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영(英)·수(數) 등 학교 자율로 20% 증감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2. 22. 00:51
영(英)·수(數) 등 학교 자율로 20% 증감
김연주 기자 | 2009-12-18
 

17일 발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지나치게 세분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과목을 통폐합하고, 학교별로 교과 수업시수를 기준의 20% 범위 내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획일화된 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며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심도 있는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교과부는 밝혔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변화상을 2011년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각각 입학할 가상의 A군과 B양의 생활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중1 A군 "기말고사 사흘 만에 끝"

화요일 아침 A군은 학교 시간표를 훑어봤다. '1교시 수학, 2교시 영어, 3·4·5교시 미술, 6교시 과학'. 미술이 3시간 연속으로 들었다. A군의 학교가 한 과목을 3~4시간씩 연속으로 수업하는 '블록타임(Block-time)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미술시간이 1시간뿐이라면 남은 작업을 집에 가져가 해야 했겠지만 A군은 3시간 동안 매번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제출한다.

이번 학기엔 미술시간이 긴 대신 음악과 기술가정 수업은 아예 없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음악과 기술가정은 2학기에 '블록타임제'로 운영된다. 미술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는 A군은 미술 수업은 없고 음악 수업만 있는 2학기가 기다려진다.

금요일에 있는 '직업과 진로' 수업시간에서는 병원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발표하기도 했다. '진로와 직업'은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수업이다. A군은 '직업과 진로' 수업을 통해 '의사 직업이 내게 맞을까' 하는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A군의 기말고사는 사흘이면 끝난다. 시험칠 과목이 국어·영어·수학·과학·미술·사회·체육·도덕 등 8개뿐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인 형이 "내가 중학교 다닐 땐 11과목을 4일간 쳤다"고 말하는 걸 보면 시험 부담이 많이 줄어든 셈이다.


고1 B양 "수학 많이 배워 좋아"

서울에 사는 B양은 중학교 때부터 '수학 천재'로 불렸다. 수학문제를 풀 때면 왠지 신이 났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보다 수학에 집중하고 싶었다. 대학에도 수학과로 진학해 수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부모님과 함께 이런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학교를 알아본 결과 C고교가 '수학에 강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C고에 지원해 입학한 B양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C고는 국어나 사회 과목이 적은 대신 수학 수업이 다른 학교보다 50% 정도 많았다. C고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업(64단위) 중 절반을 수학 과목으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친구의 학교가 '문과·이과'로만 나뉘어 있는 데 반해 C고는 '인문사회·경상·의학약학·자연과학' 등 4개 계열로 세분화해 가르치고 있다. B양은 이 중 '자연과학' 계열을 선택하고 1학년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집중해 공부하고 있다.

인문 과목 중에서도 도덕은 B양이 좋아하는 과목이다. 한꺼번에 2시간 연속으로 진행돼 지루할 줄 알았지만 토론식 수업이라 오히려 재미있다. 3~4명씩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발표하면 2시간이 훌쩍 간다. C고는 도덕과 미술 과목에 대해 두 학기에 나눠 하던 수업을 한 학기에 몰아서 2시간 연속으로 수업하는 '집중이수제'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