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중등,고등)

'영어몰입식 교육'은 모두에 부담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25. 01:37

<"'영어몰입식 교육'은 모두에 부담">(종합)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는 2010년부터 전국 고교에서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내용의 '영어몰입교육' 방침을 밝히자 24일 일선 고교 교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는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도 시범 실시할 것으로 전해지자 교사들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혜원여고 영어담당 박찬규(33) 교사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영어실력 편차나 일선 학교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마다 틀리지만 영어교사들은 1년에 한번씩 100%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1년내내 시행할 때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며 "평균적인 수준의 고교에서는 영어수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학생이 한반에 절반정도가 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이나 특목고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몰입식 교육에 적응할 수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동시에 (영어몰입식 교육을)시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사들은 '영어몰입 교육'이 공교육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휘문고 윤리담당 유성오(49) 교사는 "영어몰입교육은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어학은 수단일 뿐 국제사회에서 진짜 경쟁력은 창의력과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잠실고 이성현 교사는 "영어 만능주의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고 비판했으며 부천여고 윤리담당 지정희 교사도 "영어로 가르치다 보면 수업내용에 충실하기보다 영어수업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다는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 준비기간이 짧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신여고 최규선 교사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지만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2년 만에 준비를 마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부 교사들은 "교육 현장을 모르는 정책일 뿐"이라며 "현장에서 '영어수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성고 김동림(43) 교사는 "인수위나 대통령 당선인이 갖고 있는 기업형 마인드는 교육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며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는 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유고 이정재(39) 교사도 "기존 교사를 재교육한다고 해도 '영어수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부에서 방침이 내려온다고 해도 일선 교실에서는 영어수업을 따라갈 학생이 절반도 채 안될 것이므로 그렇게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j@yna.co.kr