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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IT코리아…2008년 IT한국의 3가지 실패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8. 22. 20:02

 

위기의 IT코리아…2008년 IT한국의 3가지 실패

매일경제 | 입력 2011.08.22 17:55

"우린 어디 가서 기대야 하나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이 없다고 하고, 지식경제부는 관심도 없어요." 과거 정부가 육성했던 한국형 모바일 플랫폼 '위피'를 개발하다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로 변신한 한 IT 벤처기업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대로 기술을 개발하면 투자비는 지원받을 수 있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정부 측 몰이해와 무관심이 'IT 코리아' 위기를 부추겼다. IT를 지원하는 정부 기능이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IT에 대한 무게감이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벤처캐피털 투자에 선순환 체계가 없는 한국에서 정부 측 무관심은 중소 IT기업들에 '돈 가뭄'을 가져왔다.

실제 2008년 새 정부 들어 IT에 대한 정부 측 투자는 10% 가까이 줄었다. 2006년 1조6260억원 수준이던 IT 관련 정부 투자액은 2007년 1조9079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08년에 1조7269억원으로 떨어졌다. 2008년 이후 자료는 아예 집계되지 않아 정부가 무관심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분야에 여러 소관부처가 있다 보니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콘텐츠 소관부처 문제는 오랫동안 부처 간 갈등을 빚은 주제였다. 급기야 방송 콘텐츠는 방통위가 담당하고 나머지 문화 콘텐츠는 문화부가 맡는 기형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결제 기술인 근거리결제(NFC)를 두고 방통위와 지경부가 각각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통신, 방송, 소프트웨어, 콘텐츠, 네트워크 등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플처럼 단말기 제조사이자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바로 IT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까지 1위였던 한국 ICT 경쟁력은 2009년 2위, 2010년 3위로 떨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F) 네트워크 준비지수 순위도 2007년 9위에서 지난해 15위로 추락했다.

소프트웨어를 제조업 중 부품산업 정도로만 이해해 왔던 정부의 각종 정책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IT 투자예산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조차 하드웨어에 중심을 두고 투자를 집행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전체 IT 투자 예산 중 5분의 1(2000억원)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 해 소프트웨어 예산이 10억원에도 못 미친다.

소프트웨어 관련 부서를 2개 운영 중인 지경부는 애플 아이폰 약진을 계기로 2009년 초부터 소프트웨어 공동 운영체제(OS) 구축을 위해 국내 기업들 의견을 수렴해왔다. 그러나 "독자적인 OS 전략을 유지하겠다"거나 "국내 업체(삼성) 영향력 아래 놓이든, 외국 업체(구글) 영향력 아래 놓이든 다를 게 없다"는 식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뚜렷한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개방형 플랫폼을 앞세운 구글 안드로이드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삼성 LG 등과 공동으로 올해 하반기 '국가대표급 OS'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1급)은 22일 "웹에 기반한 오픈형 OS를 공동으로 개발해 독자적으로 OS 기반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하반기 추진 중인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 3차 프로젝트에 공동 OS 컨소시엄 계획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순조롭게 기업들이 동참할지, 그리고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항 체제가 구축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2월 소프트웨어 생태계 재편과 신수요 창출, 인재 양성, 외국 진출 등을 골자로 한 4대 핵심전략과 12개 정책과제를 범부처 차원에서 지정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비약적인 경쟁력 강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전략이 뚜렷하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IT 컨트롤타워를 부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기업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최근 IT 컨트롤타워인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문가들 역시 세분된 IT 정책을 한데 모아 추진할 수 있는 IT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IT산업의 멸망' 저자인 김인성 씨는 "현재 소프트웨어를 관리할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다. 과거처럼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를 부활시켜 역할 분담과 협업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역시 "지식경제부에 IT는 일부분일 뿐이고 문화관광체육부는 문화관광이 중심, 방통위는 방송이 현안"이라면서 "IT에 대한 목표가 없으니 관련 부처가 모두 겉돌고만 있다"고 강조했다.

[채수환 기자 / 황지혜 기자 / 김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