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집중 못하던 아이들, 눈빛이 반짝

1분도 집중 못하던 아이들, 눈빛이 반짝

우승봉 기자 | 2009-09-29

 

 

"O, X 퀴즈예요. 반드시 팀원과 상의한 후에 답을 맞혀보세요. '롯데월드는 잠실에 있다?'"

"저 알아요. 우리 집 옆에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팀원에게 그 내용을 말해주고 함께 상의해서 정확한 답을 찾아보세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아동 사회복귀시설 '아이존'의 한교실. 4명의 남자 어린이들이 짝을 이뤄 치료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이는 정서행동문제를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팀워크를 길러주기 위한 ‘사회성 훈련’ 의 하나. 동문서답에 잡담도 이어졌지만, 치료사들은 '반복과 기다림'으로 협동을 통한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아이존'은 국내 첫 정서행동문제 아동 시설이다. 정서행동문제아동이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반항성 장애, 우울·불안, 틱장애 등을 가진 어린이들. 여기선 주 3회 매회 2시간씩 개별 또는 집단 프로그램 등이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아이존 노경란 송파센터장은 “사업 시작 3년 만인 올해 노원구에도 센터가 개원됐고, 양천구와 동작구도 개원을 준비 중일 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존이 치료를 마친 어린이들의 부모 29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K-CBCL)’를 검사한 결과, 입소 전보다 '우울·불안', '주의 집중 문제' 등의 평균 점수가 4~5점 떨어져 증세가 나아지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아이존 측은 이를 철저한 연구에 기반한 프로그램의 적용과 어린이·가족·학교 모두를 포함시킨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치료 등이 만들어낸 결실로 보고 있다.

1일 이용 인원을 30명선으로 제한하고 있는 아이존은 병원 진단은 받았지만 입원 치료까지는 필요없는 정서행동문제 아동 중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ADHD 증상을 가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센터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 대한 개성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치료 방식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