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하는 브런치를 곁들인 연주회에 초대해주셨습니다 며칠 비가 오라가락 하고 날도 흐려지면서 가을 분위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클래식음악과 함께 할 기회라 반가운 제안 이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지휘자가 대신 연주한다고 해서 내심 걱정되었는데 모짜르트의 현란한 건반을 거침없이 치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 지휘자가 피아노를 전공한 것 같다고 했더니 유명한 피아니스트 김대진님 이라는 군요 풉! 갑자기 피아니스트 대타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피아니스트 밖에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런 무식한 작자 같으니. ㅎ 삽입된 피아노곡 치랴 지휘하랴 바빴을 그 분을 위해 아낌없이 박수를 쳤습니다 슈베르트의 곡들도 오랜 만에 들었는데 눈을 감고 그 선율의 기억을 더듬다보니 옛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5살부터 초6까지 피아노를 배우던 저는 더이상 커지지않는 손가락 때문에 베토벤 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실은 피아노를 치는 동안 정확하게 악보를 연주하지만 감정이 실리지않아 늘 기름과 물 같다는 생각이 저를 더 괴롭혔기에 그만둔 겁니다 피아노를 그만 두고도 미련은 남아 클래식 음악 감상실을 드나 들었건만 도통 감흥의 깊이는 더 깊어지지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소름도 돋고 감흥도 느끼니 제 경험치가 그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나봅니다 다행이다싶군요 가을 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세월의 경험이 가슴에 받아들여지네요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