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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발자취 남기는 경주 '스탬프 투어'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3. 5. 23:52

 

나만의 발자취 남기는 경주 '스탬프 투어'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media@chosun.com

입력 : 2011.03.03 10:38

경주, 명소 15개소에 스탬프 비치해…

쾅쾅쾅! 경주의 명소를 찾은 관광객들이 저마다 손에든 종이에 도장을 찍느라 분주하다. 바로 경주 스탬프 투어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누구나 학창시절 한번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다. 얼마 전 개통된 KTX의 덕분일까? 수학여행의 명소였던 경주에 최근 가족, 연인 등 소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자유여행 붐이 일고 있다.

막상 신라의 옛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찾은 경주는 어떤 곳을 가봐야 할지 망설여진다. 이러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주는 '스탬프 투어'가 경주에 등장했다.

'스탬프 투어'란 관광객들이 첨성대를 비롯해 안압지, 교촌마을 등 경주 주요 유적지 15개소를 탐방하며 스탬프를 찍는 투어다. 이런 스탬프 투어를 하루일정으로 모두 둘러보기란 어렵다. 교동마을을 시작으로 경주 '술' 역사와 관련된 스탬프 투어의 명소로 떠나봤다.

경주는 매년 '술과 떡 잔치'를 벌일 정도로 술 역사와 관련이 깊은 지역이다. 300년 동안 술을 빚어온 교동법주를 비롯해 안압지, 포석정 등 신라 시대의 술 역사가 잠들어 있는 명소들이 많다.

경주 '스탬프 투어'는 명소 15개소를 돌아보며 종이에 스탬프를 찍는 투어다

최 부잣집의 오랜 전통의 맛을 지켜온 '물'

경주 술 역사와 관련된 '스탬프 투어'의 첫 명소로 교동마을을 찾았다.

향교가 있는 마을이라 해서 이름이 붙은 '교동마을'. 이곳은 최 부잣집의 오랜 전통으로 빚어내는 교동법주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현재 교동법주가 만들어지는 곳은 최 부잣집의 고택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교촌주손 최경 씨의 자택 물봉진사 고택이다. 그 맛의 향기를 따라 들어 가봤다.

"끼이익~" 입구에서부터 300여 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듯 따사한 봄의 햇볕이 내리쬐는 고풍스런 한옥이 우리를 맞았다. 명성을 듣고 찾아왔는지 법주를 구입하기 위해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해 있었다.

경주 교동마을 최 부잣집 옆에 위치한 '교동법주'

법주는 경주 교동 최 부잣집에 전해 오는 비주(秘酒)로 조선 숙종 때 궁중에서 음식을 관장하던 최국선이 고향으로 내려와 최초로 빚은 궁중에서 유래된 술이다.

술 빚기는 9월~4월 까지를 적기이고 연중 보관이 가능하다. 술은 그 재료인 물이 가장 중요한데, 교동법주는 고택 마당에 자리잡은 수백년된 우물로 빚는 것이다. 마침 운 좋게도 법주 한잔을 맛 볼 수 있었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달달함이 인상적이었는데 교동법주는 덧술로 찹쌀밥을 넣어 빚기 때문이다. 이렇게 빚어진 법주는 100여 일간 숙성된 법주는 투명한 미황색을 띠며 특유의 향기를 뽐낸다.

스탬프를 찍으려고 하자 스탬프가 비치된 곳에는 용지가 동나 있었다. 스탬프 투어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새삼 느꼈다. 스탬프 투어의 용지는 '경주관광정보센터'에 미리 들려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신라인들의 술 먹기 게임이 펼쳐진 '안압지'

경주 술 역사를 따라 떠난 스탬프 투어의 두 번째 명소로 안압지를 찾았다.

경주시 인교동에 자리 잡고 있는 '안압지'의 본 명칭은 '월지궁'이다. 안압지에 들어서자 옛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옛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줬다.

경주시 인교동에 자리 잡고 있는'안압지'

안압지는 사신을 접대하고 연회를 즐겼던 공간이었다. 이런 안압지에서는 1975년 참나무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목재주령구 하나가 출토 됐다. 이것은 연회장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놀이도구의 하나로 육각형이 8면, 정사각형이 6면인 14면체의 주사위 이다.

8세기경의 유물로 추정되는 이 주사위는 신라인들의 음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 받는다. 각 주사위 면에는 재미있는 벌칙이 새겨져 있다. 음진대소(술 다 마시고 크게 웃기), 삼잔일거(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곡비즉진(팔을 굽힌 채 다 마시기) 등 요즘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게임과 다소 흡사한 벌칙이 신라시대부터 존재해 왔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화재로 진품이 소실된 이 주사위는 현재 그 모조품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안장돼 있다.

화랑들의 풍류가 잠들어 있는 '포석정'

경주 술 역사를 따라 떠난 스탬프 투어의 마지막 명소로 찾은 포석정. 어느새 저 산 넘어 기웃기웃 지는 햇살이 나무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포석정'은 대한민국 사적 제1호로 신라시대의 연회장소로, 젊은 화랑들이 풍류를 즐기며 기상을 배우던 곳이다.
 

경주시 배동에 위치한 '포석정'은 현재 그 터만 남아 있다.

중국의 명필 왕희지는 친구들과 함께 물 위에 술잔을 띄워 술잔이 자기 앞에 오는 동안 시를 읊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벌로 술 3잔을 마시는 유상곡수연을 했는데 포석정은 이를 본떠서 만들어 진 것이다.

스탬프 투어를 돌아본 정하임 (부산시.17) 양은 "막연하게 다니는 투어보다 스탬프를 찍으며 둘러보니 도장을 찍을 때 마다 발자취를 남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다음에는 이번에 못가 본 명소들을 꼭 가서 도장을 찍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많은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스탬프 투어를 통해 도장을 찍으며 한 곳 한 곳 의미를 알아가는 알찬 경주탐방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