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맘 리포트
스칸디맘 리포트
입력 : 2013.07.10 08:00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
진행 고윤지 기자 | 사진 이종수, 이보영, 강현욱, sutterstock, 참고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3>(미래의 창)
호랑이 엄마가 호령하던 시대는 갔다. 자상함과 따뜻함으로 아이의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는 2013년의 새로운 엄마,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chapter 1.
2013년생 새로운 엄마의 등장
2011년 아이들의 모든 삶은 부모의 주도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에이미 추아 교수의 엄격한 주입식 교육, 타이거맘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다. 소위 자녀를 엄친아로 만들려면 부모가 자녀의 삶을 통제하는 철저한 스파르타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양육 논쟁을 일으켰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했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교육은 이전 40, 50대가 받은 교육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상한 아빠가 양육의 중심이 되는 ‘스칸디대디’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뜨거웠다. 아빠와 공동육아를 통해 자녀에게 이상적인 육아를 펼쳐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각종 매스컴에 연일 소개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아빠의 육아휴직이 90%에 이르는 북유럽 국가와 달리 환경적 제약이 많았던 탓에 이상적인 모델로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우리 사회의 주류로 떠오른 30대 엄마들의 새로운 자녀 양육법인 ‘스칸디맘’을 다루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칸디맘은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북유럽식 자녀앙육법을 추구하는 30대 젊은 엄마들을 가리킨다. 극성스럽고 과도하게 경쟁적인 육아환경에서 벗어나 자녀와 질적·정서적 교감을 추구하고, 자녀와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고도성장기에 태어나고 ‘N세대’로 자라나 이제 엄마가 된 이들은 “우리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자녀를 통해 엄마의 자아를 채우려는 ‘엄마의 행복’이 아니라 ‘자녀의 행복’으로 교육철학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고 친환경적이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스칸디맘’은 소비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자녀는 물론이고 본인과 남편까지 가족구성원 모두의 소비를 소홀히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시장에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교육철학뿐 아니라 스타일링에서도 대세가 될 태세다. ‘스칸디맘’이 추구하는 북유럽 스타일링에는 심플함, 모던함, 친환경성, 실용성, 평등함의 가치가 담겨 있다. 향후 스칸디맘들의 자녀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을 비롯해 교육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 <트렌드 코리아 2013> 중에서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30대 엄마들도 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전업주부, 교사, 회사원, 공무원 등 현재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아이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구별해 생각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 일례로 회사에 다니다 전업주부를 선택한 엄마 역시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기보다는 자신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그만두었다’고 표현했고, 직장에 다니는 엄마 역시 자신이 일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기에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전문직이나 교수, 공무원처럼 현재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는 이들조차 자신과 같은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의 30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부모들의 기대와 심한 경쟁에 시달렸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좁은 취업문을 뚫고 사회에 입성한 뒤 부모가 된 이들은 자녀에게 자신들처럼 경쟁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자녀의 직업에 대해 노래를 잘하면 가수를, 운동을 잘하면 운동선수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위보다는 자율을, 억압보다는 조력을 내세운 N세대 엄마들의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교육의 시작,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개정
상식과 경험 많은 아이가 우등생이 된다
2013년 4월부터 각 초등학교 1학년에 새롭게 개정된 교과서가 전달됐다. 특히 이번 개정은 주입식 교육에서 통합형 교육으로 목표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큰 줄기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보인다. 우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많아졌다. 원래 초등학교 1학년은 한글을 외우고 수를 익히는 단순 암기식 주입교육이 많았다면 새롭게 개정된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대신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표현하게 하는 과제를 준다. 예를 들어 사회교과서를 살펴보면 이렇다.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소개로 후보사진, 공약, 학력 등을 자세히 적어준 뒤, 아이들에게 후보를 고르는 데 선택 기준을 서술하라는 과제를 낸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표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둘째,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키운다. ‘우리의 몸’이라는 교과서는 그림책이다. 신체기관에 대해 배우지만 어디에도 기관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수업 외의 공부는 자율의사에 맡기지만 활동과제에 있는 내용을 서술하기 위해서는(귀를 5개의 문장으로 표현하라) 아이들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백과사전,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 동화책) 속 정보를 통합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 다양한 지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게 이번 교과서 개정의 큰 목표다. 깊게 사고하고 넓게 통합하는 교육이야말로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영역이다. 엄마가 자녀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