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

두 한국인이 '독도' 찾아냈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 5. 10:35

  일(日), 한일협정 문서 중 150쪽 '먹칠'

… 두 한국인이 '독도' 찾아냈다

'독도, 日부속도서에서 제외'

1951년 일본 법령 2건 발견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 유미림 연구원
"뭔가 감춘 증거… 제목만 남고 내용 다 지워져"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일본이 1951년에 '독도를 일본의 부속 도서에서 제외한다'고 했던 '총리부령(總理府令) 24호'와 '대장성령(大藏省令) 4호'의 발견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옛 식민지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독도는 본방(本邦·일본 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본 스스로 인정했음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법령들의 발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사람의 말을 들어 본다.


'총리부령 24호'와 '대장성령 4호'를 발굴해낸 인물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인 유미림(柳美林·47) 박사다. 유 박사는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부속 도서가 아니라고 스스로 법령에서 밝힌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주장해온 '일본의 고유 영토설'이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가 한·일협정 관련 정보 공개 청구소송을 벌였던 최봉태 변호사로부터 '뭔가 일본이 숨기는 법령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 말의 일이었다. 유 박사와 최 변호사는 같은 시기에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유학한 인연이 있었다. "'정령(政令) 40호'라는 법령의 제목만 남기고 관련 내용을 다 지워버렸어요. 불리한 사실을 감추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죠."

1951년 3월 6일에 일본 내각이 공포한 '정령 40호'는 '조선총독부 교통국 공제조합이 소유한 일본 재산 정리에 관한 정령'이었다. 유 박사는 '재산 정리'라는 말이 들어간 당시의 일본 법령들을 모두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51년 6월 6일 이보다 하위법인 '조선총독부 교통국 공제조합이 소유한 일본 재산 정리에 관한 정령 시행에 관한 총리부령'이란 제목의 '총리부령 24호'가 공포됐음을 알게 됐다.

"그 법령의 제2조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법령에서는 일본 땅을 뜻하는 '본방(本邦)'에 '부속 도서를 포함한다' 정도로 써 놓았을 뿐 독도가 부속 도서에 포함되는지는 분명히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총리부령 24호'의 제2조는 '부속 도서로서는 아래 열거한 도서 이외의 도서를 말한다'고 쓴 뒤 3항에 '울릉도, 독도 및 제주도(鬱陵島, 竹の島及び�州島)'를 명기했던 것이다. 유 박사는 이보다 조금 앞선 1951년 2월 13일 공포된 '대장성령 4호'에서 역시 '본방'의 부속 도서에서 독도를 제외한다고 명기한 조항을 찾아냈다.

▲ 유미림 박사가 2008년 일본이 공개한 한일협정 관련 문서 중 1951년 '정령 40호'에서 일본이 삭제 한 부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유 박사는 "이것이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한다는 선언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본방'이라는 말은 넓은 의미에서의 '일본 영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리부령 24호'의 최종 개정일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부터 8년이 지난 1960년 7월 8일이라는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법학자들의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적인 효력을 별개로 하더라도 현재 일본 외무성이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구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유 박사는 말했다.

1999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한국정치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 박사는 2006년부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해 왔다. 2007년에는 고문헌에 나오는 우산도(于山島)가 독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인 조선 후기 학자 박세당의 '울릉도'를 발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