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저하에 비상 걸린 일본
여유교육 실패 때문…근본 교육개혁 착수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일본 15세 학생 학력 전 과목서 떨어져", "이과계 수위급에서 탈락", "학생들 응용력 계속 하락".
지난해 12월5일 일본 유력 일간지들의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일본 학생들의 학력이 다른나라에 비해 계속 뒤떨어지고 있음을 한목소리로 우려하면서 일제히 교육당국에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일본 언론이 이처럼 '흥분'한 것은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6년 국제학습성취도조사(PISA)에서 과학과 수학 응용력과 독해력 등 모든 부문에서 전보다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 57개국의 15세 학생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일본 고교생은 '수학적 응용력'이 3년 전 조사 때보다 4계단이 떨어진 10위를 기록했으며 '독해력'도 14위에서 15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또 '과학적 응용력'도 2위에서 6위로 하락하는 등 전 부문에서 순위가 후퇴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그동안 일본인이 최고라고 자랑하던 이과계열에서도 하위로 밀려난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문부과학성은 조사 대상국이 늘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 응용력에서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계와 언론 등은 정부가 지난 2002년 도입한 '여유(유도리)교육' 정책이 이런 순위 추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만 15세의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기른다'는 슬로건 아래 문부과학성이 도입한 여유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습성취도조사는 특정 과목이 아니라 다른 과목과 연계된 종합적인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국어, 수학, 과학 등 종래의 틀이 아니라 독해력, 수학적 응용력, 과학적 응용력 등 3개 분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됐고 2006년 평가는 과학적 응용력에 중점을 뒀다.
일본에서는 2006년 6~7월에 평가가 실시됐으며 유도리(여유)교육이 실시된 2002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당시 고교 1학년생 약 6천명이 대상이었다. 문제는 여유교육을 받았던 이들 세대가 수학적 응용력과 과학적 응용력 등 과거 전세계에서 수위 그룹을 기록했던 분야에서 성적이 수직낙하한 점이다.
수학적 응용력의 경우 2003년 1위에서 이번엔 대만, 홍콩, 핀란드, 한국에 이어 5위에 그쳤다. 과학적 응용력의 경우도 3년전 2위에서 6위로 역시 4계단 추락했다. 수학적 응용력의 경우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에게 완패한 셈이다.
일본 언론이나 교육계에서 비판과 반성의 목소기라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도 일본은 '과학에 관한 학습 흥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50%만이 '그렇다'고 말해 응답률이 전체 57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52위에 그쳤다. 또 '이과 공부가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도 42%로 56위를 기록했다.
일본 학생들의 이같은 이과 기피 풍조로 인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문제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공학부계 학생이 전체 학부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보다 3%포인트 가량 낮아진 약 17%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정권에서부터 진행 중이던 교육개혁 작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교육개혁작업을 주도해 온 '교육재생회의'는 여유교육 시정, 교원 면허 갱신제 도입, 전국 학력테스트 부활, 대학교육 충실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런 정부의 실력 향상 드라이브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실시된 테스트에서 여유교육 세대의 학력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재검토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수업시간 연장과 경쟁 강화라는 교육개혁의 방향은 결국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인 만큼 다양성과 창의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창의력 있는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choinal@yna.co.kr
지난해 12월5일 일본 유력 일간지들의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일본 학생들의 학력이 다른나라에 비해 계속 뒤떨어지고 있음을 한목소리로 우려하면서 일제히 교육당국에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일본 언론이 이처럼 '흥분'한 것은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6년 국제학습성취도조사(PISA)에서 과학과 수학 응용력과 독해력 등 모든 부문에서 전보다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 57개국의 15세 학생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일본 고교생은 '수학적 응용력'이 3년 전 조사 때보다 4계단이 떨어진 10위를 기록했으며 '독해력'도 14위에서 15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또 '과학적 응용력'도 2위에서 6위로 하락하는 등 전 부문에서 순위가 후퇴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그동안 일본인이 최고라고 자랑하던 이과계열에서도 하위로 밀려난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문부과학성은 조사 대상국이 늘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 응용력에서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계와 언론 등은 정부가 지난 2002년 도입한 '여유(유도리)교육' 정책이 이런 순위 추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만 15세의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기른다'는 슬로건 아래 문부과학성이 도입한 여유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습성취도조사는 특정 과목이 아니라 다른 과목과 연계된 종합적인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국어, 수학, 과학 등 종래의 틀이 아니라 독해력, 수학적 응용력, 과학적 응용력 등 3개 분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됐고 2006년 평가는 과학적 응용력에 중점을 뒀다.
일본에서는 2006년 6~7월에 평가가 실시됐으며 유도리(여유)교육이 실시된 2002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당시 고교 1학년생 약 6천명이 대상이었다. 문제는 여유교육을 받았던 이들 세대가 수학적 응용력과 과학적 응용력 등 과거 전세계에서 수위 그룹을 기록했던 분야에서 성적이 수직낙하한 점이다.
수학적 응용력의 경우 2003년 1위에서 이번엔 대만, 홍콩, 핀란드, 한국에 이어 5위에 그쳤다. 과학적 응용력의 경우도 3년전 2위에서 6위로 역시 4계단 추락했다. 수학적 응용력의 경우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에게 완패한 셈이다.
일본 언론이나 교육계에서 비판과 반성의 목소기라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도 일본은 '과학에 관한 학습 흥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50%만이 '그렇다'고 말해 응답률이 전체 57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52위에 그쳤다. 또 '이과 공부가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도 42%로 56위를 기록했다.
일본 학생들의 이같은 이과 기피 풍조로 인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문제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공학부계 학생이 전체 학부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보다 3%포인트 가량 낮아진 약 17%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정권에서부터 진행 중이던 교육개혁 작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교육개혁작업을 주도해 온 '교육재생회의'는 여유교육 시정, 교원 면허 갱신제 도입, 전국 학력테스트 부활, 대학교육 충실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런 정부의 실력 향상 드라이브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실시된 테스트에서 여유교육 세대의 학력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재검토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수업시간 연장과 경쟁 강화라는 교육개혁의 방향은 결국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인 만큼 다양성과 창의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창의력 있는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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