여대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주기함수·대칭함수보다 어려운 비정형 함수식을 구하는 문제를 출제해 "과학 심화과정 문제나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를 풀어본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외대는 유르겐 하버마스의 < 의사소통행위이론 > , 마르틴 하이데거의 < 존재와 시간 > , 소포클레스의 < 안티고네 > 를 제시문으로 출제했다. 사걱세는 "대학생도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 이론을 요약의 수준도 아닌 관점까지 파악해 다른 제시문에 적용해 해결방안을 도출하라는 것은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난 무리한 출제"라고 말했다.

자연계 논술 중 본고사 유형으로 출제된 문제는 162문제로 전체의 89%에 달했다. 본고사 유형은 문제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것으로 논술의 취지인 사고력 증진과는 거리가 멀다. 구술면접 중에서는 99문제(91.7%)가 본고사 유형이었다.

인문계 논술 시험에서는 과거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서 금지됐던 영어 제시문을 출제한 학교가 3곳, 수학 문제를 출제한 학교가 6곳에 달했다. 사걱세는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논술-공교육 연계 강화' 방안을 내놓고 영어나 난해한 지문이 나오지 않도록 했지만 대학들은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과정 수준의 문제 출제 비율, 본고사형 문제 비율, 정보 제공 불성실 지수를 합산한 결과 1위는 서강대였다. 서강대 다음으로는 성균관대, 연세대, 홍익대 순이었다. 구술면접을 실시한 7개 대학 중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한 5개 대학(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윤지희 사걱세 대표는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해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