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보다 싱싱한 면발이 끝내줘요
사누키 우동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입력시간 : 2006.12.20 18:37
- ▲ 논두렁에 우뚝 선 우동집. 가가와현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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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동네가 있나. 논 한가운데 서 있는 우동집들. 차 두 대가 겨우 엇갈려 지나칠 좁은 길을 따라 산속으로 30여분을 들어가면 우동가게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산을 넘어도 우동팁 개천을 건너도 우동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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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건 우동을 맛보려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일본 전역에서 몰려든다. 우동집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주차장에는 비교적 가까운 오사카, 고베는 물론 교토, 심지어 자동차로 15시간 거리인 도쿄 번호판을 단 승용차도 있다. 가가와현(香川縣) 다카마쓰(高松)에서 본 풍경이다. 일본 가가와현. ‘사누키(讚岐·さぬき라고도 쓴다)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 오사카에서 세토내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2개 넘고 고속도로를 3시간 달려야 닿는 시코쿠(四國)섬에 있다. 인구는 10만여 명으로,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두 번째로 적다. ‘깡촌’이다.
그런데 가가와현에서 소비되는 밀가루의 양은 일본 최고 수준이다. 모두 우동 덕분이다. 이곳 사람들, 중독됐나 싶을 만큼 우동을 좋아한다. 1년 동안 먹는 우동의 양이 일본 평균보다 7배나 더 많다. 아침에도 우동, 점심에도 우동, 저녁도, 간식도 우동이다. 가가와현 안에 700개가 넘는 우동집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가가와에는 신호등보다 우동집이 더 많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우동을 많이도 먹지만 먹은 지도 오래됐다. 804년 헤이안시대 당나라에서 갔다가 일본으로 밀교(密敎·불교의 일파)를 들여온 구카이대사(空海大師)가 머물던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현 시안(西安)) 주변은 광대한 밀 경작지대였다. 대사는 사찰마다 있는 면요리 전문 승려들에게 밀가루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웠고, 고향인 가가와현 사람들에게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 사누키에서 우동을 먹는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 삶은 우동을 그릇에 담아 간장과 미림, 설탕, 멸치육수 등을 섞어 만든 진한 국물을 조금 뿌려 먹는 ‘붓가케우동’(ぶっかけうどん), 우리가 흔히 아는 우동과 가장 비슷한 ‘가케우동’(かけうどん), 우동을 삶은 물과 함께 큰 통에 담아 건져 먹는 ‘가마아게우동’(釜揚げうどん), 삶은 우동을 찬물에 씻어 진한 국물에 찍어 먹는 ‘자루우동’(ざるうどん), 삶은 우동에 날달걀을 넣고 비벼 먹는 ‘가마타마우동<사진1·2>’(釜玉うどん)이 있다.
- ▲ 좌측부터 <사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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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강판에 간 생강이나 무즙, 튀김가루, 파채, 참깨 정도를 뿌려 먹는 것이 고작이다.
특별한 국물을 쓰지도 않고, 별다른 꾸미를 얹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누키 우동이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 곤란하다. 굳이 말하자면 갓 삶은 면을 그 자리에서 먹는 싱싱함이랄까? 한국에서 먹던, 쉽게 말해 “국물이 끝내주는” 우동을 상상한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바깥쪽은 껌처럼 말랑말랑하면서 중심은 고무처럼 탱탱한, 두 가지 질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국수 자체의 맛만큼은 최고다.
가가와현에 가면 유명 우동집 수십 혹은 수백 곳을 수록한 안내책자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책방에서도 사누키우동 전문점 책자가 여럿 있다. 우동 한 그릇 가격은 100엔에서 1000엔사이로, 서울과 비교해도 싼 편이다.(100엔=약785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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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볼만한 사누키 우동집
● 야마고에(山越) : 가마타마우동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곳. 오전 9시35분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오후 1시30분 문을 닫는다. 15분쯤 기다려 우동 한 그릇을 받아들었다. 생강즙, 무즙, 튀김가루, 간장 등을 식성대로 뿌려 마당으로 나간다. 대부분 달걀을 하나 깨뜨려 넣는다. 부족할 것 같으면 고로케나 어묵 등을 사먹으면 된다.
마당에는 긴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사람들이 여기 않아 우동을 “후르륵 후르륵” 크게 소리내며 입속으로 빨아들인다. 뜨거운 우동에 날달걀을 비벼 먹는 맛이 의외로 좋다. 주소 綾歌郡綾上町羽床上602-2, 전화 087-878-0420
● 야마우치우동(やまうちうどん) :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면 나온다. 우동 제작 전과정을 손으로 하는 완전 수제 우동집. 일이 고되, 이런 집은 가가와현에서도 드물다. 우동은 장작을 때서 삶는다. 작불이 가스불보다 화력이 세서 우동 맛이 좋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갈수록 면발이 굵어지는데, 팔힘이 빠져서라고 한다. 주소 仲多度郡仲南町十鄕大口1010, 전화 0877-77-2916
● 메이수이테(明水亭) : 홋카이도(北海道)산 밀가루를 사용, 다른 집 우동에는 없는 향긋한 밀 냄새가 기막히다. 가가와현은 물론 일본 전역에서 판매되는 우동은 거의 100% 호주산 밀가루로 만든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우동도 소량이지만 판매한다. 주소 丸龜市垂水町中村956-2, 전화 0877-28-9981
● 오가타야(小縣家) : 가게에 들어서면 모든 손님이 20㎝쯤 되는 길쭉한 무를 강판에 벅벅 갈고있다. 우동에 강판에 간 무즙과 초귤즙, 간장을 뿌려먹는 스타일로 유명한 우동집이다. 테이블에는 시치미(七味素)와 함께 인공조미료(우리에게 ‘미원’으로 친숙한)가 놓여있다. 가가와에서는 인공조미료통이 상 위에 번듯하게 놓여있다. 주소 仲多度郡滿濃町吉野1298-2, 전화 0877-79-2262
● 야마다야(山田家) : 가가와에서도 역사가 오랜 우동집. 고풍스런 건물도 역사유적으로 등록됐다. 주소 高松市牟札町牟札3186, 전화 0120-04-6522
▒ 여행수첩 ▒
● 우동순례 : 우동집들이 흩어져 있어서 찾아다니기 쉽지 않다. 택시운전사가 안내하는 ‘우동택시’(Udon Taxi)가 있다. 중형차 기준 1시간 30분에 6300엔. 1시간 30분이면 우동집 2~3개를 돌 수 있다. 니신택시(087-881-1188) 등 대부분 택시회사에서 우동택시를 운영한다.
● 우동학교 : 사누키멘교(さぬき麵業)에서는 우동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30분쯤 걸리며 1인당 2000엔 이지만 바뀔 수 있다. 高松市松竝町933-1, 087-867-7893
● 가는길 : 인천에서 가가와현 다카마쓰(高松)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 문의 : 가가와현 관광협회 (087-832-3377, www. 21kagawa.com)가 있지만 한국어나 영어로 안내 받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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