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책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6. 28. 21:58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책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글쓴이 : 솔님 번호 : 43조회수 : 12007.06.28 17:15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책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우리 교육 현실의 해법을 보다 진지한 자세로 고민해 보는 계기되길...


sbs에서 화제를 모으며 방영되었던 <내 남자의 여자> 후속으로 <강남엄마 따라잡기>란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흘러나왔을 때부터 ‘어라, 이거 우리 책 따라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과연 드라마 속에서 강남엄마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강남의 교육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이 책에서 우리의 책 <강남엄마>의 내용을 어떻게 요리해서 다루는가도 함께 말이다.


사실 우리집에서는 텔레비전이 없다. 텔레비전을 집에서 내쫓은 지 벌써 2년이 훨씬 넘었다. 그동안 텔레비전이 없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왜 텔레비전을 없애 버렸을까? 일하는 데도 필요한데...'하며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강남엄마 따라잡기>란 드라마가 방영된 첫날이었다.

할 수 없이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를 했다. 한 시간 가량 드라마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강남엄마의 희화화에 있다. 물론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는 강남이란 특정 지역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고, 더욱이 강남엄마들의 특수한 행태를 꼬집어 그들을 비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강남엄마들이 현 교육현실에서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가를 알리며, 그런 그녀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여론에 대한 환기를 기획의 한 목적으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남엄마’라고 하면 무조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여편네’ 또는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아이들을 공부기계처럼 내돌리는 무지막지한 엄마’처럼 생각한다.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속의 강남엄마 수미의 모습-가장의 생일까지 아이 학원 특강 때문에 무시해버리는, 그리고도 그것을 당연시하는-은,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강남엄마의 상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초반부분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남엄마 일류대 보내기’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는 강남엄마가 나온다. 이 부분을 보며 <강남엄마> 책의 기획자로서 나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작년말 <강남엄마>책이 세상에 나오고 화제를 모으면서 우리책의 저자인 김소희 씨는 ‘강남엄마’라는 타이틀로 전국의 여러 도서관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드라마 상의 설정이 이와 너무나 유사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너무나 편협했다. 드라마 상에서 특강을 하는 엄마는 아이를 무조건 일류대에 보내야 성공하는 것으로 말하지만, 강남엄마로 불리는 우리책의 저자 김소희 씨는 강연마다 아이들 교육에 아빠를 참여시키며 아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의 적성에 맞는 공부법과 미래준비를 도와주라고 충고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역설했다. 드라마를 보며 마치 김소희 씨의 강연이 드라마 속의 강연처럼 편협한 것으로 비쳐질까 적이 걱정된 것은 기획자라는 내 입장 때문 만이었을까.

또 한 가지. 드라마 상에 강사로 나온 엄마는 책을 쓰고 그 책을 아이템으로 강연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동네 엄마들이 등장해 ‘인세 받으면 그동안 쓴 과외비며, 학원비며, 해외연수며 다 벌충하겠다’식의 대사도 나온다. 그럼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썼다는 말인가. 물론 드라마 상의 캐릭터는 그럴지 모르지만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의 저자 김소희 씨는 분명코 아니다. 그녀는 강남엄마들에 대한 몰상식한 비난을 바로잡고, 자신이 10여 년 동안 고생고생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이 땅의 모든 엄마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책을 냈다. 그래서 강사료가 전혀 없는 지방 도서관의 강연도 마다않고 달려가 목이 아프게 특강을 하고 오곤 했다. 그런 그녀가 이 드라마를 봤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난 잠시 위로의 전화를 해주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와 책은 다르다. 특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강남엄마>는 아주 다르다. 물론 같은 면이 있을 수도 있다. 강남엄마를 다루었다는 점, 우리의 교육현실을 비난을 감수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당초에 그 기획의도가 확연히 다르므로 독자나 시청자들은 그 점에 초점을 맞추고 두 콘텐츠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경우,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강남’이라는 지역을 아이콘으로 내세워 비판하고 풍자하고자 했다면, 책은 일단 그토록 잔인한 교육현실이 실재하고 있는 이 땅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자신을 희생하는(이런 면에서 이 땅에 사는 엄마들은 강남이고 강북이고를 떠나, 나아가 도시고 지방을 떠나 모두 아이들에게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도 하루 24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신경줄을 뻗치고 있고,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산다면 어떤 것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엄마이다) 이 땅의 엄마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들은 이 책의 소중한 점은 우선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방법들이 소개되어 있고, 막연하게 부정적으로만 느껴왔던 강남엄마들의 행태가 그들이 돈이나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관심과 부지럼함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고, 나아가 성공한 자녀가 아니라 이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가 직접 함께 고민해주는 책이라는 점이라고 들었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1회밖에 보지 않았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모니터하는 기분으로 자주 볼 예정이긴 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방영을 계기로 우리 책 <강남엄마>가 더 많이 독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셈속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보는 내내 아쉬움만 더할 것 같아 안타깝다.

드라마가 갖는 속성 상 어쩔 수 없이 캐릭터들을 희화화하고 과장해야 하고 다소의 왜곡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단순히 지역격차를 조장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보다 더 강남엄마들의 생활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진면목과 애환을 다루어 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무리한 것일까.

또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그냥 막연히 드라마에 나오는 과장되고 희화화된 강남엄마와 강남교육을 비난하지만 말고,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가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 땅에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과 공부를 멍에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줄 수 있도록 정책관계자와 이 사회를 사는 우리 자신에게 엄정하게 촉구해 보면 어떨까.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에 저자 김소희 씨가 쓴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 그 뜻을 되새김질해 봐야 할 때다.

재물에 대한 투자는 부를 낳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