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잔소리 그만~" 대화가 '최고의 약' 되더라!
조선일보 |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명문대생이 꼽은 '도움되는 엄마'와 '방해되는 엄마'
요즘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교육이다.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다 보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정도.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정작 자녀의 공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명문대생들이 꼽은 ‘공부에 도움되는 요소’와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에 ‘엄마’가 나란히 올라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공부에 도움을 주거나, 또는 방해가 됐을까?
◆공부에 관여하지 않고 대화 많은 부모가 최고의 조력자
명문대생들이 꼽은 공부에 가장 도움되는 부모는 아이러니하게도 '공부에 관여하지 않는 부모'였다. 엄마의 정보력이 대입 결과를 좌우한다는 말이 '정설'로 통하는 요즘이지만, 이들은 "공부방법이나 학원 등은 전적으로 내가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단, 초·중학교 때는 달랐다. 중학교 때까지 부모의 지도 아래 매일 꾸준히 공부습관을 들인 경우가 많았다. 최준호(21·연세대 사학과2)씨는 "중학교 때까지 공부습관을 잡아놓은 토대가 있어 사교육 없이도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만약 어머니가 극성스럽게 교육했다면 오히려 결과가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욱(20·고려대 생명공학과2)씨는 "기숙사 생활을 해서 부모님이 공부에 대한 간섭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제가 부족한 과목을 이야기하면 방학에 다닐만한 학원을 알아봐 주시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공부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교재나 사교육은 물론 각종 비교과 활동까지 자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지선(19·서울대 인류지리학과군1)양은 "부모님이 눈앞의 내신이나 수능에만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이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 주셨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부모님에게 말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수연(19·고려대 국제어문학부1)양은 "중고교 때 부모님과 함께 학교 탐방을 다니면서 꿈과 목표를 정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지선양 역시 "부모님이 20년 이상 기부하는 모습을 보며 국제 봉사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목표를 위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적, 대입 등에 대한 부모의 걱정을 자녀에게 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걱정을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시수호(19·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1)군은 "고3 때 포스텍, 카이스트 등의 수시모집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셨다. 무척 상심했는데, 부모님께서 '괜찮다.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다'라고 격려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김지선양은 "고교 진학 후 성적이 떨어져 전교에서 중간 정도였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을 텐데, 제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대입이 끝난 뒤에야 과외 선생님에게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고교 졸업 때까지 가정 내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김택우(20·고려대 생명공학과2)씨는 "진로 상담 등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했다. 단, 대화 시 공부 이야기를 꺼내면 싸움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대화 소재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수연양은 "부모님이 대입 정보를 모아 주시기보다는 저와 입시 설명회 등을 같이 다니셨다. 늘 대화하면서 어학에 관심이 많다는 점 등 저에 대해 잘 아셨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도움을 주실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부 내용 일일이 감시하는 부모가 최고의 방해꾼
'공부'에만 집중한 나머지,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은 좋지 않다. 자제력이 없어 그 활동에만 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 1~2학년까지는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대학교 1학년인 박모(19)군은 "친구들과 주말마다 밴드활동을 했는데, 부모님 때문에 강제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는데, 밴드를 그만둔 후에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져 고생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의 공부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도 방해 요소가 된다. 대입 재수생인 이모(19)군은 학원에 쫓겨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한 경우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이 큰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고교 때는 달랐다. 학교 수업 분량이 많은 데다 학원에서 밤늦게 돌아오면 복습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군은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부모님께 이야기해도 불안하다며 그만두지 못하게 하셨다. 그때 학원 몇 개를 정리했더라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또 다른 재수생인 김모(19)양은 중학교 때까지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고교생이 돼서도 부모가 매일 공부내용을 확인하고 학교 과제까지 일일이 지도하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대입을 망쳤고, 지금은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다.
부모와의 대화가 '독'이 된 경우도 있다. 공부나 성적 이야기를 대화 소재로 쓰는 경우이다. 대학교 1학년인 한모(20)군은 "고3 때, 성적표가 나오면 '이렇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겠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공부 의지가 꺾이곤 했다. 고3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없다. 이 시기에는 부정적인 말보다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로를 강요하는 것도 공부에 방해된다. 대학교 2학년인 김모(20)군은 "제가 가고 싶은 학과가 따로 있었는데도, '경영학과에 가지 못하면 재수해라'는 말 때문에 공부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므로 부모님들이 너무 한 방향으로만 자녀를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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