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전집이 좋을까, 단행본이 좋을까?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2. 28. 00:53
아이를 위한 책, 전집 제대로 고르는 법
전집이 좋을까, 단행본이 좋을까?

얼마 전부터 단행본주의(전집보다 단행본이 아이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 부모들과 전집주의 부모들이 인터넷상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집주의자들이 의견을 내면, 단행본주의자들이 반론을 펼치고, 그러면 다시 전집주의자들이 말을 이어받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주장 모두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이들에게는 전집이 필요한 시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전집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대부분의 단행본 선호 부모들은 한 권 한 권 정성껏 골라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더 잘 배운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생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 권 한 권 책을 골라 읽혀서는 아이들의 흡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유아기 아이들은 하루에 수십 권의 책을 읽어줘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키워본 부모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밤새워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시기가 있다. 이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밤새워 책을 읽어주었다면,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흡수하는 능력은 수직으로 증가한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나중에도 엄청난 독서량을 소화해낼 수 있다. 독서량이 부족한 아이들은 나중에 대학원이나 사법고시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뇌에서 많은 양의 정보를 흡수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보여줄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반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다른 어떤 책을 주어도 오로지 자동차나 기계에 관련된 책만 본다. 그것이 충족되면 비로소 공룡처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전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입해주었다고, 아이들이 전집 전부를 읽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학 전집 50권을 구입했다면 아이들은 기껏해야 10권 정도만 반복해서 읽을 것이다.

그 10권은 아이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반복이 끝나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데, 다양한 주제의 책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것이 모든 책이 다 읽히지 않아도 전집이 필요한 이유다.

전집과 단행본은 씨줄과 날줄



전집은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의 관심이 우주에 있는지 공룡에 있는지 아이의 눈빛이 머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다음부터는 단행본이 필요하다.

아이의 눈빛이 공룡에 머물러 있다면, 전집에는 공룡이 1권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럴 때는 공룡에 관한 단행본을 그러모아 다시 전집을 구성해 주면 훌륭한 서포팅이 된다.

씨줄과 날줄이 얽혀 아름다운 천을 만들어내듯 아이의 책에 대한 관심이 끝없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책 읽기가 습관화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책 읽는 습관이 왜 중요한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아이들이 미국에 가면 초등학교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중학교에는 중위권으로 떨어지고, 고등학교에는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많다고 한다. 대학 교육은 받는 것도 벅차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책 읽기가 습관화되지 못해서 공부할 양이 많아지면 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언어보다 5년은 일찍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한글이라는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지만, 성장 단계별로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줄 다양한 전집이 턱없이 부족하다.좋은 구성의 전집이 나오면 곧 그대로 모방하는 전집이 출시돼 더 이상 좋은 책이 나오지 못하는 풍토가 제일 큰 문제다.

이제는 엄마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좋은 전집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에겐 큰 성원을 보내 건전한 출판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원래 엄마들이 바꿔온 나라 아니었던가.

여성조선
글=이은경(아동도서 애호가)
사진=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