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
유난히 길다던 추석연휴가 6분후면 끝난다. 제수준비 하느라 하루 잡아먹고 추석날 모든 식구들 세끼 식사 챙기느라 정신없이 보내니 이틀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날이 너무 화창해서 일하기 참 좋았다. 전 부치고 생선 굽는 일이 즐거웠다. 동서들이 많아 별로 일 한것 같지 않은데도 다 끝나 버렸다. 추석에는 아침먹고 '서울공원'에 갔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어른들은 준비해간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자전거타기에 지칠 무렵 엄마들이 탔다. 자전거를 타다 만난 아랫동서는 "그래, 이것이야!"하면서 간만에 소녀같은 기분을 내었다. 귀여웠다. 나도 자전거를 천천히 타기도 하고 마구 페달을 밟아보기도 하면서 명절 일상과 살짝 떨어져 자유를 만끽했다.
명절연휴 이틀 보낸 후로는 나의 자유시간... '라디오스타'도 보고 작은 아이 먹고 싶어하는 단팥죽 먹으러 경복궁 근처에 있는 '둘째로 잘한다'는 죽집에 가기도 했다. 단팥죽 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생각에 가격 대비 맛을 비교하며 먹었다. 우리 가족은 연말에 이 집에 들러 단팥죽을 먹으며 한 해를 정리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한 해가 지나는 때에 뜻있는 기념거리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기 때문이다. 커서도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작전이라고 할까. 작은 녀석은 유난히 이 집 단팥죽을 즐긴다. 큰 녀석은 식혜를 좋아하지. 엄마 닮아 먹는데는 손이 크다. 한 그릇에 4000원하는 식혜는 PET병에 2만원한다는데도 사가자고 난리다. 눈 딱 감고 거절했다. 성대 뒷길로 걸어 내려오면 만나는 이 거리는 남편과 학창시절에 자주 다니던 곳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즐겨먹는 유명한 도가니탕집은 아직도 있지만 대부분 그저 그랬던 한옥들이 식당과 까페로 대변신을 해 분위기 따지는 아베크족에게는 명소가 되어 버렸다.
이번 팔월대보름에는 달이 유난히 크고 보기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친화적인 감성이 되기는 하지만 이번 해에 달은 어찌나 멋진지 나도 남들처럼 핸드폰으로 꽝꽝 찍었다. 달에 흠뻑 취해 청계천도 한번 거닐어 보았다. 물이 흐르는 아랫쪽으로 내려가 본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단순한 구조 설계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청계천을 끼고 새로 생긴 가게들을 보면서 목을 잘 잡아 장사 참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명절 때면 살림에 주름이 쫙 펴져 있어야 하나보다. 친척만나면 하는 인사가 요즘 근황을 묻는 것이고 아이들 공부 얘기다. 중학생 조카는 전교 1등하는데 우리집 사정이 그렇지 못하면 좀 난처해진다. 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살림이 어떤 지가 최대 관심사다. 형제가 두루 잘 되면 좋으련만 때 맞춘 것도 아닌데 어떠냐고 말 건네기도 쉽지 않다. 아무튼 열심히 살기는 하지만 사람 사는 인생사가 모두 순탄하지는 않은 법,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세상만사 세옹지마'이려니 하며 산다. 그래도 명절 때만은 일이 좀 잘 풀려주기를 바란다. 폼 좀 나게...
다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