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캠퍼스에서 2006년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칼텍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학생이 2169명에 불과한 소규모 대학이지만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31명이나 배출했다. 패서디나=신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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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40여 분 떨어진 인구 14만여 명의 작은 도시 패서디나. 초여름 가랑비가 내리는 9일 패서디나에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서 2006년 졸업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246명의 학생이 학사학위를, 120명이 석사학위를, 117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들 483명의 졸업생은 모두 미래의 노벨상을 꿈꾸는 이공계 최고 인재들이다.
1891년 패서디나 출신 사업가인 아모스 트룹이 설립한 칼텍은 미 동부에 위치한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미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동문 17명과 비(非)동문 교수 11명 등 31명이 32개의 노벨상을 받았다. 칼텍의 총졸업생이 2만50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졸업생 1470여 명 가운데 1명이 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어떤 대학도 따라오지 못하는 비율이다.》
칼텍이 이렇듯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최고의 학생만을 선발해 최고의 인재로 길러내는 것.
올해 졸업생 수에서 알 수 있듯 학교 규모는 웬만한 종합대학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학생 수는 2169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규모 대학이지만 그동안 칼텍이 이룩한 과학적인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칼텍은 제트(분사 추진식) 비행기 원리를 처음으로 찾아냈으며, 지진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좌뇌(左腦)와 우뇌(右腦)의 각각 다른 기능을 찾아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데이비드 스티븐슨 천문학과 교수는 “칼텍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소수 정예 사립대학’의 이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학교가 작기 때문에 학생 선발에서부터 교육, 연구,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입학한 학부 1학년 234명의 고등학교 성적은 대부분 상위 10%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의 수학 성적은 거의 만점에 가깝다. 전 세계 영재들이 참가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나 국제물리올림피아드의 입상 경력을 가진 학생들도 많다.
이렇게 최고를 지향하는 칼텍은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웬만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더 입학하기가 어려운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 고교 졸업생 3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4년 발표한 대학 입학 선호도 조사에서 칼텍은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대 다음으로 4위를 차지했다. 최고 경쟁대학인 MIT는 물론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조지타운대 등을 앞서는 순위였다.
![]() 되찾아온 자존심 4월 10일 칼텍 학생들이 매사추세츠공대 캠퍼스를 찾아가 칼텍의 상징물인 대포를 되찾아가고 있다. 이 대포는 칼텍 캠퍼스 내 기숙사인 ‘플레밍 하우스’ 앞에 전시돼 있어 ‘플레밍 대포’로 불린다. 사진 제공 캘리포니아공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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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여 명의 대학원 학생들은 전원 장학금을 받는다.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매년 학비 3만 달러를 면제받는 것은 물론 1만5000달러의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다.
학부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연구소에서 담당교수는 물론 석박사과정 선배들과 함께 연구하며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부에서 책을 통해 기초지식을 쌓은 뒤 대학원에 들어가야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대학 학생들의 부러움을 산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가는데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캠퍼스에는 40개의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 국방부에서 예산을 거의 전액 지원받아 미국 우주선을 개발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개발과 같은 생물학·화학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베크먼(Beckman) 연구소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들은 밤을 지새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 때문에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교수 대 학생 비율도 칼텍의 자랑거리다. 현재 칼텍의 교수 수는 286명으로 학생(학부 기준) 대 교수 비율이 3 대 1로 미국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학생들은 노벨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올라 있는 교수들을 수시로 만나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칼텍은 학생 지원과 학교시설 확충 등을 위해 1997년 14억 달러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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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MIT 교수를 지낸 볼티모어 총장은 이날 졸업식 축사에서 “9년 전 칼텍의 ‘신입생’으로 들어온 뒤 칼텍이 다른 대학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는 걸 알았다”며 평교수로서 칼텍에 계속 남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1975년 37세의 나이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볼티모어 총장은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이달 말 총장직에서 물러나 생물학과 교수로 돌아갈 예정이다.
▼못말리는 천재들▼
평소 공부와 연구에 몰두하는 칼텍 학생들은 기발하면서도 짓궂은 장난을 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미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의 자리를 놓고 칼텍과 오랫동안 자존심 싸움을 벌여 온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때때로 칼텍 학생들의 장난의 표적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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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는 칼텍 학생들이 미 대륙 반대편에 있는 MIT 캠퍼스를 찾아가 본관 정면에 새겨진 교명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를 ‘또 하나의 공대(That Other Institute of Technology)’라고 감쪽같이 바꿔 놓은 일이 벌어졌다. 미 최고의 공대는 칼텍이며 MIT는 나머지 공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
칼텍 학생들은 또 지난해 MIT 신입생들에게 가슴에는 ‘MIT’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고 등에는 작은 글씨로 ‘칼텍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가는 대학’이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뿌리기도 했다.
올해 3월 말에는 MIT의 보복이 가해졌다. MIT 학생들이 이삿짐센터 직원들로 위장해 칼텍 캠퍼스에 들어간 뒤 칼텍의 대표적 상징물인 무게 3t짜리 대포를 훔쳐내 MIT 캠퍼스로 옮겨 놓은 것.
이 대포는 13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칼텍에서 졸업식 등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축포를 쏘는 데 사용돼 왔다.
결국 30여 명의 칼텍 학생들이 4월 10일 MIT 캠퍼스를 찾아가 대포를 되찾아 왔다. 이날 칼텍 학생들은 MIT 캠퍼스에 ‘여기 당신들에게 어울리는 크기의 선물을 두고 간다’는 메모와 함께 손바닥 크기의 장난감 대포를 남기고 떠났다.
칼텍 학생들은 또 “우리들은 또다시 돌아올 것이며 그때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남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미 할리우드 탄생 100주년 기념일인 1987년 5월 4일에는 칼텍 학생들이 로스앤젤레스 외곽 리(Lee)마운트 정상 부근에 서 있는 거대한 ‘할리우드(HOLLYWOOD)’ 표지판을 ‘칼텍(CALTECH)’이라고 바꿔 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서디나=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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