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비빔만두와 대구 인심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 24. 10:56

1월 23일(화)에 대구 교보문고에서 저자 강연회 및 사인회가 있어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느꼈지만 더 번화해진 대구백화점 근처를 출판사 정실장님과 헤매다 대구의 명물 '전주비빔밥'을 먹기로 했지요. 전주비빔밥하면 전주지만 대구에서는 대구사람 입맛에 맞게 변형된 전주비빔밥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누구나 전주비빔밥은 이 집에서 먹는 답니다.

 

'개정' 들어가는데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을 보았어요. 물론 제 강연회에 올 지 물러 보았지요. 이미 내려가기 전에 동문회에 연락을 했거든요. 이 친구는 오늘은 바빠서 못 오지만 2월 26일 동아백화점에서  하는 강연은 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미안하면 밥 사라는 장난 말에 진짜 밥을 사 주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또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아~ 고향은 그래서 좋답니다.

 

강연이 끝나고 대구백화점 앞에 방송에도 알려진 '고굼이' 고구마 빵을 샀습니다. 서울까지 가지고 간다는 말에 5개에 천원하는 고구마 빵이 식으면 맛이 없다고 다시 구워 주시는 아저씨(총각)의 장인 정신에 또 한번 감동을 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양은 만오천원이니 몇 개일까요? 75개 거기다 덤으로 15개정도 더 주셨으니 90개 가량되네요. 굽기가 바쁘게 팔리기 까지 해서 어제 어깨가 아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저씨의 정성 탓이었을까? KTX 덕분일까? 집에 도착했는데도 온기가 남아 있었어요. 물론 아는 집에도 갔다 주었지요.

 

고구마빵 아저씨께 '야끼우동'집 이사한 곳이 어디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바로 알려주시더군요. 근처였구요. 다음에는 꼭 먹으리라 다짐했답니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기다리는데 새로운 음식이 눈에 띄었어요.  '매운 오뎅', '떡오뎅', '잡채오뎅' 떡볶기 국물 같은 것에 푹 담궜다가 먹는 것인데 역시 얼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납작만두'도 팔더군요. 대구에서는 '납딱만두'라고 합니다.

 

태산만두 집이 가까워 들어가 보았더니 '비빔만두'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 왔어요. 비빔만두는 군만두나 찐만두 위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양상추, 깻잎, 오이'를 비빔장에 버무려 위에 얹어 내놓는 음식이더군요. 저는 군만두를 주문했는데 찐만두가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서울의 달짝지근한 비빔장 맛에 길들여진 저는 옛 추억이 떠 올랐답니다. '그래! 이 맛이야.' 다르더군요. 다음에 그 집에서 파는 쫄면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든든하게 먹고 살살 종이백에서 나오는 고구마빵 향까지 맡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즐겁고 보람찬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