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개념ㆍ원리 탐구, 입시위주 암기과목 탈피
"고대 그리스인은 사모스섬의 터널을 어떻게 뚫었을까." "스마트폰에는 어떤 수학 기술이 적용됐을까." "계산기를 이용해 맑은 날 서울타워에서 어디까지 보이는지 가시거리를 구해보자."
올해부터 달라질 수학 수업의 모습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0일 내놓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는 공식과 문제 위주의 딱딱한 수학 교과서에 `스토리 텔링' 방식을 입히는 내용이 담겼다. 개념ㆍ원리의 이해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수업이 진행된다.
◇수학교육 왜 바꾸나 = 해방 이후 60여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과목이 수학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3∼6위(2009년 65개국 중)를 차지할 정도로 늘 최상위권이다.
반면 수학학습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흥미도는 TIMSS(수학ㆍ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 2007년)에서 50개국중 43위로 나타나 최하위권이다.
공식암기와 문제 위주의 교과서, 칠판 위주 수업, 선다형, 단답형 평가,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교사연수 프로그램 등은 '수학은 하기 싫고 어렵지만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반복ㆍ훈련 위주로 공부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굳혔다.
수학은 전과목의 사교육비가 일제히 줄어든 2010년 사교육비 통계에서도 유일하게 사교육비가 증가한 과목이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은 지난해 9월 전국 51개 자율고의 수학 교육과정과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를 입수해 인근 일반고와 비교한 결과, 1년 과정을 한 학기만에 끝내는 속진, 앞선 교육과정 출제 등의 편법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학 학습량이 너무 많고 어렵기만 하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8월 고시한 2009개정수학과 교육과정에서 학습량을 20% 줄였다.
또 작년 3월 수학교육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총 5회에 걸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이번 방안을 확정지었다.
◇스토리 텔링으로 원리설명ㆍ선행학습 차단 = 수학 과목도 `마법 천자문'이나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처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없을까. 고교ㆍ대학 입시를 앞두고 일찌감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나오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나.
이런 문제의식 속에 교과부는 요약 설명과 공식, 문제 위주인 기존 교과서에 수학적 의미, 역사적 맥락 및 실생활 사례 등을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소개해 수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초등학교에서 내년부터 사용하는 교과서의 일부 단원에 이런 형식을 적용하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민간 출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모델 교과서를 올해 개발해 제시할 계획이다.
수학을 싫어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입시위주 교육도 바꾸는 장치를 마련한다. 상급학년에 배우는 내용을 중간ㆍ기말고사로 출제해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학교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강력한 제재조치가 내려진다.
교과부는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수학교육과정 운영실태를 연 2회 일제 점검, 학교의 중간ㆍ기말고사 시험지를 제출받아 교육과정에 맞게 출제했는지, 선행학습 유발 요인은 없는지를 점검한다. 실제 진도보다 앞선 과정을 출제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교과통합형 수학교육ㆍ계산기 등장 = 앞으로 수학 수업에서는 수학과 다른 교과목 간의 통합 교수학습을 통해 정치, 경제, 음악, 미술 등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 녹아있는 수학적 개념과 원리들을 이해하게 된다.
사회 과목에는 선거와 투표, 선거구 획정, 수요와 공급의 원리 등에 방정식, 확률 등 다양한 수학 원리가 녹아있다는 것을 수학 수업에서 배우게 된다. 음악의 음정과 리듬에도, 미술의 원근법과 비례ㆍ구도를 정할 때도 수학의 원리가 쓰인다.
야구ㆍ축구의 대진표, 타율 산정 등에도 확률과 통계, 측정 등 수학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산 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된 중고교에서는 수업과 과제 풀이에 계산기, 컴퓨터, 교육용 소프트웨어 등의 `공학적 도구'와 다양한 교구를 사용하게 된다.
칠판에서는 그리기가 힘들었던 함수 그래프의 변화, 도형의 회전ㆍ이동,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숫자 계산, 깊이 있는 교육이 어려웠던 순환소수, 경우의 수, 삼각비의 다양한 각도 등 특정주제 탐구도 가능해진다.
◇`포기는 금물'…더불어 함께 하는 수학 = 수학 취약 계층과 학생에게 `맞춤형'으로 수학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교과부는 방과후학교 및 교과교실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교수학습 자료와 교사용 지도서를 개발해 보급한다.
저소득층, 농산어촌 학생 등의 수학공부를 돕기 위해 인근 대학의 수학전공 학생들을 연결해 학습 지도와 상담을 도와주는 `멘토-멘티' 관계를 구축하는 장학근로 사업을 실시한다.
학부모 및 성인 대상의 수학교실을 늘리고, 전현직 교사와 교수를 상담 전문가로 선발해 학생들에게 공부 방법을 상담해주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수학클리닉'도 개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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