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내가 만난 미술가' 시리즈 펴낸 로렌스 안홀트 英 동화작가 부부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6. 24. 22:52

"실수하는 과정을 즐기게 하세요"

'내가 만난 미술가' 시리즈 펴낸 로렌스 안홀트 英 동화작가 부부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입력시간 : 2008.06.20 22:58 / 수정시간 : 2008.06.21 07:27

    • 로렌스(왼쪽)와 캐서린 안홀트 부부는“한국인들 이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 영어를 잘 하면서 도‘못한다’고 겸손해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웃었다. 박영석 기자

    "어린 아이에게도 책을 고르는 본능적인 심미안이 있습니다. 만화책이건 신문·잡지건 아이가 붙든 것을 함께 읽고 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국의 부부 동화작가 로렌스 안홀트(Anholt·49)와 캐서린 안홀트(50)는 "자녀 취향을 존중해 관심 분야에 한동안 푹 빠지도록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로렌스는 《내가 만난 미술가》(웅진주니어) 시리즈를 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앙리 마티스 등 5편이 국내 소개돼 있고, 그의 시리즈 제1편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을 원작으로 한 동명(同名) 뮤지컬이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있고, 그의 작품 몇 편은 영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부부는 책을 100편 넘게 냈다. 로렌스는 이야기, 캐서린은 일러스트를 맡는다고 한다. 부부는 런던에서 차로 3시간쯤 떨어진 라임 레지스라는 마을에서 동화책을 쓰고, 아동 미술교육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처음 찾은 부부를 만났다. 로렌스가 주로 답변했고, 캐서린이 거들었다.

    ―고흐·드가·모네·마티스·다 빈치 같은 거장과 아이가 친구가 되어 작업 과정에 함께 한다는 구상이 독특하다.

    "앙리 마티스 편을 쓸 때는 프랑스 니스에서 후손들을 만났고, 파리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 전문가들을 만나 그의 삶을 복원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대가(大家)의 삶을 묘사하려 했다. 미술가 한 명에 대해 쓸 때마다 취재하는 데만 꼬박 1년을 바쳤다. 1992년 시리즈 첫 편을 냈고, 현재 제7편 폴 세잔을 그리고 있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팩션(faction) 형식을 택한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화는 완벽한 사실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좀 더 극적이고 강한 이야기를 창작해 세세한 부분을 보완한다."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고흐다. 아홉 살까지 네덜란드에 살아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 자주 갔고 화려한 색감에 반했다. 미술이 나의 첫사랑이 됐다."

    ―그림책 작가가 된 계기는?

    "아버지는 화가, 어머니는 영어교사였다. 부모의 직업을 합친 일을 하는 셈이다. 1985년 첫 책을 냈을 때 큰 아이가 돌바기였는데, 애초 자식한테 읽히려고 그림책을 쓰기 시작했다."

    ―미술은 입시 위주 교육 현실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걸 밥벌이 삼았다간 굶어 죽는다'는 게 부모 심정이다. 하지만 미술은 위안을 주고 창조적 사고와 정서 순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미술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가?

    "아이들이 실수하는 과정조차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재료를 다루고 작품을 만들다 망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천재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연습과 실수를 통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