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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中國을 너무 모른다] 현지의 시각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1. 11. 18:56
[우리는 中國을 너무 모른다] 현지의 시각

1. 차오위즈(喬禹智) 베이징대 조선경제연구실 주임 | 중국인


한국인 중 광둥어 아는 사람 몇 명 있나
중국 아닌 지역전문가 양성이 현실적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던 1992년에 나는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 해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로 말하면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외화벌이를 하는 선양의 수출입무역회사에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평소 자주 이용하던 불고기집 아줌마가 삐삐를 쳐왔다. 전화했더니 하는 이야기가 “무역을 크게 하는 한국 사장님을 소개해 줄 테니 빨리 식당으로 오라”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무역회사 직원들은 제대로 된 바이어 하나만 잡고 있어도 연말 보너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었다. 얼른 달려가서 만났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분은 무역회사 사장도 아니었고(본업은 한의사), 선양에 온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전에 그 아줌마한테 지나가는 말로 “혹시 실력 있는 수출입무역회사 아는 데 있냐”고 물은 적이 있어, 그 아줌마가 내게 소개해준 것이다. 그 한의사가 무역업을 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건설회사 사장이 자신이 다니던 교회 장로에게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장로는 중국 선양으로 처음 가는 한의사에게 현지 중국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이 한의사는 그 아줌마를 통해 나와 연결된 것이다.


그 시절 한국인들의 중국 첫 진출이 대체로 성공적이었을까? 내가 보기엔 단연코 아니다. 대표적 사례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1990년대 초반에는 이런 식으로 ‘한의사’가 ‘식당아줌마’를 통해서 중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무역을 해보지 않은 한의사가 신용이 있으면 얼마나 있고, 식당아줌마가 중국 정보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고, 중국 내 네트워크가 있으면 얼마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한국사람이 중국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갖게 됐고, 또 수많은 중국사람이 한국사람은 신용이 없다고 평가하게 된 건 아닐까?


더욱이 지금 중국은 15년 전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대기업은 물론 전 세계 최고급 인재들의 각축장이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식당아줌마가 큰 바이어를 소개해준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쏜살같이 뛰어갈 바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제 중국 진출은 한의사를 통해서도, 식당아줌마를 통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아직도 많은 한국인의 중국 접근 방식이 ‘15년 전 그 한의사’와 같다는 것이다. 단지 변했다면 15년 전의 불고기집 아줌마가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 아줌마’ 혹은 ‘중국에 상주하는 중국 전문 한국인’이 되었을 뿐이다.


혹시 어떤 분은 “이제 한국에 중국 전문가가 많이 배출됐으니, 그런 건 옛날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문점이 있다. 이 숱한 한국인 가운데 도대체 중국전문가가 얼마나 될까? 있다면 어느 정도나 전문가일까? 광둥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 것이며, 푸젠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은 또 몇 명이나 될까?


중국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100배이고 인구는 30배인 거대한 나라다. 웬만한 성(省·한국의 도)의 면적이 한국의 몇 배이고 인구도 몇 배다. 이제 한국인 혹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중국 진출의 전략과 개념 자체를 새로 짜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진출이 아닌 광둥성 진출, 중국 전문가가 아닌 중국의 한 개 성인 푸젠성 전문가가 되려는 노력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 차 오 위 즈 | 1990년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올해 초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통. 1992년부터 3년간 한ㆍ중 무역업에 종사하고 2002년부터 2년간 서울대에서 연구과정을 거쳤음.

2. 쩡춘지 (鄭春姬) LG 중국본사 과장 | 조선족 동포


한국인 “중국인은 촌스럽고 센스없다”
중국인 “한국인은 형편없는 변방 사람”


 

한국인은 우선 중국인을 잘 모른다. 문화적으로는 유교도 잘 이해하고, 삼국지도 많이들 읽었지만 중국인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저 ‘중국인은 고리타분하고, 촌스럽고, 센스 없고, 배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인은 그렇지 않다. ‘대지약우(大智若愚)’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바보처럼 보인다’는 경지다. 중국인 가운데는 머리 좋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국인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사람은 차림을 허술하게 하기를 즐긴다. 운동복을 입고 중요한 자리에 가는 사람도 많다. 한국사람이 결사적으로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 데 비하면 아주 대조적이다. 중국인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또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개의치 않는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다. 자기 주장을 너무 내세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 언어문제가 아니다. 사업 파트너에게 자기 이야기만 강조하기 일쑤다. 중국인은 그런 경우를 당하면 침묵을 택한다. 그러면 또 한국인은 ‘나를 무시한다’고 한다. 중국인은 이때 속으로 ‘가오리 방즈’라고 욕한다. ‘변방에 살던 형편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어쩌다가 지금은 잘살게 됐지만, 곧 우리에게 따라 잡힌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장관이 베이징에 왔다. 환송 만찬 때 중국 쪽에서는 국장급이 나갔다. 그럴 정도로 요즘 중국사람들의 자부심은 높아졌다.


 

한국인은 매일 바쁘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국인은 늘 여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인도 정말로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인이 늘 바쁜 이유는 일의 선후와 경중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중국인은 꼬집곤 한다. 중국인은 ‘선후와 경중’을 늘 따진다. 꼭 해야 할 일은 목숨을 걸고라도 한다. 그렇지만 여유를 보이면서 한다.


 

한국인은 생각하는 것이 표정에 금방 나타난다. 자기 표정을 컨트롤할 줄 모른다. 중국사람은 그런 사람들과는 큰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유 있고 진중해 보이는 사람을 상대하고 싶어한다. 멋대로 화내고, 막무가내로 뭘 해내라고 다그치고, 먼저 일을 저지르고 보는 그런 사람을 중국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토크 때 보아도 대체로 그렇다. 한국인은 먼저 떠들기 시작한다. 중국인은 확신이 없을 때는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다.


 

중국인은 실리적이다.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1000위안이라도 더 주면 직장을 옮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그렇게 잘해줬는데 의리도 없이…”라는 식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붙잡아 두려면 돈을 더 줘야 한다. 인재를 확보하려면 남보다 더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의 법규부터 알고 나서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무역법이나 노동법쯤은 당연히 읽어 보고 와야 한다. 중국인의 비즈니스 스타일도 잘 알고 왔으면 한다. 담판수법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떤 수단으로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비즈니스 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대기업에는 현지 정보를 수집·파악하는 직원이 있지만,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현지 정보를 전혀 알아보지도 않은 채 용감무쌍하게 공항에 내린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그동안 발전의 밑거름이 됐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에서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 쩡 춘 지 | 민족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LG중국본사 입사 이래 9년간 회장 비서실과 경영기획실을 거쳐 현재 홍보실 근무 중.

 

3. 양재완 베이징주황방지산(北京住煌房地産) 사장 | 한국인


縣  허가 받고 공장 지었는데 市에서 철거      
부동산 투자 낭패 사례만 한 달에 수십 건


 

한국사람을 가장 많이 아는 중국사람은 누구일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아니다. 당위서기(黨委書記)다. 한국인은 어느 지방을 방문해도 그 지역 당위서기와 ‘친구’가 안 되는 사람이 없다. 당위서기는 본인이 움직이기 정 어렵다면 적어도 부(副)서기 정도를 공항에 마중 보내든지, 비서를 보내서라도 영접한다. 당위서기라는 직책은 모든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펑요·朋友)다.


 

요즘은 군(軍)부대의 높은 사람, 공안(公安), 심지어는 흑사회(黑社會·중국폭력조직)와의 접촉도 잦다. 중국 유학생이 증가하고 로펌과 개인 변호사의 진출도 늘었으니 교장과 중·고급 법원장(한국의 지방·고등법원장), 검찰, 거기다가 국가안전부(한국의 국정원)까지 펑요(朋友)다. 다시 말해 13억 중국인 거의 전부가 대한민국, 혹은 한국인과 친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440만명으로 중국 방문 외국인 중 1위를 차지했다. 또 대(對)중국 투자는 2003년 이후 225억달러에 이른다. 대한민국 경제가 중국에 올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이 중국을 짝사랑하는 정도가 이렇다. 그런데 그에 걸맞게 상대를 잘 알고 있을까. 그건 아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관심 있는 부동산을 보자. 현지에 사는 한국인, 조선족 동포, 혹은 신분마저 불확실한 중국인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가 낭패한 사례가 매달 수십 건에 이른다. 가장 흔한 것이 건물·공장·아파트의 소유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아무 권리가 없는 제3자와 계약하는 경우다. 중국의 제도를 몰라 손해를 보는 사례도 숱하다. 한국의 유명 광고회사가 현(縣·한국의 군에 해당) 정부의 말을 듣고 취득한 부지에 본사 사옥 겸 임대용 건물을 지은 적이 있다. 그런데 준공한 지 얼마 뒤에 시(市·현의 상위기관) 정부로부터 통지서가 왔다. 불법이니 철거하라는 내용이었다. 현 정부의 허가는 받았지만, 최종적 인허가권을 가진 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탓이다. 결국 아무 보상금도 못 받고 건물을 철거했다.


 

작년 7월에는 ‘외국인은 1년 이상 거주해야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는 법안이 발표되었다. 이를 피해 중국인 이름으로 아파트를 명의신탁했다가 결국 소유권 분쟁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가 베이징·상하이·칭다오·다롄 등 중국 전역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작년 5월 칭다오(靑島) 자오저우(膠州) 지역에 투자한 한국 공예품 업체의 박모 사장은 전기요금을 미리 내라는 관청의 요구에 항의하다가 구타 당해 입원했다. 이 불상사의 배경은 이렇다. 근래 중국은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오염 규제 강화로 외국 기업에 주던 특혜도 크게 줄었다. 결국 많은 한국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융자금을 갚지 않고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래서 한국 기업은 믿기 어려우니 공과금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쑤저우(蘇州)의 한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국인 사장이 잘못을 저지른 중국 직원을 동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게 했다. 모욕 당한 직원은 회사를 상대로 고소했고, 회사는 공개사과 및 배상과 더불어 노동부에 ‘요주의 회사’로 낙인 찍혔다. 한국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동도 중국에선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 양 재 완 | 경기대 행정학과 졸업 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대학원 수료. 한국에서 다수의 부동산 기획과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1997년부터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활동 중인 부동산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