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교육시킬 땐 딸과 차별하세요
소년조선 | 고양=최민지 인턴기자 |
2011.03.08 16:21
남아, 여아와 뇌 발달에 '차이' 못한 것 넘어가고 과정 칭찬을
규칙·논리로 다스려야 효과적
아들 가진 엄마들은 유난히 자녀 교육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째서 우리 아이는 집을 치우기가 무섭게 어지를까?’, ‘왜 툭하면 얼굴에 생채기를 내고 돌아와 엄마 속을 썩일까?’···. 수업 시간마다 남자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여선생님의 고민도 만만찮다. 차분하고 얌전해 가르치기 수월한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는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
이런 현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배우는 쪽’은 남녀가 반반씩 섞여 있지만 ‘가르치는 쪽’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여성이 남성의 신체적·심리적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간단찮은 남자아이 교육, 어떻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 탱크 이름은 ‘F-9174’예요. 9174년에 만들어질 미래형 탱크란 뜻이죠. 아, F는 미래를 뜻하는 영단어 ‘future’의 머리글자예요.”(이호 군, 서울 오봉초등 3년)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건 ‘히쿠’란 이름의 용이에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나오는 전설의 동물이죠. 히쿠는요, 하늘을 날면서 입에서 뭔가 항상 뿜어낸답니다.”(안상진 군, 서울 오봉초등 3년)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미술학원. 한쪽 벽을 장식한 선반 위엔 지(紙·종이)점토와 이쑤시개로 만든 괴상한 모양의 괴물들이 놓여 있고 바닥엔 종이상자를 붙여 만든 탱크가 굴러다녔다. 몸통이 시커먼 로켓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폐지와 공구들이 정신없이 널브러진 가운데 남자아이 두 명이 쉴 새 없이 자기 작품에 대해 떠들어댔다.
◆“발달 속도 다른 남녀, 교육법도 달라져야”
이곳은 자칭 ‘남자아이 미술전문교사’ 최민준 씨(28세)가 운영하는 학원 겸 연구센터. 이곳에선 두 시간(120분) 단위로 한두 명씩의 학생이 찾아와 수업을 받고 돌아간다. 수업의 주인공은 전적으로 학생들이다. 주제 선정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전부 학생이 주도하는 것.
이곳 아이들의 그림은 예사롭지 않다. 총알, 미사일, 로켓, 자동차, 비행기···.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그림 재료는 죄다 충돌하는 것, 쏜살같이 움직이는 것, 쾅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것들이다. 남자아이들이 이런 소재에 열광하는 건 움직임에 민감한 선천적 특성 때문이다. 최 원장에 따르면 남자아이는 사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여자아이는 사물보다 사람의 이목구비를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림으로 치면 여자아이가 그리는 건 대체로 명사(名詞), 남자아이가 그리는 건 대체로 동사(動詞)다. 그는 “총이나 로켓에 집착하는 남자아이의 성향을 폭력적·공격적이라며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는데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면 지극히 정상적 현상이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열 아닌 차이일 뿐···‘다름’ 인정하세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가 비단 미술 교육에서만 드러나는 건 아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신체 발달뿐 아니라 뇌 발달 역시 빠르다”고 말했다. 남자아이의 경우 언어능력과 관계되는 우뇌 성장이 특히 느리다는 게 곽 교수의 설명.
백종화 비고츠키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소장(아동심리학 박사)은 “여자아이는 눈치가 빨라 엄마가 원하는 것 같으면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내는 반면, 남자아이는 공감능력이 부족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려 한다”고 말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나 자폐 등 소아질환 환자 중 남자아이가 많은 것 역시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아이가 뛰어난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남자아이들은 목적 지향성이 강해 한 가지 일에 빠르게 집중하며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분석능력을 좌우하는 좌뇌가 발달해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도 여자아이보다 뛰어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탐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도 남자아이의 장점이다.
따라서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이런 특성을 잘 파악해 자녀 교육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호분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원장은 “엄마와 아들의 다툼은 대부분 남자아이 특유의 반항적 본성을 엄마가 인정하지 못하고 여성성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교수는 “엄마들이 여자아이에게 바라던 걸 버리고 남자아이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면 남자아이들은 전에 보이지 않던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모님께 드리는 팁
아들 가진 엄마를 위한 전문가 조언
▲ ‘논리’로 접근하세요
‘A 행동을 하면 B 하겠다’와 같은 규칙을 세우고 규칙을 어겼을 경우 약속대로 단호하게 실행에 옮기세요.
▲ 열심히 칭찬해주세요
여자아이는 공감을, 남자아이는 인정을 좋아합니다. 0점에서 점수를 더해나가는 ‘가점제’를 적용해보세요.
▲ 좀 느리게 따라가세요
남자아이의 관심사는 늘 바뀝니다. 엄마는 그 시선을 천천히 좇아가며 뒤에서 따라가주는 존재가 돼주세요.
▲ 아빠와 함께 키우세요
여성성을 강요하기 쉬운 엄마 대신 아빠의 역할을 늘려간다면 남자아이를 훨씬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어요.
※ 도움말: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백종화 비고츠키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소장, 이호분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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