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열병 중3 ‘학교 대신 학원 출석’
[한겨레] 10일 오전 경기 안양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 학생 대여섯 명은 졸고 있고 한 학생은 아예 엎드려 자고 있었다. 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교사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기 평촌새도시의 한 중학교 3학년은 지각·조퇴·결석이 올해 1학기엔 한 달에 학급당 2~3회 수준이었다. 그런데 9월엔 40~60회로 급증했다.
80회가 넘은 학급도 있었다. 이 학교 교사는 “절반만 데리고 수업한 날도 있었다”고 했다. 이유는 외국어고 입시 공부다.
외고 입시가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 3학년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 10일 서울지역 외고들이 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경기지역 외고들도 다음주부터 전형을 하면서 수업 파행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외고에 가려는 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엔 학교 수업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특목고 전문 학원으로 달려가 새벽 2~3시까지 ‘특별 공부’를 한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2학년 1·2학기와 3학년 1학기만 반영되고, 영어 듣기, 구술·면접, 영어 에세이 쓰기 등 중학교 수준을 뛰어넘는 고난도 외고 영어 시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프다는 등 온갖 핑계로 수업에 빠진다. 한 중학교 교사는 “병결 증빙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 위조된 진단서나 약 봉투를 가져오는 학생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체험학습을 신청하거나 부모와 국외여행을 간다며 1주일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벽까지 학원에서 시달린 학생들은 종일 졸기 일쑤다. 수업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학원 교재를 내놓고 보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목동 ㅇ중 3학년 김아무개(15)군은 “50명 가운데 외고를 준비하는 9명은 교사들이 뭐라고 해도 무시하고 내내 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제대로 못해 골치를 썩인다. 2학기 중간고사를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시험을 치더라도 평소보다 성적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3~4년 전만 해도 소수였던 외고 진학 희망자들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0명 가까이 외고에 합격한 한 중학교는 3학년 500여명 가운데 200명 가량이 외고 입시를 준비한다. 경기 분당 ㅅ중, 서울 목동 ㅇ중 등도 학급당 10~20명이 외고 입시 공부를 한다. 안양 ㅍ중의 한 교사는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도 너나없이 뛰어든다”고 전했다.
특목고 학원들은 합격하기 어려워 보이는 학생들까지 부추겨 외고 준비에 끌어들인다. 보통 땐 한 달 30만원 받던 수학 강좌를, 전형이 닥친 요즘엔 60만원을 받기도 한다.
특목고 열풍엔 부모들의 욕구도 한몫한다. 경기 과천에 사는 주부 박서영(42)씨는 “주부들 사이엔 자기 아이도 특목고 원서를 한 번 써봤다는 자부심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일부 중학교는 은근히 외고 지원을 장려한다. 경기 분당·평촌·일산 등 새도시 중학교들은 학교 이름을 알리려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따로 자습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분당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외고 입시에 전념할 수 있게 모둠을 따로 만들어 주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강정훈 안양 귀인중 교사는 “외고 문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중학교 교육 정상화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박창섭 최현준 기자 cool@hani.co.kr
경기 평촌새도시의 한 중학교 3학년은 지각·조퇴·결석이 올해 1학기엔 한 달에 학급당 2~3회 수준이었다. 그런데 9월엔 40~60회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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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입시가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 3학년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 10일 서울지역 외고들이 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경기지역 외고들도 다음주부터 전형을 하면서 수업 파행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외고에 가려는 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엔 학교 수업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특목고 전문 학원으로 달려가 새벽 2~3시까지 ‘특별 공부’를 한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2학년 1·2학기와 3학년 1학기만 반영되고, 영어 듣기, 구술·면접, 영어 에세이 쓰기 등 중학교 수준을 뛰어넘는 고난도 외고 영어 시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프다는 등 온갖 핑계로 수업에 빠진다. 한 중학교 교사는 “병결 증빙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 위조된 진단서나 약 봉투를 가져오는 학생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체험학습을 신청하거나 부모와 국외여행을 간다며 1주일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벽까지 학원에서 시달린 학생들은 종일 졸기 일쑤다. 수업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학원 교재를 내놓고 보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목동 ㅇ중 3학년 김아무개(15)군은 “50명 가운데 외고를 준비하는 9명은 교사들이 뭐라고 해도 무시하고 내내 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제대로 못해 골치를 썩인다. 2학기 중간고사를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시험을 치더라도 평소보다 성적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3~4년 전만 해도 소수였던 외고 진학 희망자들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0명 가까이 외고에 합격한 한 중학교는 3학년 500여명 가운데 200명 가량이 외고 입시를 준비한다. 경기 분당 ㅅ중, 서울 목동 ㅇ중 등도 학급당 10~20명이 외고 입시 공부를 한다. 안양 ㅍ중의 한 교사는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도 너나없이 뛰어든다”고 전했다.
특목고 학원들은 합격하기 어려워 보이는 학생들까지 부추겨 외고 준비에 끌어들인다. 보통 땐 한 달 30만원 받던 수학 강좌를, 전형이 닥친 요즘엔 60만원을 받기도 한다.
특목고 열풍엔 부모들의 욕구도 한몫한다. 경기 과천에 사는 주부 박서영(42)씨는 “주부들 사이엔 자기 아이도 특목고 원서를 한 번 써봤다는 자부심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일부 중학교는 은근히 외고 지원을 장려한다. 경기 분당·평촌·일산 등 새도시 중학교들은 학교 이름을 알리려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따로 자습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분당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외고 입시에 전념할 수 있게 모둠을 따로 만들어 주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강정훈 안양 귀인중 교사는 “외고 문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중학교 교육 정상화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박창섭 최현준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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